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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Nov 04. 2017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꽃을 피우는 식물

이름은 잔잔한 물결, 미파




비록 겉만 낼롬낼롬 핥는 공부이지만 그래도 식물 공부를 하다 보면 식물 이름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식물 고유의 이름이라 할 수 있는 학명도 멋들어져 좋지만 사실 그건 라틴어이다 보니 토종 한국인인 저에게는 사전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딱히 와 닿는 것이 없는 꼬부랑 말이고, 식물들 중에는 학명과는 상관없이 우리나라만의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이름이긴 한데... 딱히 또 우리나라말인지는 모르겠는 중국 또는 일본 이름에 유래를 두었을 것 같은 이름이 굉장히 많습니다.

미파(Faucaria bosscheana) 가 그런 아이 중 하나입니다. 한자 이름인듯한 향취가 강하게 나는 이름이에요. 누가 이런 이름을 붙였던 것일까,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무척 궁금합니다. 분명 필시 상당히 낭만적인 이유였을 것입니다. 원래 미파라는 단어 자체는 잔잔한 물결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분명 한국말인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하지만 비슷한 느낌의 다른 식물들, 특히 미파처럼 파우카리아(Faucaria) 속에 속하는 다른 식물들 중에 광파, 사해파 등 파로 끝나는 애들이 많은 것을 보면 무슨무슨 파가 이런 류의 식물에게 붙이는 이름인가 봅니다. 그중에서도 이름 붙이는 사람 눈에 얘가 특히나 이뻐 보여서 미파가 된 것은 아닐까요...제맘대로 일단 추측해봅니다. 한자는 다르더라도 잔잔한 물결이라는 이름도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학명에 따르면 파우카리아의 어원은 동물의 입, 동물의 이빨이라고 해요. 잎의 모양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고 하는데 동양과는 참 다른 느낌의 접근입니다. ㅎㅎ




©JeonghyunLee





이 '잔잔한 물결'은 보시다시피 엄청 노랗고 이쁜 째꼬만한 꽃을 활짝 피웁니다. 꽃이 핀 모습을 보자마자 안 데려올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쁜 꽃을 피웠으면 찍어줘야지요. 다육이 중에서 꽃이 제법 잘 피는 아이인 것 같습니다. 꽃이 피는 것은 다 경이롭고 아름답지만 특히나 다육이, 선인장 이런 아이들이 꽃을 피우면 더더더 신기하고 예쁜 것 같습니다. 단단해 보이는 잎들 사이에서 야리야리하면서도 발랄한 색을 가진 꽃이 비집고 나오는 게 정말 놀라와용.

꽃이 피는 시기를 보니 더 놀랍습니다. 미파는 두 살이 되면서부터 10월에서 2월 사이에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찬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할 때부터 제일 추운 겨울을 통과하도록 가을, 겨울에 활발히 활동하는 아이인 거죠. 겨울이면 사람들도 꼼짝 하기 싫어지는데, 겨울에 활발해지는 식물들 신기합니다. 근데 제가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5월이었던 것 같은데요.... 흠... 모 언제든 피면 고마운 거니까요. 한참 이쁜 꽃을 보여주다가 꽃이 똑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쭈구렁 누렇게 시들었드랬습니다ㅠ

아 그리고 오후 3~4시에 활짝 핀다고 하네요. 이것도 몰랐네요... 몇 시에 찍었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암튼 출퇴근하는 아이였습니다. 3~4시에 출근해서 해질 때쯤 퇴근한답니다. 근무시간이 길지 않으니 기억해두세요ㅎㅎ 집에 두시고 출근하시는 분들은 활짝 핀 모습은 못 보실 수도 있겠네요.




©JeonghyunLee




겨울에 자라는 미파는 겨울 기간에는 5도에서 10도 이상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사실 찾아보는 곳마다 월동 온도가 다 다르게 나와있었어요ㅠㅠ 제 생각에는 그 모든 다른 정보를 종합했을 때! 5도에서 10도 이상이면 안전할 듯합니다.


물은 다육이가 대부분 그렇듯 자주 안 주셔야 합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가 좋다고 하네요. 한번 줄 때는 흠뻑 주지만, 흙이 충분히 마르도록 신경 쓰셔야 합니다. 다육이는 대부분 물이 넘 많아서 죽으니까요. 귀엽고 이뻐서 뭐라도 해주고픈 마음에 물이 주고 싶어도 꾹 참으셔야 합니다. 잎이 쪼그라지면 그때 주시고 잘 말려주기 잊지 마세요!





©JeonghyunLee





햇볕을 잘 받는 곳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반 정도 그늘도 좋구요. 완전 그늘에 두면 꽃도 잘 안 피고 잎 테두리의 하얀 줄이 안 보이게 된대요. 하얀 줄이 선명해야 이쁘니까 햇빛을 많이 쐬게 해주세요.

또 위로 자라기보다는 옆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으니까 조금 큰 듯한 화분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이제 남은 건 눈꽃뿐 인 줄 알았는데(훗 겨울 감성 폭발) 이렇게 겨울에 꽃 피우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춥지만은 않네요. 봄 분위기 나는 겨울 꽃을 피워주는 미파로 스산해지는 마음을 따땃이 데워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JeonghyunLee






오늘 공부의 출처는 네이버 블로그 "춘천꽃집 꽃누리농원""아열대프렌즈"와 llifle.com입니다.


제가 찍는 식물 사진은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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