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말과 행동이 달랐다.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도 거리낌이 없었고,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감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듣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대화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혼 소송을 하기로 결심했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대로 그를 떠났을 것이다.
소송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나는 길어야 두세 달이면 아이와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소장을 제출한 지 어느덧 9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첫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약 그때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면, 재판의 기다림이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몰래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을 만큼 담대하지도 용기도 없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 걸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지나치게 그를 두려워했고, 지나치게 무력했다.
지지난주에는 주말부부를 제안하더니, 지난주에는 양육권을 포기할 테니 같은 지역에서 살자는 조건을 내걸었다. 거주지도 제공하고 생활비도 부담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 살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며 아이가 보고 있기에 더 이상 문제가 될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혼생활 내내 생활비를 준 적이 없었고, 아이 앞에서도 폭력을 행했던 사람이었다. 게다가 소장에서도 자신의 행동을 모두 부정했다. 오히려 내가 폭력의 가해자이며 집안일도 자신이 도맡아 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게 "나는 너를 보호하고 싶기에 더 이상 서면을 제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없어 제안을 거부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흔들리고 있었다. 끝이 안 보이는 법적 다툼을 끝내고 하루라도 빨리 아이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느낀 것이 많다, 부부상담 그 이상의 것을 얻은 것 같다고 본인이 변했다는 뉘앙스의 말들이 나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신혼집에 1시간가량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분노를 폭발시켰다. 아이는 하지 말라는 듯 "아빠, 아빠" 하며 불렀지만, 그는 오히려 나를 탓하며 더욱 격렬하게 화를 냈다. 나는 나가려 했지만, 그는 나를 막았다. 집을 빠져나온 뒤에야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또다시 그의 거짓말에 속을 뻔했다.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판단이 흐려졌던 것이다.
협의이혼이 평화를 가져다줄 거라는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결국 답은 하나뿐이었다. 이혼 소송, 그리고 내 아이를 지키는 것.
남편은 협박도 잊지 않았다. 소송을 끝까지 진행하면 4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벌금을 물게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투는 끝까지 부드러웠다. "너가 잘 협조하면 그럴 일은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마치 친절한 조언이라도 해주는 듯한 어조였다.
나는 그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되뇐다. '남편의 말은 미끼일 뿐이다. 진심이 아니라 나를 유인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잡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계속해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비집고 나온다. 만약 정말로 저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다. 지금까지 남편이 했던 말과 행동들을 떠올려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부드러운 말투 뒤에 숨어 있는 것은 협박이고, 그가 던지는 당근 뒤에는 더 깊은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이건 미련일까? 아니면 길고 긴 소송을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의 말대로 움직이면, 나는 또다시 그에게 휘둘리게 될 것이다. 나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