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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Nov 26. 2017

눈 속에 핀 선인장, 너의 이름은

넌 대체 누구니,  에키노일까 맘밀라리아일까




물론 정말 눈 속에 핀 건 아닙니다ㅎㅎ 이 사진을 보고 친구가 한 말인데 너무 아름다운 표현 같아서 내 맘 속에 저장해두었지요. 눈같이 고운 하얀 모래에 심은 요 선인장은 정말 정말 작은 친구입니다. 오백 원짜리 동전보다도 조금 작았을까요. 딱 홈런볼만 했던 것 같습니다. 신나게 가져와 촬영을 했는데 이름 찾는 데에는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워낙 많아서요ㅠㅠ 전에도 쓴 적 있지만 저는 식물이름 찾는 것을 무척 좋아라 합니다.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식물들을 파는 농장 사이트에 들어가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며 제가 찾고 있는 식물과 같은 아이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네.. 매우 미련한 방법입니다. 눈도 빠질 것 같구요;;;  요즘에는 앱에 들어가서 식물 사진을 척 올리기만 하면 식물 고수 분들이 그 이름이 무엇인지 착 올려주시는 앱도 있는데요 이상하게 그러면 이게 좀.. 그  맛이 없습니다. 제가 눈 빠지게 몇 시간이고 찾고, 찾은 이름이 맞는지 다시 확인해보고 이래야 기쁨이 충만하더라구요. 열 받는 일이나 스트레스 확 받는 일이 있을 때에 식물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면 마음이 차차 가라앉고 내가 찾던 식물이 딱 나오면 짜릿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이게 제가 요즘 새로 개발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입니다ㅋㅋ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일단은 눈이 아프고 또 사진만 보고 비교해야 하니 틀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JeonghyunLee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많으면 정말 미쵸버릴 것 같습니다. 진짜 완전 똑같이 생겼는데 진짜 완전 다른 식물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아주 자세히 보면 물론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 다른 점을 찾아내면 진짜 짜릿짜릿합니다. 안 찾아지면 미쵸버립니다. 어찌 됐든 사진으로만 보는 거라 한계가 있죠. 그래서 식물 사진을 올리는 제 인스타 계정에 식물이름을 틀리게 올린 적도 있습니다. 대민망.... (인친님이 알려주셔서 수정했었드랬죠--;; 문제의 그 아이도 곧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는 사이트에 아예 올라와 있지 않은 식물인 경우도 있고요. 저나 저의 식물 공급책인 플로리스트 동생이나 모두 희한하게 생긴 흔치 않은 식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 귀여운 선인장도 단자 금호냐 광자 금호냐 아님 왕관 선인장이냐 마지막까지 엄청 고민했고 사실 이 글을 한번 발행한 후에 우연히 발견한 한 맘밀라리아(Mammillaria) 속 선인장의 사진이 이 아이와 너무도 닮아서 글을 수정까지 했습니다ㅠㅠ 너의 이름을 찾기 위한 정말 엄청난 여정입니다. 단자 금호는 가시가 짧고 왕관 선인장은 가시가 긴데 이건 가시가 중간 길이이고 가시는 광자 금호를 닮았는데 몸통은 영 광자 금호와는 다르고...  마밀라리아 속의 선인장들 중에는 닮은 아이들이 정말 많은데 딱 이거다 싶게 똑같은 아이는 또 없습니다. 금강환(Mammilaria centricirrha), 호치필리(Mammillaria xochipilli),  백룡환(Mammillaria compressa), 우리나라 이름은 모르겠는 Mammillaria bernalensis 등 유력 후보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에키노도 맘밀라리아도 아닌 금옹옥(Parodia chrysacathion)도 제법 비슷한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지금도 이 아이의 이름을 확신할 수 없어 정말 국과수에 DNA 의뢰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서 열린 결말로 이 글은 일단 이름은 후보자만 나열하고 얼버무려 놓겠습니다. 죄송ㅠㅠ



©JeonghyunLee



올록볼록 돌기 모양의 몸통을 보면 맘밀라리아 식구인 게 가장 유력한데 몇십 개의 맘밀라리아 선인장들을 보았지만 한 끝 차이로 똑 닮은 아이는 없네요. 가시가 다르다거나 돌기 모양이 다르다거나 어떤 전체적 느낌적 느낌이 다르다거나 해요. 제가 이래 봬도 한 군데서 찾은 정보만 철떡 같이 믿지 않고 다른 곳에서도 정말 그게 맞는지 두 군데 세 군데에서 확인하고 나서야 확신을 하는 어떤 그런 철저함이 있으려고 노력하는데, 이건 찾다 보면 여기서 본 모양, 저기서 부르는 이름이 다 달랐습니다 흐엉ㅠㅠㅠ 

