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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연 Jha Eon Haa May 09. 2023

주체와 존엄 1 : 주체

사적 영역에서의 주체 | 공적 영역에서의 주체 | 법률관계에서의 주체

   법학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등장하는데, 크게 세 개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 1)사적 영역에서의 주체, 2)공적 영역에서의 주체, 그리고 3)법률관계에서의 주체. 또한 자연인 한 명이 단위가 되는 주체와 여러 사람이 모인 형태로 행위하는 주체가 있다. 특히 사람들이 모인 주체의 경우, 그 결속력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단체성) 다르게 취급한다.


 나아가 자본주의가 점점 발전하여 더 큰 규모의 영업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라 더 큰 책임을 지는 경제 주체가 필요하다. 이에 사람과 사람이 산술적으로 모인 상태가 아닌, 법인(주로 주식회사)이라는 개념 상의 주체가 등장한다.


  법에서 여러 차원의 주체가 등장하지만 가장 중요한 주체는 자연인이다. 법은 인간이 존엄하다는 대전제 하에서 작동한다. 인간은 자유롭게 행동하고 그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존재이므로 존엄하다.


1) 사적 영역에서의 주체

(1) 사람 : 자연인, 미성년자, 제한능력자, 외국인

 자연인은 존재 자체로 존엄하며, 기본적 권리를 누리고 자유롭게 법률행위를 한다. 한편 자연인이 자유롭게 행위하기 위해서는 일정 '나이'에 도달해야 한다. 이 외에도 나이는 법의 여러 쟁점에서 기준이 된다. 가령 재판에서 16세 미만인 사람은 증인으로 신문을 할 때 선서를 할 수 없다.



 반면 나이가 아닌 능력이 기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선 후견제도란 친권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성년자나, 장애·질병·노령 등의 사정으로 사무처리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나아가 재판에서 증언능력은 나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따져 증인의 증언능력을 판단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들이 있는데 이를 기본권이라 한다. 기본권 중에서 행복추구권, 평등권, 자유권 등은 자연인이 누리는 핵심적인 기본권들이다.

 자연인의 신체와 관련하여, 피나 장기 등이 몸으로부터 적출되면 민법상의 물건이 된다. 나아가 형사법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추행에 있어 신체 부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판례). 그리고 장애인에게 의족은 신체의 일부가 된다.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0991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의족을 착용하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甲이 제설작업 중 넘어져 의족이 파손되는 등의 재해를 입고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의족 파손’은 요양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에서, 업무상 사유로 근로자가 장착한 의족이 파손된 경우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의 부상에 포함된다고 한 사례


 마지막으로 자연인 중에서 외국인은 한국인으로서의 기본권(선거권, 공무담임권 등)을 누리지 못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인격권, 생명권 등)은 누릴 수 있다.


(2) 사람 + 사람 : 조합, 비법인사단, 법인


개별적인 자연인이 아닌, 사람들의 모임이 별개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① 민사

 민법상 조합, 비법인사단, 법인 사람과 사람이 더해진 상태가 아니라, 그 집단 자체가 새로운 주체이다. 그리고 조합, 비법인사단, 법인 등은 대표자나 대표이사, 주주총회처럼 해당 주체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 이나 기관에 의해 행동한다. 그 사람의 행위는 전체의 행위로 본다. 나아가 법인 등은 개인의 의무와는 다른 차원의 사법상 의무와 책임을 질 수 있다. 


민법 제59조(이사의 대표권)

① 이사는 법인의 사무에 관하여 각자 법인을 대표한다. 그러나 정관에 규정한 취지에 위반할 수 없고 특히 사단법인은 총회의 의결에 의하여야 한다.

② 법인의 대표에 관하여는 대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특히 법인은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는 주체이지만, 법률관계에서는 권리와 의무의 주인이 된다. 법인은 이윤을 내는 행위를 하며, 인격권 등 기본권 중 일부를 갖는다. 나아가 법인은 범죄능력이 없지만 형벌능력은 인정된다. 따라서 대표이사가 사기 등의 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법인이 그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법인에게도 생과 사가 있다. 법인을 설립하고 등기를 하는 것을 법인의 탄생으로 볼 수 있겠고, 법인의 죽음은 폐업, 해산 및 청산절차이다.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자연인에게 파산과 회생절차가 있듯이 법인에게도 해당 절차가 적용된다. 법인에 관하여는 회사법 내용을 따로 다루면서 더 알아본다.

  조합은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결합한 상태이다. 비법인사단은 사단의 실체를 갖추었으나 법인이 되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않은 주체이다.


