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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연 Jha Eon Haa Apr 09. 2024

콘스탄틴 레빈의 고민과 포괄임금제의 유효성

2024. 2. 8. 선고 2018다206899 등


1. 빈티지 가구와는 달리 톨스토이의 소설은 신선하다.


금박을 입힌 정교한 목재가구라도, 150년이 지나면 원래의 빛을 잃고 먼지가 쌓인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소설은 고유한 빛을 간직하고 낡은 느낌이 없다. 과거 러시아의 측량 단위와 도구들이 등장하지만, 옛날의 농사법과 혼인제도가 나타나지만, 톨스토이의 소설은 신선하다. 이런 느낌을 '클래식은 영원하다'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일까?


작년부터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는데 이제 이야기의 반 정도까지 왔다. 회사에서 이혼사건을 처리하다가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려니 다소 심란하고 골치가 아팠다. 특히 이야기 앞부분에 알렉세이 카레닌은 안나의 불륜 사실을 알고 상심하는데, 이 부분을 읽기가 싫었다. 책 앞부분에서 막히니 읽는 속도가 더 느렸다. 지금은 위대한 소설가에 조금 반한 상태여서 속도가 빨라졌다. 어떻게 긴 소설을 쓰면서 한 챕터 당 길이도 비슷하게 맞췄을까? (러시아는 멋진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많은 국가인데, 지금은 비겁한 지도자 덕분에 전범국가 신세이다).


2. "어째서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찾으려 하지 않을까요?"라는 레빈의 고민


안나 카레니나는 안나가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안나의 사랑은 이 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인간의 한계, 관계, 젊음, 종교, 삶의 선택, 노동,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다룬다. 또한 사회적 격동기에 러시아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계급, 산업, 정치등에 대한 톨스토이의 통찰을 담는다. 요약하자면 이 소설은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리면서, 개인과 사회의 중요 쟁점들을 전부 보여준다.


특히 톨스토이는 러시아 농노가 해방되고, 사람들이 노동자와 고용자의 관계에서 일하며 사는 변화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의 이러한 고민은 등장인물 중 콘스탄틴 레빈을 통해 전달된다. 레빈은 스비야슈스키와 함께, 러시아가 유럽의 형식을 받아들여 근대화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레빈과 키티의 아름다운 모습.



그(스비야슈스키)는 말했다. "야만의 잔재인 원시공동체는 연대책임과 더불어 저절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농노제는 폐지되고 이제 남은 것은 자유로운 노동이지요. 그 형식은 이미 정해지고 주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날품팔이 농부, 일용 노동자, 소작농, 당신네들은 이런 것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유럽은 그 형식들에 불만을 품고 있어요."

"불만을 느끼며 새로운 것을 찾고 있죠. 그리고 아마 찾아낼 겁니다."

"그건 바로 내가 한 말이 아닙니까?" 레빈이 말했다. "어째서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찾으려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그건 철도를 놓기 위해 새로 방법을 고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 것들은 이미 고안되어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들이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면요? 어리석은 것이라면요?"

...

"실례지만, 당신은 노동자 조직문제로 유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습니까? ... 지금 유럽의 최고의 지성들이 이 문제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슐체-델리츠 학파 ...... 그리고 가장 자유주의적인 라살레 학파의 노동문제에 관한 그 모든 방대한 저술 ......, 뮐하우스 체제, 이러한 것들은 이미 사실로 존재합니다. 아마 당신도 알 텐데요."


-안나 카레니나 2. 민음사. 212~213p 재구성



위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은 17~18세기에 산업화가 시작된 후 근대화와 노동 문제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였다. 러시아 농노들은 1861년에 알렉산드르 2세의 칙령으로 해방되었고, 그 후로 러시아 제국은 많은 개혁이 진행되었다. 러시아는 이미 산업화와 근대화를 겪었던 유럽의 상황을 참고하면서, 러시아 사회에 더 맞는 제도는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다. 즉 유럽 및 러시아는 산업화와 근대화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지성인들이 더 나은 해답을 위해 토론했다.


한편 노동문제는 해결이 무척 어려운 쟁점이라, 고민을 하여도 완벽한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설령 100점짜리 해답을 찾지 못하였더라도, 유럽과 러시아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산업화와 근대화라는 큰 사회적 변화를 소화하였다. 그리고 더 나은 방향에 대하여 함께 고민했다. 사람들은 현재까지도 노동문제에 대한 현재의 해법에 '불만을 느끼며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3. 50년 만에 산업화 • 근대화를 마치고, 자살률 1위가 된 나라.


우리나라는 1945. 8. 15. 일제에서 해방되고, 약 50년 만에 산업화와 근대화를 마쳤다. 이렇게 빠른 성장이 가능하였던 원인은 정확히 알기가 매우 어렵다. 우선 우리나라 국민성이 성실하고 교육에 관심이 많은 점도 한 요인이 될 것이다. 또 독재정권을 거친 점, 북한과 이념대립이 있는 점, 재벌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기업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기적'이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과장된 표현에 그치지만, 한국의 성장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압축적으로 산업화와 근대화를 거치다 보니, 유럽과 러시아처럼 사회변동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할 수 없었다. 많은 사회적 병리현상이 나타났고, 1998년 IMF라는 국가적 위기도 직면하게 되었다. 사회에서 물질이 너무 중요해지고, 가족과 친척, 마을 공동체 등이 빠르게 와해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슬픈 사회가 되었다. 지금이라도 더 잘 사는 사회가 아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나누어져야 한다. 내일 총선일에 투표하는 것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4. 근로기준법 관련 최신판례: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계약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


최근 대법원에서 포괄임금제에 대한 판례가 선고되었다. 해당 판결에 따르면, 우선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으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나아가 포괄임금제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지 않은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 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와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이다. 만약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앞서 본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만약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이다. 그리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근로기준법의 해석과 적용은 '우리 입장에서'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근대화의 모델을 대부분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하였다. 그리고 콘스탄틴 레빈처럼,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입장에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우리에게 맞는 사회제도를 찾고, 그것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제정 및 적용도 위의 노력 중 일환이 된다. 근로기준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https://blog.naver.com/english94/221211793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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