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물 한 모금을 마신 나는 자연스레 화장실로 발을 옮기고, 다시 자연스레 부엌으로 발을 옮긴다.
부엌 한편에 자리 잡은 커피포트에 물을 채우고,
"탁"
"보글보글"
부엌 구석 자리에 있는 믹스커피를 하나 꺼내 작은 컵에 쏟아 붙는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 한잔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졌고, 없으면 허전함 마저 느끼게 됐다.
문득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서 커피를 너무 자주 드시는 모습을 보고선 몸에 좋지 않다고 소리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카페인을 자주 먹는 건 몸에 좋지 않다.'
학교에서 배웠던 이 말은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로 바뀌면서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제는 부모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무 자주 마시는 거 아니니?"
"....."
어린 시절 내가 가지고 있던 커피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들.
어린 나의 눈에 보였던 커피라는 존재의 위험성.
어린 나의 머릿속으로 들어온 커피라는 존재의 무서움.
이제는 그것들이 모두 나의 몸으로 녹아 스며들어버렸다.
고등학생 때 처음 마시기 시작한 커피의 첫 느낌은 너무나 쓰면서도 단 맛이 나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상한 맛에 익숙해져 너무나도 자연스레 마시고 있다.
커피를 마음대로 마시는 것은 내가 성인이 된 이후 느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자유 중 하나다.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보는 시간이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어린 시절에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이 이제는 나의 몇 안 되는 행복으로 뒤바뀐 아이러니 하면서 씁쓸한 이 마음을 짧게나마 글로 남겨본다.
커피 한잔을 다 마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