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내용의 콘텐츠들을 소비한다. 영화를 해석하는 사람들, 애니메이션을 두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 등 미디어 콘텐츠의 세상은 단편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느낀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서 이러한 것들을 느꼈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서 몇 가지 의미를 해석해 봤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어떻게 흘러갈까.', '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매력적인 거 같다.' 하나의 콘텐츠에서 도출되는 반응들은 천차만별이며 다양하기 그지없다. 창작자가 명확하게 의미를 제시하지 않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창작품을 두고서 자신이 느낀 점을 정리하여 타인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러한 행위들 속에서 주고받는 의견들은 결국 '개인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과 의견이 같은 사람들과 이러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주고받는다면 그것이 곧 진실이 된다. 현재 유튜브를 통해서 생성되는 수많은 콘텐츠들 속에는 이러한 '개인의 의견'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독자들은 영상 창작자의 의견을 수용하고 공감을 표하는 게 현대 미디어 세상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단 하나의 의견만 존재할 수 없다. 저 사람의 의견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결국 나의 의견도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같은 콘텐츠를 보고도 서로의 의견이 평이하게 나뉜다면, 양측 의견 모두 긍정적으로 수렴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생각이 현대 대중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혀있다.
한 번쯤은 유튜브를 통해 특정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리뷰 영상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해당 영상의 창작자는 자신이 가진 정보와 가치관을 반영하고 영화가 말하는 이야기를 정리하여 '이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시청자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이러한 형식의 영상들은 특정 콘텐츠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만들어지게 되고 동일한 주제임에도 수 없이 많이 만들어지게 된다. 시청자, 즉 소비자들은 그 영상들 중 하나를 골라 시청함으로써 해당 콘텐츠가 나에게 긍정적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줬다면 긍정의 반응을 남기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과감하게 닫아버린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은 골라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돌아서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의 의견이 맞다면 나의 의견 역시 맞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부터 미디어의 세상은 난폭하게 변질되어 버렸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말을 듣는 서로는 상대의 의견을 두고서 '아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인정하거나, '저 의견이 이해가 안 가는데?' 하면서 되묻거나 이의를 제기한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이자 상대에 대한 배려다. 하지만, 인터넷 세상의 대화는 결코 대화가 아니게 돼버렸다. 상대방이 내세우는 의견을 '저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이다.'가 아니라 '저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사실처럼 말하고 있다.'라고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반응은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지 못하며, 상대방이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봄으로써 그 자체를 비난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영상의 내용을 비난하지만, 결국 그 영상을 만든 영상 창작자에게 반향을 틀어 그를 비난하기도 하며, 영상 속 일부 키워드를 가지고서 확대 해석하여 해당 영상 내용의 본질을 흐리는 모습들도 보이고 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게 반대의 의견을 내세우는 건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만, 이 글에서 지적하는 건, 그러한 관계를 사전에 차단하고 맥락을 흐리는 '꽤 많은 수의 악플들'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다르다면 그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가 바로 이 악플들의 의미이자 현대 인터넷 네티즌의 어두운 이면이다. 이는 비단 영화와 관련된 영상 콘텐츠뿐만이 아니다. 뉴스 영상, 드라마 영상, 심지어는 개인의 일상이 담긴 영상들과 이들 내용을 담은 블로그, 인터넷 기사에도 뻗어있다.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것이 결코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자유가 결국 통제력을 없애고 개인의 자재력마저 망각시키고 있다. 자유를 활용하여 움직이고자 한다면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한다. 개인이 방향을 정하지 않고 내지른 무분별한 비난과 욕설은 결국 누군가가 보게 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일을 저질러버렸고 그로 인해 불특정 누군가가 큰 상처를 입어 생명의 위험이 발생한다면, 그들(악플러들)은 눈을 막고 귀를 닫아버린다. 인터넷 세상에서 이 자유가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를 내세우며 칼을 휘둘러도 된다는 건 결코 아니다. 이렇게 의미 없는 비난을 일삼는 이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
"부디 책임감 없는 폭력의 위험성과 자기 행동의 책임감을 깨우쳐 타인을 공격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의 처신을 잘 헤아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