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 대천명
인생은 선택의 누적분이란다.
동의한다.
내 삶을 봐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의 삶을 봐도 그렇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많은 선택을 해왔다. 하루하루 일상은 선택하는 순간으로 꽉 차있다.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이었을까?
매 순간 내리는 선택의 기준은 '나'였다.
나 자체가 내비게이션이었다.
마음 끌리는 대로, ‘갈 지 자’ 행보를 거듭했다.
내가 하는 선택이 지키고 싶은 가치와 추구하는 목표에 맞으면 고(Go), 아니면 스톱(Stop)이었다.
때로는 유턴(U-turn)도 해야 했다. 좌회전하려다 실수로 우회전 깜빡이를 넣기도 했다. 맞다고 생각해서 들어선 길에서 ‘경로 이탈’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직선으로 가면 10분도 채 안 걸릴 거리를 빙빙 둘러가느라 2시간이나 지체한 적도 있었다.
재수와 삼수를 했다. 젊었을 때의 1, 2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어떤 친구는 정신승리라 일갈했지만 상관없다. 내 인생이고 내 선택이다.
다시, “인생은 선택의 누적분이다.”
‘선택의 학문’이라고 불리는 경제학과 전공인 나에게, 이 문장만큼 명쾌한 인생 정의(定義)는 없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를 만들었듯이, 현재의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 어떤 선택이었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내 인생의 8, 90%는 거저 주어진 것들 뿐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운, 운명. 내가 선택할 수 없어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들. 받아들이지 않고 불평해봤자 득 될 것 하나 없는 그런 것들. 이를테면 생년월일, 나라, 부모님, 가정환경, 키, 외모, 재능. 관리하기 나름이라지만 그 관리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위에 나열한 것은 태어나보니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이다. 이미 정해져서 선택할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사실들이 알고 보면 내 인생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인생은 이미 내 손아귀에서 꽤 벗어나 있다. 꽉 움켜쥐려고 해도 잡히는 건 몇 줌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을 잘 선택하기 위해 분투하는 게 인생이다.
내 식대로 달리 표현하자면, 인생은 미선택과 선택의 누적분이다. 미선택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보다 주어진 미선택을 수용하고, 앞으로의 선택을 최대한 잘하는 것이,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기대하는 편이 여러 모로 유익하다.
진인사 대천명에서 진인사가 더 중요한 이유다.
오늘도 나는 내 선택을 다하는 데에 집중하려 한다. 그 연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