[대법원 1999. 4. 23., 선고, 99다4504, 판결]

 조합은 2인 이상이 상호간에 금전 기타 재산 또는 노무를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관계에 의하여 성립하므로 어느 정도 단체성에서 오는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지만 구성원의 개인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인적 결합체인 데 비하여 비법인사단은 구성원의 개인성과는 별개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독자적 존재로서의 단체적 조직을 가지는 특성이 있다 하겠는데, 어떤 단체가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사단적 성격을 가지는 규약을 만들어 이에 근거하여 의사결정기관 및 집행기관인 대표자를 두는 등의 조직을 갖추고 있고, 기관의 의결이나 업무집행방법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하여 행하여지며, 구성원의 가입, 탈퇴 등으로 인한 변경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되고, .. 재산의 관리 기타 단체로서의 주요사항이 확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② 형사

  형사법에서 개인보다 더 큰 단위의 주체가 문제 되는 경우로 우선 공범이 있다. 공범에 대해서는 [관계] 장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특히 범죄의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더 위협적이고, 한 사람이 하는 행동보다 더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형법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는 행동을 가중 처벌한다[ex) 특수폭행(형법 제261조) 등]. 나아가 폭처법에서는 조직 폭력 단체처럼 단체를 구성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화하여 처벌한다. 그리고 ‘단체’를 이루지 못한 조직적인 집합을 ‘다중’이라 부른다.


-단체 : 공동목적을 가진 다수인의 계속적 • 조직적 결합체

-다중 : 단체를 이루지 못한, 집단적 위력을 보일 수 있는 집합. 동일 장소에 현실적으로 집합되어 있어야한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단체등의 구성ㆍ활동)

①이 법에 규정된 범죄를 목적으로한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그러한 단체 또는 집단에 가입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벌한다.

1. 수괴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 그외의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나아가 앞서 살펴보았듯이 법인에게도 형벌능력이 인정된다. 그리고 행위자와 더불어 법인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법인은 법인의 재산과 책임으로 그 죄값을 치르게 된다.


[2019헌가25]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94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 가운데 ‘제81조 제1호, 제2호 단서 후단, 제5호를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94조 중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 가운데 ‘제81조 제1호를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공적 영역에서 주체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은 겉으로 보이기에 다른 사람과 다를 것이 없지만, 공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는 자연인이 아닌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다.

 이 공권력은 국민으로부터 기원하는데, 현대국가의 틀을 갖추고 시민으로서 살아가고자 국민들이 몇몇 사람들에게 국가의 일을 맡긴 것이다. 이러한 국가기관 및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들은 특별한 권한을 갖지만, 반대로 정당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노동운동을 못하는 등 기본권의 제한을 받는다. 또 뇌물죄와 같이 공무원에게만 성립되는 죄로 처벌을 받는 등 무거운 책임을 진다.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사회계약론


(1) 헌법기관, 행정주체

 국가는 시원적 행정주체이며,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행정부로 구성된다. 나아가 헌법기관이란 헌법에 의해 구성된 국가기관을 의미한다. 헌법기관은 헌법에 정해진 권한과 의무를 수행하며, 그 구성도 헌법으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법률 등으로 기관을 폐지할 수 없다.

 현행 헌법상 규정된 헌법기관에는 국회(국회의원), 정부(대통령, 행정부), 법원(대법원과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가원로자문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대법관회의 등이 있다.

 법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행정법원, 가정법원, 군사법원, 회생법원, 특허법원 등이 있다. 그리고 법원의 관할은 토지, 사물, 그리고 심급으로 나뉜다. 나아가 법률이나 공권력의 행사가 헌법에 위배 되는지 등을 판단하는 헌법재판소가 있다.


(2) 사람 : 대통령, 검사, 법관, 공무원, 행정기관(행정청) / 공무수탁사인, 변호인 • 대리인 / 참정권 등을 행사하는 국민

 앞서 언급하였듯이 선출직 공무원과 직업공무원 등은, 그가 맡은 역할을 수행할 때 그 자신으로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가 된다. 이 주체들은 공동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되며, 그래서 더 많은 정보와 권한이 주어진다. 나아가 해

  한편,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더라도 재판 중이거나, 공무를 이행하거나, 직업이 공적 사무와 관련된 경우가 있다. 공무수탁사인, 변호사 등이 그 예이다. 특히 국민이 참정권이나 청구권, 사회적 기본권을 행사하거나,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는 상황에서는 공적인 존재이다. 이렇듯 공적 상황에 놓여 행위하는 주체는 평소 개인적인 상황과는 다른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3) 사람 + 사람/물질 : 공공기관, 공공단체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 중 인적  물적 자원이 합쳐진 형태의 기관도 있다. 여러 합의체들과 공공기관, 공공단체 등이 그 예이다. 구체적으로 공공기관이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의 요건에 해당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한 기관을 의미한다. 공공단체에는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합, 영조물 법인 등이 있다. 이 중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로 구성된다.


