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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연 Jha Eon Haa May 13. 2023

주체와 존엄 2 - 두 눈을 스스로 찌르는 자의 존엄

존엄 | 능력 | 책임

1) 개관


 오이디푸스 왕은 운명의 장난으로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두 눈을 찔러 자신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본인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인격(Person)이란 그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돌리는 것이 가능한 주체를 말한다. … (감성으로부터 오는) 자연적 장애가 클수록, (의무로부터 오는) 도덕적 장애가 작을수록, 그만큼 선행은 더 큰 공적으로 쳐진다.”

      -임마누엘 칸트, 윤리형이상학


 존엄한 인간은 생을 누릴 수 있는데, 살인죄는 이를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범죄이다. 또한 인간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폭행 및 협박으로 이를 강요할 때 강간 등의 죄가 성립된다. 나아가 인간의 자유로운 행동 및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강요죄나 감금죄이다. 이렇듯 인간의 존엄 및 자유를 제한하는 죄들을 자유에 관한 죄라 부른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며, 특히 징역은 범죄자를 억지로 감옥에 가두고 삶의 일부분을 사회와 격리되어 살게 한다. 한편 그 벌이 인간의 존엄성의 중추라 할 수 있는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 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형제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 중 하나이다.


사형제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어둠 속의 댄서, 라스 본 트리에(2000)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부터 기본권을 갖는다. 이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을 제정하여 집행하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법을 통해 기본권을 제한할 때, 그 제한의 정도나 수준은 기본권의 성질이나 각 사안에 따라 차등을 둔다.  

 인간은 존엄하나 사회구조적 모순 때문에 모든 이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 그래서 헌법이나 기타 법률의 편면적 강행규정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


헌법 제32조

①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ㆍ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④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ㆍ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⑤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강행규정)

이 법에 위반된 약정(約定)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2) 능력


 사람은 여러 능력을 갖는다. 법학에서 다루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권리능력, 의사능력, 행위능력 그리고 책임능력 등이 있다. 권리능력이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의사능력이란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행위능력이란 스스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책임능력은 항을 달리하여 살펴본다.


민법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소송법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주체의 능력으로는 당사자능력, 소송능력, 그리고 변론능력이 있다. 당사자능력이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일반적 능력이다. 소송능력이란 유효한 소송행위를 하거나 받을 수 있는 능력이며, 소송무능력자의 소송행위는 무효이다. 나아가 변론능력이란 재판에서 필요한 진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가령 형사소송의 상고심에서는 변호인만이 변론능력이 있다.


대법원 2006. 6. 2.자 2004마1148,1149 결정 [공사착공금지가처분]

도롱뇽은 천성산 일원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양서류로서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3) 책임

(1) 공법상의 책임

 법에서 사람이 책임을 질 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적정한 수준'만큼만 책임져야 한다. 특히 헌법 제13조 제3항 연좌제금지 원칙은 자기 책임의 원리를 규정한다. 한편 대법원은, 친일재산은 취득 · 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국가의 소유로 한다고 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3조 제1항 본문이, 연좌제 금지원칙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헌법 제13조

③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다26831,26848,26855,26862 판결 [친일파재산 판결]

친일재산은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 시에 국가의 소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만, 진정소급입법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신뢰보호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에는 허용될 수 있는데,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일반적으로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던 예외적인 사안이고, 진정소급입법을 통해 침해되는 법적 신뢰는 심각하다고 볼 수 없는 데 반해 이를 통해 달성되는 공익적 중대성은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위 귀속조항이 진정소급입법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위 귀속조항은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1 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민법 등 기존 재산법 조항의 해석 및 적용에 의존하는 방법만으로는 친일재산의 처리가 어려운 점에 비추어 적절한 수단이며, 사안이 중대하고 범위가 명백한 네 가지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자의 친일재산으로 귀속대상을 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친일반민족행위 후에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자 등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결정한 자에 대하여는 다시 예외를 인정하여 귀속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은 그 재산이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 국가귀속을 막을 수 있고 선의의 제3자에 대한 보호 규정도 마련되어 있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고,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므로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친일재산 보유를 보장하는 것 자체가 정의에 반하므로 위 귀속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 자신의 경제적 활동으로 취득하게 된 재산이나 친일재산 이외의 상속재산 등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연좌제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


