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못 버리고 살아?
자조적인 되새김질이다. 구입한 지 몇 년이나 되는 주방 매트 하나 버리면서, 쾌감과 희열을 동시에 느낀다. 참 어지 간도 하다. 도대체 ‘버린다’란 말을 알고나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버리면 그만인걸, 그걸 하나 제대로 못하고 살았다니, 청승도 그런 청승이 없다.
별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사람 마음이 시원하다. 겨우 매트 하나 버리면서 뭐 대단한 거라도 처단하는 기분이 드니,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거 맞다, 이참에, 아예 쳐단 할 것들을 싹 뿌리 채 뽑아 버려? 숨어있던 살인적 충동까지 고개를 든다. 어디 그 마음뿐일까 마는, 잠시 집안을 둘러본다. 버릴 거 투성이다.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 긴 아깝고, 갖고 있자니 자리만 차지하는, 그런데도 버리지 못하는 미련 투성이다. 참 답답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뭐가 그리 아까운지 모르겠다. 그 물건인지, 그 물건에 담겨있는 추억인지, 무엇이 우선인지 구별부터 해야겠지만, 버리지 못하는 습성부터 버려야 할 것 같다.
대충 정리를 끝내며 캔맥주 하나 마신다. 유난히 시원하다. 오르는 취기에 겉도는 티브이 소리처럼, 마음도 겉돌며 살았다는 생각이 따라 든다. 이렇게 간단한 걸, 그 쉬운 것들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으니 뭔들 잘 해내고 살았을까 싶다. 결국, 뻔히 해답을 알면서도 보지 않으려 주변을 겉돌며 살아오고 있던 것이다. 그게 뭐라고, 참 미련 한 방법이었다.
보통 그런 사람을 야물지 못하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인 것이다. 잠시 잠깐만 마음을 들여다봐도 이렇게 버릴 것 투성인데, 그동안 자신을 들여다보며 살아오기나한 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오고 있던 것인지, 이젠 나도 나를 모르겠다.
이왕 이런 거, 오늘 몇 가지라도 과감히 처단해야 할까 보다. 이래서 저렇다 미뤄두었던 것들을, 저래서 이렇다 하며 붙잡아두었던 것들을, 마녀재판의 날이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자로 우유부단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어 혼자 끙끙 앓았다.
이래도 감사하고 저래도 감사하다로 숨어들며, 친밀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편한 관계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리곤 상처만 무기력 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엇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것일까? 너무 많은 것들을 늘어놓고 살아왔다. 서너 살 아이도 구별하며 후 딱 버리는 그 쉬운 일을, 도대체 나이는 어디로 먹고 버리지 못해 끙끙하는지, 참 답답한 노릇이다.
오늘이 다가기 전 마음도 조금 청소를 해야 할까 보다. 버릴 건 버리고 담아둘 건 제대로 담아두는, 덧나지 않도록 알코올 소독도 좀 하고, 그러고 보니 오늘은 최고의 안주로 맥주를 마시지 않나 싶다. 더 이상 직면하는 것에 두려워 말고, 버릴 건 좀 버리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