(4) 정당

  정치적 의견을 개진할 때, 한 사람의 의견보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면 더 강력하다. 정당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주체이다. 정당이란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국민의 자발적 모임이다. 정당은 사람들의 가치판단과 결정이 정치로 이어지도록 하는 정치적 도관의 역할을 한다. 이렇듯 정당은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라에서 보조금을 받는다. 한편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 특히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서만 해산될 수 있다(헌법 제8조 제4항).


헌법재판소 2014. 12. 19. 선고 2013헌다1 전원재판부 [통합진보당해산]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에 내포된 중대한 위헌성, 대한민국 체제를 파괴하려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 피청구인 구성원에 대한 개별적인 형사처벌로는 정당 자체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 등 해산 결정 외에는 피청구인의 고유한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 점, 그리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 민주주의의 다원성 보장이라는 사회적 이익이 정당해산결정으로 인한 피청구인의 정당활동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 제약이나 다원적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하여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청구인에 대한 해산결정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가해지는 위험성을 실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법으로서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법률관계에서의 주체

(1) 법률관계에서의 당사자 : 원고, 피고, 피고인, 참가인, 이해관계인, 당사자

 자연인이 법률 관계의 주인공, 법적 절차를 받는 당사자가 되면 특정한 이름으로 불린다. 민사소송에서는 원고와 피고로 부른다. 원고가 소를 제기한 사람이고 피고는 소 제기를 당한 사람이다. 형사재판에서 검사의 기소를 받은 자를 피고인이라 한다. 피고인은 엄격한 증명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나아가 행정청이 행정행위를 할 때, 그 처분의 대상이 되는 자를 당사자라고 부른다.

 소송에서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 법률관계로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다. 가령 어떤 이가 타인의 물건을 사고 그것을 달라는 소를 제기 하였는데, 해당 물건의 실제 주인이 따로 있는 경우가 있다. 혹은 어떤 이가 공사를 짓는 허가를 관청에서 받았는데, 그 공사가 달갑지 않은 주변 거주민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을 이해관계인이라고 부르고, 참가인이 되어 그 소송에 참가할 수 있다.


(2) 기준: 추상적 개념(과실, 위험성)이나 내심(선의, 악의)을 판단할 때

 법에서 과실 • 위험성 • 상당성 등의 추상적인 개념이나, 선의 • 악의 등 사람의 속마음을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주체 중 '일반인'은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① 추상적인 개념

 법학에서 과실(실수)을 설명할 때 ‘알 수 있었을 때’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알 수 있었을 때' 란 사회생활 상의 주의를 기울였으면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실수로 알지 못하고 잘못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 과실의 판단에는 사회생활상 필요한 수준으로 신경을 썼는지 여부가 중요하며, 이를 판단할 때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이 기준이 된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을 법에서는 ‘선량한 관리자’라고 부른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 하였다면, 설사 그 사람이 실수를 하였더라도 과실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나아가 어떤 직역에서의 과실을 판단할 때에는, 그 직역에 종사하는 일반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가령 의료사고가 발생하였는데, 그 의사에게 과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동종 업계의 일반적인 의사가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였을 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과실 뿐만 아니라 ‘위험성’도 같은 방법으로 판단한다.

 과실의 개념과 관련하여, 불법행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주의의무를 고려한다. 또한 채무불이행의 경우에서는 과실을 판단할 때 계약의 의미를 함께 고려한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의 요건이 되는 과실은 불법행위의 경우보다 더 넓게 인정된다.


② 내심

 나아가 일반인은 구체적 사안에서 당사자의 내심을 판단할 때에도 기준이 된다. 가령 법학에서 선의란 어떤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고, 악의는 어떠한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민법 제134조, 제139조, 제766조 제1항 등에 ‘안 때’의 개념이 등장한다.


민법 제134조 (상대방의 철회권)

대리권없는 자가 한 계약은 본인의 추인이 있을 때까지 상대방은 본인이나 그 대리인에 대하여 이를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당시에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특히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무신경한 처신으로 문제를 일으킨 경우, 그 사람은 모르고 행동했지만 몰랐던 점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여 악의와 비슷한 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를 중과실이라고 한다. 중과실을 판단할 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해당 문제의 상황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따져보는데, 이를 기준으로 해당 사건의 행위자의 과실을 결정한다.


 나쁜 결과를 일으키는 행동을 한 때, 모르고 그러는 것(선의)보다 알고 저지르는 것(악의)이 더 나쁘게 평가된다. 선의와 악의는 사람의 내면이라서 그 판단이 애매하므로 여러 간접증거를 사용한다. 또한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결정되었다면 이를 토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에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렇듯 형사재판의 결과가 민사상 악의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나아가 내심은 증거로 입증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그 입증책임의 분배가 중요하다. 가령 민법 제108조 제2항에 의하면, 제3자에게 선의가 추정되고 허위표시 매매의 취소를 주장하는 자가 제3자의 악의를 입증해야 한다. 또한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검사가 범의와 관련된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고의를 증명할 수 밖에 없다.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위의 내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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