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의 생성 • 소멸 • 변경 | 권리의 행사 및 포기 | 무권리
권리는 생성되고, 소멸되고, 그 주체나 내용이 변동되기도 한다. 각 작용은 독립적으로 나타나면서, 경우에 따라 동시에 일어난다. 가령 한 당사자의 권리가 소멸되면 곧 다른 사람이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이는 권리 주체의 변경이라고 볼 수 있다.
권리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소유권이 있다. 나무에서 사과를 땄을 때, 사과는 내 것이 되고 사과를 먹거나 타인에게 팔거나 잠시 보관할 수도 있다. 소유권은 목적물을 자유롭게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물건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권리이다. 소유권은 선점, 습득, 발견, 취득시효, 첨부 등에 의해 취득된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의 취득과 관련하여, 점유자가 부동산을 평화롭게 20년 동안 점유하거나, 등기가 된 상태로 10년 동안 점유하면 소유권이 생긴다.
권리 중 채권은 변제, 공탁, 상계 등의 방법으로 그 목적이 달성되면 소멸한다. 물권의 경우 집이 철거되는 것처럼 물건이 소멸하면 그 대상물의 물권도 소멸한다. 또한 물권 중 유치권은 부동산의 점유를 잃은 때 소멸한다. 나아가 권리는 보통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데, 그 기간이 지나버리면 권리가 소멸한다. 기간이 지나 소멸했던 권리는 다시 부활하기도 하며, 가령 소멸시효의 포기나 형사소송에서 상소권회복이 그 예이다.
권리는 권리의 주인이나 목적물 등이 변하는 경우 변동한다. 이렇게 권리가 변동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돈이 흐른다. 권리 변경의 예로는 우선 채권양도가 있다. 채권양도란 채권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채권의 귀속 주체를 변경하는 것이다. 채권을 양수받았다는 사실을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대항요건을 갖추어야 한다(채무자에게 통지, 혹은 채무자의 승낙). 한편 물권과 관련하여, 법률에 의한 물권변동은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규정에 의한 것이 있다(민법 제187조). 특히 법률행위에 의한 물권변동은 부동산 등기가 마쳐져야 한다(민법 제186조).
회사법에서 권리의 변동에 관한 쟁점으로는 주식양도와 영업양도가 있다. 주식양도는 ㉠주식양도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와 ㉡주권의 교부 (제336조 제1항)로써 이루어진다. 영업양도란 영업재산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계약이다. 이때 영업재산은 회사의 기계나 공장부지처럼 각각의 재산이 아니라,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의미한다.
행정법의 영역에서도 권리의 변동이 문제되는데, 지위승계신고와 허가의 승계 쟁점이 있다. 행정청의 허가를 받아서 영업을 할 수 있는 영업을 양도하는 경우, 양수인은 행정청에게 지위승계신고를 하여야 한다. 이때 지위승계는 영업양도인에 대한 사업허가를 취소하는 것과 영업양수인으로 사업허가자를 변경하는 행위가 합쳐진 것이다. 특히 허가영업이 양도된 경우, 양도인의 위법행위를 이유로 양수인에 대해 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판례는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가 양수인에게 이전되므로 양수인에 대한 제재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권리를 행사할 때에는 성실하게 하여야 하며, 권리를 남용해서는 안된다. 권리 남용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해당 권리를 사회에서 인정하고 보호하는 취지를 고려한다. 나아가 권리의 남용과 관련하여 회사법의 영역에서 대표권 남용의 법리가 있고, 소송법에서는 소권남용금지의 원칙이 있다. 특히 소권남용금지의 원칙이란, 사법절차를 사사로운 이익만을 위하여 함부로 사용하거나 그 절차를 남용하여 부당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형사법의 영역에서는 방어권 남용 금지의 법리가 있다. 형사재판에서는 자기부죄금지의 원칙에 따라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어권을 남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가령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하여 타인을 교사하여 위증죄를 범하게 하는 것은 방어권을 남용하는 것이어서 교사범의 죄책을 부담한다(판례). 그리고 피고인과 변호인이 재판 중에 법정에서 무단으로 나가버리는 경우, 방어권남용설을 따라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330조), 증거동의가 의제된다(형사소송법 제318조 제2항).
마지막으로 공법에서 헌법상으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하고,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헌법 제23조 제2항, 제3항). 국토이용관리법은 이러한 헌법상의 원리가 법률로 나타난 것인데, 토지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되면 그 땅을 함부로 개발할 수 없다. 나아가 행정법에서 행정청이 공권력을 행사할 때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행정기본법 제12조). 가령 행정청이 시민에게 어떤 법적 권리관계에 대해 신뢰를 주었다면, 그 시민의 신뢰를 보호해주어야 한다. 한편, 시민이 행정청에게 어떤 사항을 요구할 때에도 역시 권리남용금지원칙이 작동한다. 가령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 오로지 공공기관의 담당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구고등법원 2014. 12. 5. 선고 2014누5652 판결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즉 주관적으로 정보공개의 청구가 정보공개법에서 추구하는 국민의 알권리와 상관없이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이라면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공개청구라고 할지라도 그 권리행사 자체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법원도 권리남용의 근간인 신의성실원칙에 따라 재판하여야 하고, 당사자의 권리행사가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두고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 추가를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권리는 나에게 유리한 것이지만 포기할 수 있다. 그런데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일반적인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의도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가령 전세권의 포기가 원칙적으로 전세금반환채권의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판례). 또한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는 경우,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판례).
나아가 권리의 성질 자체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인지청구권과 같은 신분상의 권리나 증거물의 환부청구권과 같은 공권 중 일부는 포기할 수 없다. 인지청구권이란 생부 또는 생모에게 친자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권리이다. 환부청구권이란 형사재판에서 증거물의 소유자가 물건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권리이다.
한편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이 증거동의를 하는 것은 곧 반대신문권의 포기를 뜻한다(형사소송법 제318조). 증거동의란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증거가 유무죄의 다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동의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만약 증거를 부동의하면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각 증거의 증거능력을 다투게 된다.
권리가 없는 상태는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가령 무권리자가 권리자처럼 행동할 때 여러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대리권이 없는 자가 대리권자처럼 행동하면 협의의 무권대리와 표현대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나아가 권리가 없는 자가 권리자처럼 물건을 처분할 때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의 법리가 작동한다.
다른 차원의 무권리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세상에 그런 권리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소송법에서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의 경우, 당사자들에게는 이송신청권이 없고 법원의 이송에 대한 결정을 따라야 한다. 한편 국회구성권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대의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 제39조(즉시항고)
이송결정과 이송신청의 기각결정(棄却決定)에 대하여는 즉시항고(卽時抗告)를 할 수 있다.
[전원재판부 96헌마186, 1998. 10. 29.]
대의제 민주주의하에서 국민의 국회의원 선거권이란 국회의원을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의하여 국민의 대표자로 선출하는 권리에 그치며 ... 유권자가 설정한 국회의석분포에 국회의원들을 기속 시키고자 하는 내용의 “국회구성권”이라는 기본권은 오늘날 이해되고 있는 대의제도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인정될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