죽은 자가 산 자의 꿈으로 다녀갔다
잠 깨어서도 한참
슬픔을 벗어내지 못한다
까마득하게 잊고 살다
갑자기 찾아든 죽은 자의 무게
상처가 몸통을 훑어가며 짓물러 왔다
갚아야 할 부채처럼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가지 못한 길
시간마저 바쁘다는 핑계로 인색했었다
그러면서 마음 한 켠 언제나 서울역에 던져두었다
달달한 커피 맛에 드나들던 읍내 다방
도시로 돈벌이를 다녀온 그녀는
주민이래야 대여섯 사는 어항 앞에 앉아
병든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도시의 뱃속에서 토해져서야 알아들을 수 있었던
딱, 그만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던 그녀의 되뇜
한참 후에야
종잇장보다 가벼운 죽음으로 메아리쳐왔다
허상의 탑이 쌓아진다
하고 싶은 말이 남았던 걸까?
쉴 새 없던 조잘거림은 도시에 버려두고 온 그녀였는데,
아니다.
영혼마저 곱게 빻아 병 속에 잠든 그녀의 꿈속에
내가 찾아든 것이다
나의 꿈 밖은 죽은 자의 꿈속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멀어진 거리를
가장 느린 속도로 달려
늦은 저녁쯤 죽은 자의 꿈속으로 들어서고 싶다
숱한 사람들의 사연들로 얼룩진 골목을 돌아
어둠침침한 그 다방에 들어
그녀가 꿈꾸던 세상 앞에 가만히 안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