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 Jun 07. 2021

너의 인생에 힘이 되어준 나의 한 마디

영화 '라라랜드'의 꿈과 사랑


*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위플래쉬'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감독 '데미언 셔젤'이 연출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는 아름다운 이미지와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옛 할리우드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연출, 편집 기법과 화려하고 몽환적인 색감의 이미지들, 이야기를 전해주는 노래들과 음악들이 뮤지컬 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움을 마음껏 보여준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이야기와 어울리는 음악과 노래가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하기에, 뮤지컬 장르 영화는 보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꽤나 도전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중요한 장르임에도 이 영화가 놓치지 않으려고 한 것은, 그 속에서도 이미지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고전 영화들을 연상 케하는 편집 기법들과 중간중간 나오는 아날로그 효과음들, 그리고 여러 소품들의 원색에 가까운 색감들이 영화의 매력을 더해준다.


 이 영화는 사랑과 꿈을 이야기하면서도 동화 같은 사랑보다는 현실적인 꿈에 더 초점을 맞추면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응원과 격려를 해주며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감독만의 세관이 반영된 듯하면서, 그렇게 해야지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만 같아 한편으로는 쓸하기도 했다.



LA - LA - LAND



 영화의 제목이자 극의 배경이 되는 'LA - LA - LAND'. 그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꿈이 담겨있다. 그들은 넓은 세상을 채워나갈 자신들의 미래를 그리고, 들뜨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밖으로 표출해 내며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옆에 있는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창작의 고통에 빠져보기도 한다.


 꿈을 꾸는 자들의 가벼운 발걸음은 모든 길거리를 런웨이로 만들고, 청량한 목소리는 주변의 모든 이들을 홀리게 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손가락은 모든 악기들을 다루 완벽한 하모니를 완성해 낸다. 아름다운 색들을 품은 의상과 구두, 액세서리들은 그 사람의 매력을 대변해 주고, 그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을 표현해 준다.


출처 - 네이버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남녀는 운명적이면서 짓궂은 만남을 하게 된다. 그저 자신의 앞길을 막는 방해꾼이자 화를 내는 진상이었던 이들은 음악에 이끌려 만나게 되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서 합을 맞춰 춤을 춘다.

  재즈의 힘을 믿는 남자도 언젠가는 재즈 뮤지션으로서 자신만의 재즈바를 차리려 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여자도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배우가 되길 희망하는, 각자가 자신만의 꿈을 가진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청춘이자 별이다.


출처 - 네이버


 별이 빛나는 밤하늘 속에서 춤을 추고, 무중력을 경험하며 하늘을 날기도 하고, 몽환적인 색을 뽐내는 하늘 앞에서 감성적인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이, 모든 게 꿈같고 환상적이며 몽환적인 순간의 연속인 '라라랜드' 속에서 꿈을 가진 남녀는 뜻밖에 만남을 통해 잠시 내려두었던 자신들의 꿈을 다시금 되새기기 시작한다.

 


내가 이루고픈 꿈



  영화의 주인공인 '미아'와 '세바스찬'은 꿈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부터 배우였던 이모와 함께 고전 영화들을 관람하고, 이모의 연기를 보며 자신도 이모와 함께 연기 연습을 해오던 미아는 이모처럼 배우가 되어 자신만의 작품을 찍고 싶어 한다. 유명 영화 제작사 안에 있는 카페에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여러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고, 직접 커피를 사 오는 유명 배우를 보며 자신의 꿈을 키워갔다.


 재즈 음악에 대해 늘 진심으로 대하는 세바스찬은 현재 사람들이 재즈에 대해 잊고 있고, 과거의 재즈가 가진 영광과 인기가 사라져 버린 현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재즈 클럽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길 바라고 있고, 재즈가 다시 한번 더 알려지길을 희망하고 있다.


 꿈을 갖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자신이 동경하는 사람을 마주하며 갖는 경외심과 부러움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무대 위에서 눈앞의 상대방을 향해 벅찬 감정을 전달하는 아티스트에게 매료된 남녀와 같이, 꿈을 갖게 되는 것은 한순간이며, 그 속도는 정말 찰나와 같다.


