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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May 31. 2023

피아니스트 주 샤오메이(Zhu Xiao Mei)

마오와 나의 피아노 

이번주 주말 방송을 위해 음반을 듣고 자료를 모았다. 

오래 전 미라레 레이블에서 나온 샤오메이의 연주를 우연히 듣고, 

이런 음색에 이런 연주를 하는데 왜 유명하지 않은가, 나는 왜 이제 알았나를 물었던 기억이 있다. 

샤오메이의 자서전 <마오와 나의 피아노>를 어제 도서관을 나서며 대출해갔는데, 연주자의 자서전을 하룻밤 사이에 다 읽다니...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냥 누군가 옆에서 자기 얘기를 하는데, 그게 너무 흥미롭고 진솔하고 때로 끔찍하고 또 놀라워서 쉽게 잠들 수 없는 상태....!  


원래 써두었다가 죄다 뜯어고치고, 아예 새로 쓴 원고를 보내니.. 하루는 다 갔지만, 마음은 편하다. 

아래는 원래 써두었던 것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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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주 샤오-메이(Zhu Xiao-Mei)는, 

네 살 때 엄마가 쳐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듣고 피아노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열 살에 중앙음악학교에 입학해 영재 교육을 받았지만, 몇 년 뒤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음악학교는 폐쇄됐고 클래식 악보는 불태워졌어요.

샤오-메이는 내몽골 근처의 재교육 수용소에서 5년간 모진 노동과 사상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가끔, 줄 끊어진 피아노라도 만져볼 기회를 ‘희망’으로 붙잡고 견뎠죠. 

마오쩌둥이 세상을 떠난 뒤, 1979년 샤오-메이는 미국으로 가서 청소와 서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파리로 옮겨갔습니다.

피아니스트로 정식 데뷔한 때, 그녀가 마흔다섯(45)살, 첫 음반은 쉰(50)살에야 발표했습니다. 

25년간 파리 음악원에서 학생을 가르쳤는데, 시작은 늦었지만, 이미 완성된 연주자였음을 알 수 있죠. 

     

샤오-메이의 주요 연주곡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입니다.

유럽의 청중은 이 연주를 듣고 그를 환대했고, 이미 한 차례 전곡을 녹음한 적도 있었어요.      

이 곡의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2014년 두 번의 연주였습니다. 

먼저 6월, 바흐의 마지막 직장이자 무덤이 있는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바흐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바흐의 무덤 앞에서 최초로 연주한 피아니스트가 샤오-메이, 연주곡도 이 곡이었죠.      

같은 해 11월엔... 떠나온 지 35년 만에 중국에서 다시 연주했습니다. 

아픈 기억을 마주하며 선보인 곡도, 이 곡이었죠. 

샤오-메이는 젊은 청중이 보낸 환호에 벅찬 감격을 느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엔, 프랑스 중서부의 작은 도시 푸아티에의 한 공연장에서 20년 만에 두 번째 <골드베르크 변주곡>를 녹음했습니다. 성 토마스 교회 실황을 포함하면 그의 세 번째 전곡 녹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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