사실 처음에는 단자 금호(Echinocactus grusonii var. intermedius)나 광자 금호(Echinocactus grusonii var. intertextus)나 왕관 선인장(Echinocactus triglochidiatus) 등 에키노선인장 가족이지 않을까 했는데 저 돌기들 때문에 무언가 깨림칙했었죠. 제가 본 금호들의 몸은 갈비뼈같이 세로로 긴 줄기들로 이루어진 형태였거든요. 그런데 공부를 하던 중에 금호 선인장의 어린 묘목들은 원래 금호와는 달리 돌기들이 있어서 맘밀라리아 속 선인장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글을 읽으며 혼돈의 카오스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또 우리나라 이름은 따로 없는 Echinocactus grusonii var. tuberculata 역시도  tuberculata의 어원이 돌기이면서 이 아이와 정말 닮았거든요. 아, 식물의 세계는 정말 상상초월 거대하고 미친 듯이 디테일합니다. 공부를 아무리 해도 왕초보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JeonghyunLee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유력한 용의자들의 키우는 방법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입니다ㅋㅋㅋ 이름은 몰라도 잘 키울 수는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키우는 방법은 에키노선인장과 맘밀라리아 선인장의 특성을 잘 버무려 정리하겠습니다. 이 아이가 에키노네 가족도 맘밀라리아네 가족도 아니라면 저는 정말 완전 깜짝 놀랄 것이며 누구라도 속시원히 이것이 확실히 무엇인지 말씀해주시면 지금 저의 고구마 10개 먹은 마음에 신선한 우유가 될 것입니다만,, 일단은 고구마 먹은 마음으로 키우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JeonghyunLee




어느 쪽 식구이든 둘 다 키우기 어려운 품종은 아니라고 합니다. 예... 이런 이야기... 선인장만 나오면 하는 이야기이죠.... 이 아이를 잘 키우려면 선인장이니만큼 무엇보다 건조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건조함이 필수입니다. 그러면 다소 추운 날씨도 잘 견딘다고 하는데 그래도 5도에서 8도 정도는 유지해줘야 잘 자란다네요. 에키노 선인장이라면 그보다는 더 높은 12도 정도는 돼야 한대구요. 저는 겨울에는 선인장에는 아예 물을 안 줘버립니다. 장마철에도 물을 안 줘야 한다고 합니다. 장마철은 워낙 습해서 그런 것 같아요. 날씨가 따뜻하고 건조할 때에는 물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은데 물을 주고 나서 물이 완전히 빠지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몸통이 통통하게 이뻐진다네요. 그러나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부어오른대요. 흠... 건강하게 통통한 건지 너무 부은 건지.... 애매한 경계선입니다. 인간과 비슷하네요^^

그리고 햇빛을 충분히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줄기도 매끈매끈 윤이 나고 혹시 꽃이 피었다면 꽃도 오래간다고 합니다. 너무 강한 직사광선보다는 어느 정도 간접광이 더 좋구요. 직사광선에 3시간 정도 두었다가 다시 반그늘로 데려오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겨우겨우 살려두는 게 아니라 잘 살게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매우 중요하지요. 다만 줄기에 물이 묻은 상태에서 직사광선을 받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해요. 

에키노 식구든 맘밀라리아 식구든 잘 자라고 새끼들도 잘 치는 성격 좋은 애들이라고 합니다. 네.. 그렇답니다.. 식물 금손님들 쉽게 키워 주세요 하하하...



©JeonghyunLee



이름 찾느라 몇 날 며칠을 고생한 것에 비해 (과장 아닙니다 진짜예요) 키우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네요 ;; 이 아이가 단자 금호라면 단자 금호는 금전운이 있다고 해서 중국 사람들은 하루에 한 번씩 이 아이를 만진다고 해요. 가시에 찔리지 않게 조심조심하세요 ㅎㅎ 에키노면 어떻고 맘밀라리아면 어떻습니깡... 이름이야 어찌 됐든 통통하게 이 모습으로 잘 살아주기만 한다면 고맙지요. 이 아인 특히 앙증맞은 사이즈가 정말 귀엽습니다. 건조한 베이지 모래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선인장을 이렇게 눈부신 눈 속에 심어놓은 우리 플로리스트 동생의 반전 센스가 멋진 것 같습니다. 아주 칭찬해~ 모르지요, 식물의 세계는 워낙 어마어마하니 어느 날 눈 속에서 선인장을 발견하게 될지도요.(개인적으로 이름표를 달고 나타나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안되면 어디 소속인지라도...)




©JeonghyunLee




오늘 공부의 출처는 llifle, 네이버 블로그 : 가든프렌즈, alwayswelcome, 선인장&용설란, 선인장사랑이야기입니다. 


제가 찍는 식물 사진은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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