출처 - 네이버


 하지만, 꿈을 갖게 되는 그 찰나에 심취해 버린 탓에, 정작 자신이 처한 환경까지는 미처 고려해보지 못했다. 꿈을 실현하기에는 준비할 것이 너무나 많았고, 내려놓아야 하는 것도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려는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은 언제나 고달프고 외로운 것일까. 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은 자신의 환경을 넘어서는 미지의 존재 같을까.


 미아와 세바스찬은 그렇게 외로운 꿈을 가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축축하고 곰팡이가 생긴 허름한 집 안에서도 둘은 사랑을 하고, 열심히 꿈을 꾸며 노력하려 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업적을 달성하여 부를 얻는 '성공'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꿈을 이뤄냈다는 성취감으로서의 '성공'을 하고 싶은 것이다.


 눈앞에 보이지만, 잡기 힘든 꿈을 이루리라는 생각을 갖는 건 절대로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이상과는 다른 현실에 대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릴 뿐이다.



FALL


 

 첫 만남의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여름을 낸 뒤,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사계절 중 다양한 기온을 가지며 풍부한 감성을 지닌 가을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가을을 나타내는 영문 단어인 'Fall'은 '추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바스찬은 자신이 바라던 재즈를 접어두고, 오로지 생계를 위한 밴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미아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항상 같이 있어줄 것만 같았던 어제의 기억 때문에, 미아는 밤낮으로 비어있는 집에 대한 허전함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얽매여있기 싫어하던 세바스찬은 마치 끌려다니기라도 하는 듯, 파트너의 선택에 따라 움직여야만 한다.


출처 - 네이버


 미아는 홀로 1인 연극의 각본을 준비해 오며 잔뜩 긴장하고 불안한 상태다. 오랜만에 찾아온 세바스찬과 저녁을 즐기는 와중에도, 세바스찬이 건네는 질문들에 대해 대답하는 미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보다는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런 미아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던 세바스찬은 늘 그래 왔듯이 "잘 해낼 거야.", "분명 멋진 무대가 될 거야."라며 미아를 응원해 준다. 미아는 그런 세바스찬의 응원이 고맙지만, 오히려 지금은 그에게 묻고 싶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건 네가 바라던 거야?"


 자신보다도 남에게 꿈과 열정을 토로하며 '꿈'을 이루기를 열망하던 세바스찬이었다. 하지만, 세바스찬이 원하던 재즈와 그가 지금 선택한 밴드의 특징은 달랐다. 심지어 본 무대에서는 놀리기라도 하듯이 세바스찬의 모습을 가리는 댄서들도 있었다.


 미아는 정말로 세바스찬이 꿈을 포기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뿐이었다. 세바스찬은 미아가 잘 해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걱정과 호기심은 꿈을 포기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일을 해야만 했던 '루저'들에게는 너무나도 불편한 잔소리와 같았다.


 돈이 없이 오로지 꿈만 좇는 사람이기 싫어 자신의 꿈을 밀쳐둔 것뿐이고, 끊임없는 도전에도 계속해서 실패한 탓에 자신에게는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닌가 자책한 것뿐이었다.   


출처 - 네이버


 가을. 사 계절 중 가장 풍족한 계절이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자연이 지금의 겉모습을 벗겨내는 시기다. 노랗게 익은 나뭇잎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그동안의 모든 시간과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시기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붉은빛 세상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쓸쓸하면서도 포근한 계절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도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예술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그 꿈을 포기하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다. 세바스찬도 미아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Fall'. 가을과 함께 맞이해야 했던 '추락'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절대 서로를 비난하고 싶은 게 아니었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날카로운 송곳이 서로에게 향했다. 더 이상 열을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던 오븐처럼, 너무 오래 구워진 탓에 다 타버린 빵처럼, 이 둘의 사이는 너무 오랜 공백과 책임감에 지쳐 추락하고 말았다.    



