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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Nov 15. 2017

가시를 베개 솜으로 사용하는 선인장?

북슬한 솜털 옷 덕분인지 영하 12도까지도 견딘다는 선인장, 노락







©JeonghyunLee




복슬복슬한 흰 털옷으로 월동준비를 끝낸 선인장 '노락'입니다. 물론 겨울이라고 특별히 백화점 가서 장만한 건 아닙니다. 일 년 내내 저렇게 북술북술하죠. 근데 오늘같이 발 시린 날 보니 너무 따스해 보이네요.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보여서 인지 눈덩이 선인장이라는 별명도 있어요. 영어로는 snowball cactus, cotton ball cactus라고도 부른답니다. 학명은 Esposta lanata이구요.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페루 노인 선인장 (Peruvian old man cactus)으로 가장 많이 부른답니다. 페루 출신인 데다가 아마도 저 흰 털이 노인의 수염처럼 보여서겠죵. 하여튼 어떤 이름으로 왜 불리게 되었는지 상상해보는 게 식물 초보자인 저에게는 참 재미집니다. 한자를 좀 잘 알았더라면 우리나라나 일본 이름도 훨씬 더 잘 즐겼을 텐데요;;; 부끄럽습니다.. 노락이라.... 강력한 한자어의 기운인데요, '노'는 아무래도 흰 수염 때문에 노인 할 때 노일 것 같고 '락'은 선인장 품종과 관련된 이름 이리라... 거기까지만 추측해보겠습니다. 왜냐면 '환락'이라는 선인장도 봤었거든요. 걔는 얘보다 훨씬 더 북술북술하게 아주 난리가 난 솜이 덮여있었어요. 아주 환락적이더만요. 담에 그 아이도 꼭 찍어보고 싶습니다.



©JeonghyunLee





놀라운 사실은 노락의 이 북술북술한 솜털은 원산지인 페루에서는 베개 솜으로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따뜻해 보여서 저 털로 패딩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미 사용 중입니다. 선인장 하면 뾰죽뾰죽한 가시 때문에 함부로 손대면 안 되는 것이라 늘 생각해 왔거늘 이 아이의 털은 베개 솜으로 사용한다니 정말 식물의 세계는 엄청 다양합니다. 매사에 편견 없이 다가가야 함을 또 한 번 배우네요. 선인장 가시는 부드러워 보여도 만지면 콱 찔릴 수 있어 조심했었는데 푹신푹신한 선인장이라니요>ㅡ<




©JeonghyunLee





선인장 키우는 법은 찾아보기만 하면 일단 키우기 쉽다로 시작합니다. 슬픕니다... 그렇게 키우기 쉬운 걸 왜 못 키우니 ㅠㅠㅠ

물 주는 방법은 여름에는 물을 한 번 주고 나면 완전히 건조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는 겁니다. 겨울에는 더 건조하게 놔두랍니다. 겨울에는 물주는 건 잊어버리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JeonghyunLee




솜털 옷을 입고 있으니 추위에 과연 강한 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걸 찾아보다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 아이가 속한 에스포스토아 선인장들은 겨울에 12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에스포스토아 라나타를 찾아보면 잘 관리하면 영하 12도까지도 견디다고 해요. 12도와 영하 12도라니 너무 큰 차이 아닙니까 >O<  사실 식물 공부하다가 종종 겪는 일입니다. 찾아보는 곳에 따라 서로 다른 정보를 주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살아있는 생물이고 키우는 사람도 환경도 너무 다양하니까 그만큼 변수가 많겠지요. 또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초보 입장에서는 이럴 때는 눈치껏 그 어떤 정보도 어기지 않게 적당히 양쪽에 다리를 걸쳐 중간 정도의 데이터를 잡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영하 12도까지 견딜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면 와우. 이것이 바로 흰 털옷의 힘이 아니겠습니까. 역시 일 년 내내 월동준비를 하는 아이는 다릅니다. 영하 12도는 저도 못 견디는데 말이죠. 그래도 시험해보신다고 일부러 추운 곳에 두지는 마세요 노노. 얼지 않게 해주어야 더더 잘 산다고 합니다. 영하 12도와 12도의 중간인 0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따뜻하게 키우는 게 좋겠습니다ㅎㅎ 기왕 키우는 거 견디는 삶이 아니라 즐기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어야지요. 진정한 식물 러버라면!




©JeonghyunLee



추운 걸 잘 견디지만 빛은 항상 충분해야 한다고 해요. 여름에는 반드시 햇빛을 많이 받도록 해주어야 하고 겨울에도 밝은 곳에서 키워야 한답니다.  

요론 조건만 잘 맞으면 일 년에 20센티도 큰다고 해요. 자라는 게 더딘 선인장 치고는 폭풍 성장인가 봅니다. 자연에서 크는 애들은 7미터까지도 큰답니다. 실내에서 키워도 3미터까지도 클 수 있대요. 얼마나 멋질까요. 저는 키 큰 선인장을 굉장히 동경해서 상상만 해도 근사합니다. 멋지게 키우다 납작해진 베개가 있으면 솜털을 쓱쓱 뽑아 넣기도 하구요 ㅋㅋㅋ (추천하지 않습니다.)


포근한 솜털 옷 같기도 하고 하얀 눈이 내린 것 같기도 하고 산신령의 수염 같기도 한, 그러나 남미의 어느 마을 누군가의 베개 솜이기도 한 선인장이네요ㅎㅎ




©JeonghyunLee






오늘 공부의 출처는 "선인장, 다육식물 : 원색도감", wikipedia, worldofsucculents입니다.


제가 찍는 식물 사진은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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