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히즈만나

마의 3개월

by 최지훈

자영업자가 가장 버티기 힘들다는 오픈 후 3개월이 막에 다다르고 있다. 실로 마의 90일이었다.

아내는 미국 유학을 다녀와 한국에서 정부 기관과 기업체에 출강을 나가는 영어 강사였다. 나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일이라고 해봐야 공군 한 부대의 장교로 복무한 것 외에는 없는 사회생활 초년생이었다. 내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선후배동기들은 모두 금융권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희망했고 으레 나도 전역 후에 그 길로 가야한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랬던 우리가 배워본 적도, 아르바이트도 해본 적 없는 일에 용감하게 뛰어든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관성적으로 답습하여 행하는 인간의 본능을 따랐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처음 접하는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매일, 매순간을 긴장속에 지냈다. 디저트 한 개라도, 커피 한 잔이라도 정성스럽게 내어드리기 위해 레시피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과감하게 다시 만들었다. 짬이 나서 가게 뒷편 작업장에서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손님이 몰려와 마스크 속으로 밥 한 숟가락 집어넣고 안 씹는 척 씹어 먹어야 했다. 그러다 더 바빠져서 배고픔을 잊고는 남은 밥을 집에 싸가는 게 다반사였다. 몇 회차의 설거지가 끝나고 뒷정리를 마무리한 뒤에 포스기의 영업 마감 버튼을 누르면 그제서야 몸의 긴장이 풀렸다. 타이트한 3개월을 보내고 살은 10kg가 넘게 빠졌다.

뒤돌아보니 희망과 좌절과 환희가 교차하는 순간들이었다. 가정 회복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순수한 소망으로 시작한 히즈만나. 그러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벅차 회의감이 일렁일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늘 우리를 겸손하게 하셨다. 우리가 뭔가를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시기에 주님은 인간적인 생각을 무너뜨리고 당신의 일을 행하셨다. 정말로 만나를 내려주신 것이다.

3개월을 지나고 깨달은 것은 히즈만나를 준비할 때 깨달은 것과 같다. 나와 아내의 결론은 언제나 원점으로 향한다. 업장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 하나님이 부르신 청지기로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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