너의 인생에 힘이 되어준 나의 한 마디



 사랑하는 연인으로서, 같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세바스찬은 언제나 미아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매번 오디션에서 떨어져 의기소침해하던 미아를 진심으로 응원해 줬고, 처음으로 만든 1인 연극을 연습할 때도, 우연히 찾아온 오디션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미아를 격려한 것도, 모두 세바스찬이었다. 세바스찬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표현해 줬다.   


 미아도 그런 세바스찬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본인이 관심 갖지 않던 재즈에 관심을 가지면서 차츰 그의 말에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곁에 있어주면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함께해 왔던 시간들이 너무 좋았고, 그렇게 보낸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도 서로 해오고 있는 일이 정말 자신들이 원하는 일이 맞고,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질 않아 본인도 모르게 상대에게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다. 사실 그 서운함은 걱정 때문에 생긴 사소한 감정임에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괜히 소리를 지르며 상대를 밀어붙였다.


 힘이 될 수 있는 말 한마디는 정말 사소한 표현이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바스찬은 늘 그런 식으로 미아에게 응원으로서 표현해 줬다. 조금은 고독하고 외로울지라도, 세바스찬은 묵묵히 미아의 곁에서 힘써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응원에 미아가 응답해 줬다.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오디션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출처 - 네이버


 오디션을 마친 뒤, 두 사람은 밴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미아는 이번에도 자신이 잘했다고 말하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세바스찬은 언제나 그랬듯이 분명 잘 될 거라는 말로 미아를 위로한다.


"만일 당신이 캐스팅이 된다면...."


"만약에 된다면."


"분명 될 거예요. 그렇다면 당신은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해요. 모두 당신의 꿈이잖아요."


"그럼 당신은요."


"여기 머물면서 만의 공간을 만들 거요."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를 걱정해 주고 격려해 줬다. 잠깐 동안의 아픔과 방황으로 꿈의 방향도 잃어버리고 사랑의 깊이도 잊어버린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은 연민 때문에, 그리고 사랑 때문에, 공통된 감정으로 관계를 이어왔다. 위로와 응원으로 해준 말 한마디도 모두 진심이었고, 그들이 서로에게 해준 행동들도 서툴렀어도 모두 진심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한마디. 네가 나에게 해준 말 한마디. 나의 인생에 힘이 되어준 너의 한마디. 그리고 너의 인생에 힘이 되어준 나의 한마디. 사소하지만 꼭 필요했던 말 한마디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다.


출처 - 네이버


 시간이 흐른 뒤에 각자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만나게 된다면, 두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될까. '그때 네가 해줬던 말 한마디 덕분에' 지금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너무 고마웠다고. 비록 이번에는 말로 다 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스쳐 지나는 눈빛으로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이 영화를 리뷰하면서 내 친구가 떠올랐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도 연락 끊은 상태여서 그의 안부를 알 수 없지만, 그 친구도 음악에 대해 진심을 보이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친구였다. 그의 재능은 뛰어났고, 그가 가진 목표도 컸기에, 나는 그가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 친구와 이 영화를 함께 보면서도, 그 친구는 눈물을 흘릴 정도였으니까.


 어쩌면 똑같이 음악과 예술을 좋아한 미아와 세바스찬과 같이, 꿈과 현실 사이에서 힘들어하던 친구도 주인공들을 보며 그들의 심정에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그 역시, 음악을 반대하던 주변 사람들로 인해 힘들어했으니까.


 비록 지금은 만날 수 없더라도,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해 잠시 이별해야만 했던 미아와 세바스찬 같이, 그도 잠시 동안만 자신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떠난 것이길 바란다.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던 모습을 하고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이 영화와 이 리뷰가 다시 한번 그 친구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그 친구처럼 예술과 꿈을 위해 힘겹게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꼭 자신이 원하모습을 이루는 '성공'을 해냈으면 좋겠다.





출처 - 네이버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