 나아가 행정법의 영역에서 국가는 국가책임을 진다. 국가책임이란 공무원의 적법 또는 위법한 행위로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경우 국가가 그 피해를 보전하는 것이다. 적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손실보상이, 위법한 행위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 나아가 행위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행위책임이란 특정인의 행위에 의하여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위해방지를 위한 조치는 그 행위자에게 가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도로에 낙석이 발생했을 때, 바위가 떨어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있으면 그 자가 낙석에 의한 피해보상과 원상회복을 위한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


(2) 형사상 책임

 형법에서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 이 원칙은 법치국가의 원리, 헌법 제10조, 그리고 죄형법정주의를 토대로 한다. 나아가 존엄한 인간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므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형사절차의 견지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진실의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에 기인한 경우에는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참작할 수 있다(판례).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피고인의 진술거부권)

① 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②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제1항과 같이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


(3) 민사상 책임

 민법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더라도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 그리고 책임이 있더라도 과실의 크기만큼만 손해를 배상 하면 된다. 나아가 만약 손해를 입은 측에도 과실이 존재하면 과실상계를 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피해자의 잘못을 고려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판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측의 사정을 고려하는 또다른 법리로는 위험에의 접근 법리가 있다. 즉 스스로 위험에 접근하여 손해를 받았다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한 사정을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고려한다.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다13569, 판결

소음 등을 포함한 공해 위험지역으로 이주하여 거주하는 것이 위험의 존재를 인식하고 피해를 용인하면서 접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 가해자의 면책을 인정할 여지가 있는지 여부(적극)


 회사의 경우 양벌규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법인의 대표자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법인도 함께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는 법인의 활동이 주로 대표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법인이 개인보다 보유하는 재산이 많으므로 법인이 함께 책임을 질 때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손해배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라는 주체는 많은 사람과 재산이 모인 집단이며, 그 활동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회사와 관련하여 여러 책임들이 존재한다. 우선 회사의 설립 과정에서 설립관여자의 책임이 있다. 회사를 설립하는 데에는 여러 절차를 지켜야 하는데, 이를 해태한 경우 발기인의 책임, 유사발기인의 책임, 이사 등의 책임을 물어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회사를 경영하는 이사가 법을 어기면서 잘못 회사를 운영한 경우,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제3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


(4) 소송법상 책임

 소송법의 영역에서 증명책임이란, 주장을 하는 자에게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는 책임이다. 증명책임은 정책적으로 완화되거나 전환되기도 한다. 민사법에서 증명책임은 법률요건분류설이라는 기준으로  정한다. 또한 형사법에서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하는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나아가 행정법에서 행정행위에 취소사유가 있다는 점은 원고가 주장해야 하고, 무효가 아니라는 점은 행정청이 입증해야 한다(자세한 내용은 '증거' 파트에서 살펴본다).


(5) 책임주의의 예외

 법에서는 책임주의의 예외도 존재한다. 가령 특수한 요건이 충족되면,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도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의 발동이라 하며, 구체적인 요건으로는 ㉠중대하고 현존하는 위험, ㉡다른 방법으로는 위험방지가 불가능, 그리고 ㉢기대가능성 이 있다.

 또한 민법의 불법행위책임 중 사용자책임과 공작물책임은 무과실책임이다. 우선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이란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사용자(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나아가 민법 제758조 공작물책임이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가령 간판이 떨어져서 행인이 다침), 원칙적으로 공작물의 점유자가 책임을 지고, 점유자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 공작물의 소유자가 과실 유무에 상관없이 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63019, 판결

민법 제756조에 의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은 피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이고, 같은 조 제1항에서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사용자책임에서 사용자의 과실은 직접의 가해행위가 아닌 피용자의 선임·감독에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피용자의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배제하여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고의의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민법 제496조의 적용을 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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