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나르시시스트와 이혼하기

by 최작가

그 당시 나는 그가 감정 조절이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의 불안한 모습이 안쓰러웠다. 나는 그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날을 세우고 살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은 여유를 갖고 살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를 믿어주고, 하고 싶어하는 대로 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방법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나를 점점 갉아먹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씩 내어줄수록, 그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결혼 생활 중에도 ‘혹시 남편이 나르시시스트일까?’ 의심한 적이 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남편과 물리적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통제성이 강한 악성 나르시시스트였고, 폭력성까지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기에 나는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라고 멋대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는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거가 남지 않는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한 사람이었다.


양육권을 두고 대화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법의 경계에 있어. 법의 불완전함을 이용하면 돼."

그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확신했다. 그는 교묘하고 영악한 사람이었다. 그는 분노를 폭발시킬 때조차도 어디까지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지를 어느정도 알고 행동했다.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게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게 증거가 남지 않도록 조심했다.

물론 때때로 수위 조절에 실패한 적도 있었지만.


만약 당신의 주변에 나르시시스트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벗어나야 한다.

나도 ‘내가 잘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는 나이지기 어렵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이 빠져들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내가 잘못한 걸까? 내가 조금 더 참으면 괜찮아질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이미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르시시스트와 결혼한 경우에는 더 가스라이팅 당하기 전에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아이가 있다면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기 어려워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나르시시스트와의 이혼 소송은 굉장히 지저분한 싸움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과정은 힘들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을 되새겨야 하고, 제출할 증거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상대의 황당한 주장까지 꼼꼼히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가 쓴 서면을 열 때마다 심장이 떨릴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삶을 되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혼을 하고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를 겪으면서 왜곡된 사고방식을 바로잡고,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오랜 시간 그의 시선 속에서 살아왔다. 내 선택조차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가 화내지 않을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혼 소송이 끝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단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어떤 이유로든 나르시시스트와 함께하는 삶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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