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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Jan 06. 2018

황금색 실로 만든 선인장

사무실 책상 위 선인장을 살려라




나풀나풀 초록잎이 달린 식물들은 겨울에는 불안 불안하지만, (저 같은 식물계 킬러 손은 더 그렇습니다ㅠㅠ) 선인장은 그런 면에서 든든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는 견고함이 있지요.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그냥 그런가 보다 살면서 아주 천천히 자라는 모습이 믿음직스럽습니다. 또 선인장이라는 게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을 떠올리게 해서 그런지 보고 있으면 따끈한 공기가 느껴지는 듯해요. 겨울에는 물을 거의 주지 않는 게 좋다는 것만 기억하면 선인장은 따뜻한 방안에 꼭 처박혀 있고 싶은 겨울의 좋은 동반자인 것 같아요.


©JeonghyunLee




특히 요 선인장은 가시들이 황금색 실을 닮아 황금사라는 이쁜 이름으로 불립니다. 학명은 Mammillaria elongata입니다. 가시가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이뻐 덥석 집어왔는데 옛날 옛날 동화 같은데 등장할 법한 이름이 더욱 맘에 들어요. 글솜씨가 좋은 카피라이터 동생이 꼭 불꽃놀이 하는 것 같아요~라고 해서 감동 먹기도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가시가 그런 모양이지 뭡니까. 사실 식물에 관심이 없을 때였다면 그냥 똑같이 생긴 선인장이구만 하고 지나쳤을게 분명한데 식물이 좋아지고 난 이후로 식물의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왠지 감동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아요. 섬세한 저의 영혼에는 역시 식물이 잘 어울려요 ㅋㅋㅋㅋ




©JeonghyunLee




빛을 많이 보면 황금색 가시들이 더 촘촘해진다고 합니다. 황금색 실이 풍성하게 가득 차면 정말 이쁠 것 같요. 가시가 돋는 모습도 정말 정말 이쁘잖아요. 그래서 창가에 놓고 키우면 좋지요. 아무리 선인장이라도 한여름의 직사광선을 너무 오래 받는 건 좋지 않은데, 겨울에는 빛이 강하지 않아 창가에 놔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온도가 너무 떨어지지 않게 해줘야겠지요. 선인장들은 대부분 더위에도 추위에도 강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추운 곳은 힘들 테니까요. 적어도 5도에서 8도 사이는 되어야 한다니까 따뜻한 집안의 창가는 좋지만 그렇다고 겨울철 베란다는 노노입니다.


여름에는 정기적으로 물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뿌리에 물이 고여 있지 않도록 해야 해요. 모든 선인장이 그렇듯 뿌리에 물이 고여 있으면 썩어버릴 수 있어요. 통풍이 잘 되는 게 중요합니다. 겨울에는 쪼글쪼글해지지 않는 이상 물을 안 주시는 게 좋아요. 혹시 물을 주었다면 얼지 않게 조심하시고 통풍 통풍 통풍 중요합니다. 겨울에 선인장은 온도보다 건조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물 주고 싶은 충동만 참으면 선인장은 저 같은 킬러에게도 나쁘지 않은 동반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키우기 쉽다는 선인장이 떠나버리면 충격이 너무 클 것 같아 함부로 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소심한 제가 얼마 전 진짜 근사한 그것도 키 큰 선인장을 하나 들였는데 ㅋㅋㅋ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그 아이는 과연 죽지 않고 있는지 뚜둥! 그 아이 자랑은 차차 하도록 하겠습니다. 흐흐흐흐.




©JeonghyunLee




요롷게 조만조만 한 선인장은, 선인장은 좋아하지만 잘 키울 자신이 없는 분들이 시작하기 좋은 아이들인 것 같아요. 세상 깔꼼하기 때문에 사무실 책상 위에서 키우기에도 부담 없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 키우다가 선인장을 떠나보내고 다시는 식물을 키우지 않으리 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사무실 책상 위는 햇빛이 충분히 들지 않아서가 아닐까 해요. 사장님, 전무님, 부장님이 아니고서야 햇빛이 쏟아지는 통유리 창 옆에 책상을 두기란 쉽지 않죠 네네.. 또는 일하다가 받으신 스트레스를 자연을 보며 풀겠다는 생각에 그때마다 선인장에게 물을 주셨다던지요. 그리고 사무실은 통풍이 잘 안 되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빛 부족과 과습이라는 두 개의 콤비네이션이 만나면 튼튼한 선인장도 우리 곁을 떠나갈 수 있지요ㅠ  그러므로 사무실에서 건강하게 선인장을 키우고 싶으신 분들은 열심히 일해서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승진하시거나.... 아니면 가끔 선인장을 부장님 옆 창가에 놓아주세요. 인간도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가끔 코에 바람도 넣고 햇빛도 쐬야 하는 것처럼 무던한 선인장도 사실은 그런 걸 바라다 조용히 말도 못 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걸 수도 있어요. 애틋...


성실하게 쓰는 식물 필기노트이려고 했지만 요 근래에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글을 올리지 못했었어요. (식물 사진들로 포스터를 만들어 보고 있어요 소곤소곤.. 응원해주세요) 필기노트에 적고 싶은 식물이 아직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데 말이지요. 어찌 됐든 하루하루 식물들에게 고마운 날들입니다. 다음엔 금방 오려고 노력하겠습니닷.



©JeonghyunLee





오늘 공부의 출처는 wikipedia, llifle입니다.



제가 찍는 식물 사진은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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