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나무 Jun 25. 2024

죽은 자가 산 자의 꿈으로 다녀갔다

잠 깨어서도 한참

슬픔을 벗어내지 못한다

까마득하게 잊고 살다

갑자기 찾아든 죽은 자의 무게

상처가 몸통을 훑어가며 짓물러 왔다

갚아야 할 부채처럼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가지 못한 길

시간마저 바쁘다는 핑계로 인색했었다

그러면서 마음 한 켠 언제나 서울역에 던져두었다

달달한 커피 맛에 드나들던 읍내 다방

도시로 돈벌이를 다녀온 그녀는

주민이래야 대여섯 사는 어항 앞에 앉아

병든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도시의 뱃속에서 토해져서야 알아들을 수 있었던

딱, 그만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던 그녀의 되뇜

한참 후에야

종잇장보다 가벼운 죽음으로 메아리쳐왔다     


허상의 탑이 쌓아진다

하고 싶은 말이 남았던 걸까?

쉴 새 없던 조잘거림은 도시에 버려두고 온 그녀였는데,

아니다.

영혼마저 곱게 빻아 병 속에 잠든 그녀의 꿈속에

내가 찾아든 것이다


나의 꿈 밖은 죽은 자의 꿈속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멀어진 거리를

가장 느린 속도로 달려

늦은 저녁쯤  죽은 자의 꿈속으로 들어서고 싶다

숱한 사람들의 사연들로 얼룩진  골목을 돌아

어둠침침한 그 다방에 들어

그녀가 꿈꾸던 세상 앞에 가만히 안아 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후를 걷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