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도장을 팠다.

by 최작가

요즘 나의 하루는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집 밖으로 나온다.
나는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든 좋으니 일단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멀리 나가진 않는다.

대부분은 집 근처 프렌차이즈 카페에 간다.
책을 읽거나 글을 써보고, 멍하게 앉아 있기도 한다.

가끔은 음료를 한 번 더 주문할 정도로 오래 머물기도 한다.


과거의 나는 늘 정해진 음료만 마셔왔지만,
요즘엔 카페로 향하는 길에 ‘오늘은 어떤 음료를 마실까’ 고민하며 걷는다.

오늘 나의 기분과 몸상태를 체크하며 음료를 골라본다.

날이 더움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따뜻한 라떼를 주문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곳은 결국 문을 닫았고 나는 이제 손님으로 카페에 온다.
2개월치 밀린 급여도 아직 받지 못했다.
그래서 내일은 노동청에 출석할 예정이다.


남편에게서는 매일같이 전화와 문자가 온다.

받지 않는다. 답장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문자를 읽고 나면 괜히 마음이 심란하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지만, 머릿속엔 여전히 실랑이의 잔상이 떠다닌다.

겉으로는 평범한 하루 같지만, 나는 매일 평온한 얼굴로 전쟁 중이다.


일자리를 잃었지만 시간을 얻었다.

결혼생활은 끝났지만, 나는 새로운 내인생을 찾아가고 있다.


오늘은 내일 가져갈 도장도 팠고 글도 몇줄 썼다.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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