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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Dec 06. 2017

건조한 실내를 촉촉이 해주는 식물,  실버 레이디

생물 선생님과 결혼한 고사리





이 아이는 고사리예요. 해고 고사리라고도 부르고 영어 이름으로 실버 레이디(Silver Lady)라고도 부릅니다. 학명은 Blechnum gibbum이에요. 고사리라고 하면 무쳐먹는 고사리, 육개장에 들어있는 고사리, 비빔밥에 얹힌 고사리가 떠오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초록 식물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고사리 하면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중학교 때의 생물 선생님입니다. 당시 노총각이셨던 생물 선생님은 (그때는 노총각으로 유명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애기셨습니다...--;;) 여자중학교였던 저희 학교의 핫스타였습니다. 호르몬이 들끓는 질풍노도의 여중생들에게 총각이신 생물 샘은 모두의 연인이었고 우리는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생물 시간을 기다리곤 했죠. 물론 수업이 시작하고 조금 지나면 설렘만 간직한 채 충실히 졸아대긴 했지만요. 어찌 됐든 어느 날 그 생물 샘이 교실에 들어오셔서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고백을 하셨습니다. "여러분, 제가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헐, 교실 안은 비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야속하게도 침착하게 말을 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모두 축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결혼할 분의 이름은 고사리 양입니다." 샘은 자못 진지해 보였습니다. 생물 샘에 대한 짝사랑의 정도가 유달리 심각했던 제 짝은 "으엉 몰라, 이름도 예뻐!"라고 흐느끼며 책상 위에 엎드렸습니다. 무언가 생물 샘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제가 아무리 고사리 양을 사랑해도 우리는 결혼할 수 없습니다." 패닉에 빠진 우리들을 보며 선생님이 주섬주섬 말씀하셨지만 이미 우리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듣지 않았죠. 선생님은 우리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셨고 겨우겨우 사실 선생님은 고사리라는 양치식물과 결혼을 앞두지 않았으며 (그것은 불가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생물 간의 교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음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딴 건 우리에게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고사린지 뭔지랑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맞냐고 서로 몇 번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날 소동이 끝났었드랬죠. 그러고 나서 아마 선생님은 식물들의 번식 방법에 대해 설명하셨을 텐데 그런 건 모..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일 년쯤 뒤 선생님은 고사리가 아닌 아리따운 실재 인간 여성분과 결혼하셨고 우리는 분노에 치를 떨다가도 아마도 어설픈 축하 파티를 요란하게 열어드렸던 것 같고 결혼식에도 한껏 멋을 내고가 신나게 박수치고 밥도 잔뜩 먹고 왔었습니다. 그 뒤 선생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그 후 샘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나는 것이 없네요 ㅋㅋㅋ 


그리하여 제 마음속에 고사리는 영양가 높은 반찬임과 동시에 어쩐지 아리따운 여성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는 다소 복잡한 느낌의 식물이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고사리의 영어 이름이 실버 레이디라는 것을 알고 왠지 웃음이 났던 것은 그 때문인 듯합니다. 




©JeonghyunLee




보통은 아래로 늘어지며 자라는 다른 고사리들과는 달리 이 실버 레이디의 잎은 위로 쭉쭉 뻗는 스타일입니다. 고불고불한 잎사귀와는 달리 줄기에는 힘이 있죠. 이 잎사귀들은 공기정화능력도 있고 공기 중에 습도를 유지시켜주기도 한다네요. 실내에 놓고 키우면 이모저모로 좋죠. 제가 식물 킬러만 아니라면 특히 요즘같이 건조한 겨울철에는 이렇게 습도 유지에 좋은 식물은 꼭 방에 놓고 키우고 싶습니다. 아쉽...  저번에 소개한 공중에 걸어두는 행잉 플랜트 스타일로도 아주 멋들어집니다. 제가 걸려있는 거 봐서 알아요! ㅎㅎ 



©JeonghyunLee




제가 격하게 사랑하는 남태평양 섬들에서 온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뉴칼레도니아나 피지같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나라에 있는 거대한 숲의 흙에서 자라던 아이들이래요. 너.. 좋은데서 왔구나... 그래서 그때 숲 속의 커다란 나무들 아래 자랄 때처럼 그늘 안으로 빛이 충분히 들어오는 상황에서 제일 잘 자란다고 합니다. 빛이 잘 드는 곳에서 키워주시되 직사광선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해요. 



©JeonghyunLee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지만, 더운 건 싫어하신다네요. 역시 레이디..  건조한 상태도 견디긴 하는데 흙이 촉촉한 것을 좋아한다고 해요. 특히 한참 자라야 하는 봄 중반부터 늦가을까지는 최대한 촉촉하게 습하게 유지시켜줘야 한답니다. 이때는 물을 충분히 주시는 게 좋은데 물에 잠겨있는 건 안된대요. 습도만 유지되면 여름에 24도 이상 올라가도 견딘다고 하는데 겨울에는 낮은 온도가 좋다고 해요. 15도 정도가 가장 좋고 더 낮은 곳에 두려면 건조한 편이 낫답니다. 위쪽 흙의 1cm 정도가 마르면 그때 물을 주면 된다네요. 레이디라 까다롭... 

잎은 촉촉한 걸 좋아하지만 뿌리는 건조한 걸 좋아하니까 물을 자주 주기보다는 분무기로 칙칙 자주 뿌려주면 좋다고 합니다. 혹시 다 잘하는 것 같은데도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시들렁시들렁 해지면 뿌리가 너무 습해서일 수도 있으니 확인해보시고 통풍을 각별히 신경 쓰셔야겠습니다. 정 안되면 확실한 통풍을 위해 분갈이를 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초보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므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해요. 레이디는 석회수는 싫어라 하시기 때문에 물에 석회가 많은 나라에서는 빗물을 주는 게 좋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아리수는 맑고 깨끗하니까 그런 걱정은 없겠죠? 호호홍




©JeonghyunLee




야생마 같던 여중생들에게 어떻게든 재밌게 생물을 가르치려고 애쓰셨던 생물 샘의 신부가 될 뻔한 고사리, 괜히 반갑습니다. 그때 지금과 같은 식물 사랑을 갖고 있었다면 생물 시간이 진짜 재밌었을 텐데 라는 이제와 씨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라면 재미없고, 해도 아무 쓸모없는 게 그렇게 꿀잼인 게 사람 마음잉가봅니다. 어찌 됐든 스캔들 속의 고사리 레이디는 습도를 촉촉이 유지시켜준다니 특히 건조하면 코가 막히는 알레르기 비염러분들 구비해두시면 좋겠어요. 두 개 하세요~^^





오늘 공부의 출처는 plantsrescue.com, 네이버 블로그 : 꽃과식물이있는푸른공간, 비조이플 입니다.



제가 찍는 식물 사진은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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