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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업중'이 잘 되는 이유

by 향연

불타는 토크에 빨려들어 갈 것만 같다. 듣다 보면 나도 ‘그건 아니지!’‘그렇지!’라며 속으로 거들게 된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유튜브 콘텐츠 ‘영업중’에 대한 이야기다.


유튜브 콘텐츠 ‘영업중’은 ‘밸런스 게임’에서 파생된 프로그램이다. 4명의 출연자가 밸런스 게임에서 한 쪽을 의견을 고른다. 이를 테면, ‘직장에서 더욱 최악인 상황은?’이라는 질문에 ‘회식 중 다른 팀 사람에게 고백받기’ vs ‘전 애인이 팀원들 보는 앞에서 울면서 매달리기’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이다. 각자 의견이 나눠지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영업’한다. 상대편의 사람이 의견을 바꾸면, 영업이 된 것이다. 단순하고 뚜렷한 룰 안에서 4명의 출연진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논리든, 혼이 담긴 연기력이든, 실화를 바탕으로 설득을 하든 상관없다. “네가 맞다”라는 말이 나오면 앗싸! 영업 성공이다.


왓완.png 이지에겐보이~


영업에 성공하면 뭐가 있냐고? 아무것도 없다. ‘내 의견에 동의해줬으면’하는 단순한 심리, 하나로 출연진은 자신의 의견을 불같이 영업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하게 쌓는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세계가 맞다고 증명하는 것. 자신의 의견을 굽히는 것은 내가 아닌 너의 세계가 더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꼴이다. 이는 모든 토론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여야 패널이 나오는 정치 프로그램에서 항상 진행자가 패널들에게 묘하게 싸움을 붙이고 적당할 때 진정시키는 것도 이런 재미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주제가 연애, 직장과도 같은 일상적인 주제라면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연예인으로서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하기도 좋다. 자신의 실화를 많이 털어놓는 김지유를 향한 댓글에 ‘김지유 출연료 2배 주나. 왜 이렇게 솔직한가’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 물론 이들의 분량을 조정하고 매력적으로 편집하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지만 플레이어로서 모든 출연진들이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준수한 진행실력과 입담으로 유튜브계의 유재석으로 떠오른 곽범. 어디서든 기세 넘치는 폭스클럽 김지유. 그리고 그들의 유머에 격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말왕. 은은하게 자신의 의견을 조근조근 피력하는 PH1은 완벽한 공격과 수비 포지션의 조합을 자랑한다. 충동적일 것 같은 말왕의 의외로 논리적인 모습. 차분한 이미지의 PH1이 감정적으로 흔들리면서 자신의 의견을 어필하는 모습을 보면 의외의 캐릭터성에서 매력이 느껴진다.


일상적인 밸런스 게임을 토론 콘텐츠로 확장하고, 신선하고 어울리는 멤버들을 조합시키기까지. 제작진들의 사소하지만 빛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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