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히즈만나

예수 그리스도의 푯대

by 최지훈

사진을 찍었다. 에스컬레이터 위를 걸어보겠다며 아빠 품에서 빠져나간 주완이와, 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이 담겼다. 세차게 달려나가는 둘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훗날 하나님 앞에 홀로 섰을 때 자신있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가. 긴 사색이 필요한 질문은 늘 느닷없이, 갑자기 벼락처럼 들이닥치는 법이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부모님의 아들로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온 마음을 담아 가정을, 아내를, 자녀를 축복하고 있는가. 가장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히즈만나의 경영자로서 온 사명을 다해 힘을 쏟고 있는가. 힘들다는 핑계로 반드시 해야할 것을 놓치지는 않았는가. 베이커로서, 바리스타로서 집중력을 유지하며 정성스럽게 모든 것을 생산해내고 있는가.

히즈만나의 모토는 뚜렷했다. ‘가정 회복’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 가정의 첫 걸음, 히즈만나. 하나님을 믿는 가정이 세운 사업장은 세상적인 사업장과 어떻게 달리 운영되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전면에 성경적 의미가 담긴 간판을 내걸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생명 같은 만나를 매일 내려 주셨다. 이처럼 우리 부부가 손님께 건네는 한 마디 말이든, 우리가 드리는 디저트이든, 커피이든, 음료이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전하고자 했다. 히즈만나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치유받고 돌아가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 생명이 넘치고 살아숨쉬는 곳이 되길 소망했다.

그러나 고된 노동으로 인한 피로감과 스트레스로 초심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루 매출을 어제 매출과 비교하며 일희일비하는 초조함을 버릴 수 없었으며 육아와 영업을 병행하는 어려움 때문에 가정 회복이라는 비전은 점점 퇴색되고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전심으로 집중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어리석고 무거운 인간의 질문에, 하나님께서는 항상 간단한 답을 주신다.

푯대.

하나님께서 다시 날 부르신다. 히즈만나 오픈한 지 딱 6개월이 된 오늘, 이 말씀을 묵상하게 하셨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_ 빌립보서 3:13-14

이거면, 이 답이면, 예수 그리스도의 푯대를 기억하며 달려나간다면 적어도 내가 감당하는 역할에 부끄럽진 않겠다. 매일 매일을 겸손하고 낮은 마음으로, 푯대를 향하여, 부름의 상을 위하여.

아멘.


202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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