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랑에 능숙한 사람이 어디있나요?
방산, 김상호, 27세.
이 남자는 이상한 티셔츠를 입고 나온다.
여자출연자가 1명도 자신을 선택하지 않자, 오히려 좋다며 회를 쌈싸먹기 시작한다.
하물며, 어떤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술배틀'을 하면서 만취하고
어떤 여자는 남자의 젓가락질 하는 모습까지 꼼꼼이 따지며 싫단다.
결정적으로 어떤 남녀는 마음을 서로 표현하자마자 '우린 결혼할 것 같'단다. (그러나 이별 엔딩)
유치하고 서툴지만 까다롭고 저돌적인 모쏠들의 세계다.
패널들은 "쟤네 왜 저렇게 일찍 잠드냐"며 "얘들 수영 좀 시키라"며 "왜 롤러 스케이팅장에서 손을 서로 손을 잡지 않냐"며 답답한 듯 가슴을 내려치지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은 남녀 관계에서는 '처음'의 단계인 것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0대 후반 나이.
몇 명의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썸을 타고, 사귀어 봤는데도.
얼마 전 올린 브런치 글 보면 질질짜고 있음.
나는 첫연애는 아니어도, 당신이랑 사귀는 건 처음이니까. 지금 이 나이에, 이 여름에, 정확히 이 시간에 연애하는 건 첫 번째가 아니니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치고 관계가 변할 때마다 흔들리고 당황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하다 못해 첫 번째 짝사랑, 썸, 연애를 떠올려 보면 어떠한가. 손발이라곤 모두 오그라들 것 같고, 고작 그 정도 상처에 왜 그리 사무치도록 아파했는지 도저히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사랑'이란 가만히 서있어도 땅을 울렁이게 하고, 하늘이 쏟아져 내려오는 듯한 역동성을 주는 것인 것을. 평범한 하루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일임을. 어렸을 때는 다 그랬다.
영상 속 모태솔로들은 그야말로 FM대로 살아온 파워 I들이 많았다. 남의 실수에도 함부로 비웃지 않고 항상 진지한 태도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 다른이들보다 겁이 많아 다른 사람에게 손 내미는 것이 어려웠던 사람들. 남 모르게 각자의 아픔을 품어왔던 사람들. 그러다 보니 타인에게 마음을 내어 줄 만큼의 공간이 없었을 것이다. '처음'이란 것은 마치 좁은 틈의 암벽을 등반 하듯, 어렵고 위험하고 복잡하다. 그렇지만 자꾸 그곳을 드나들면 굳은 살이 배겨 자신만의 스타일과 요령이 쌓인다.
모태솔로들은 아직 마음의 살이 여리다. 그래서 사랑을 마주하며 눈물을 흘린다. 미숙한 자신에 대한 후회, 자신이 좋아하는 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받는 상처 등. 나 역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마주할 때마다, 아파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한 뼘씩 자랐다. 돌아보면 굳은살이 배겼고, 또 어떤 때에는 아픔을 회피하기도 했다. 아직도 서툰 나!
처음인 사람을 비웃기보다는, "그때는 나도 그랬지. 지금 아파한 만큼 더 넓어진 내일을 마주하게 될거야."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파하되 오래 고통을 끌어안지 않고 극복할 수 있게 서로를 도와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또 '서투름'에 공포가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아직 새로운 경험이 있다는 것은 내가 넓어질 기회가 있다는 것이니까. 도전하며 넓은 세상에 감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랑이란? 서툰 사람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지요" _ 래퍼 이영지
사랑이 언제부터 이렇게 각박한 사회가 되었나. 예전에는 "우리 연애할까, 나 오랫동안 솔로라서 연애가 서툴지 모르지만"이라는 가사가 로맨틱하게 느껴졌는데. 이젠 "왔다네 정말로. 사랑의 종말론"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이 '멸종위기종'으로 거듭나기 전에 어서어서 품에 한 평식 공간을 넓히자. 여유를 가지고 사랑스럽게 서로를 바라봐주자.
사랑이란 '어지러운 것'이 아닌 이리저리 흔들렸던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고, 모태솔로들이 깨닫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