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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침

by 여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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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외로운 것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진정한 만남이 없어서라지요. 그래서 진정한 만남이 없는 모든 장소가 곧 사막이라는, 진정한 만남이 없다면 도시도 사막일 수밖에 없다는, 생텍쥐페리의 말을 생각게 하는 겨울입니다.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상대가 있기 때문이고, 어떤 것이 소중한 것은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상대가 있을 때뿐이라는, 곧 어떤 것의 의미와 가치는 오직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에 의해서 만 생겨난다는 말, 곱씹게 되네요.



그러니 누구든 사막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나와 너’의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겠지요.

마르틴 부버의 말처럼 ‘나는 너로 인해 나가 될 수 있다.’는,



그러다 사이토 다카시리의 ‘단독자’에서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문장을 만나기도 하네요.

‘고독감은 느낌이어서 영령이나 귀신과도 같다. 실체가 없으니,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다.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기만 해도 마음가짐이 확연히 달라진다.’라는 놀라운 표현입니다. 결국,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의미 같기는 한데,

어떤 길이든 혼돈의 길이겠지요.


오늘은 그 길이 햇빛 쏟아지는 따스한 길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느린 아침이 햇살처럼 눕는다

뚜벅뚜벅, 밤새 걸어왔을 먼 길

서둘 것 없는 시간에 쌓여

풍요로운 미소를 펼치는 것이다



창으로 겨울의 하늘이 들어서고

낡고 오래된 잘려 나간 것들의 묶음

익숙함이 느긋함으로 이어졌다

더 바랄 것 없는,

곁을 뒹굴던 고양이 담요 속으로 파고들고

잔잔한 웃음 피어났다

무엇인들, 애정 담긴 눈길에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연통은 쉴 새 없이 마음을 태우고

간간이 사람의 소리가 골목에서 흘러 들어왔다

멈출 줄 모르는 새들의 수다

문득, 사라져 가는 것들의 침묵이 뒤따른다

전파사, 이발소, 문방구 다방, 사방치기 말뚝박기

당신은 외떨어진 한 마리의 혹등고래일까요?

드문드문 사라져 가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 거지

가만가만 멈춰 되짚다 보면

이랬으면 좋았을걸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도 의미가 무색해지는

다가서는 끝

비로소, 다시 만나게 될 시작

당신은, 당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았을까요?



시간은 노랗게 물들어 가고

떠나는 것들에 묵묵히 손은 흔드는

그래 사는 게 그런 거라는

받아들이면 얻게 되는

느린 아침 고요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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