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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Jan 13. 2018

흔히 볼 수 없는 자태의 식물

식물계의 레어템, 베고니아 베노사



©JeonghyunLee



식물을 고르는 플로리스트나 저나 어디서 본 적 없는 듯한 독특한 식물을 좋아합니다. 또 똑같은 식물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건강하고 이쁘게 잘 자란 모양보다 어딘가 이상하게 지멋대로 자라난 아이들을 좋아하지요. 우리 집 환경에 맞게 자기만의 모양새를 가지고 자라나는 식물들은 키우는 사람의 모습을 닮아가는 듯한 매력이 있습니다. 플로리스트 동생은 식물을 판매해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뻐하고 좋아할 만한 모양으로 가꿔야 해서 그런 것에 대한 갈망이 더 있는 듯합니다. 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니 아무래도 신기한 모양새가 끌리고요. 오늘 보여드리는 이 아이는 그런 면에서 저희 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아이였습니다. 식알못인 저는 물론이고 전문가 플로리스트도 이런 아이는 처음 봐!! 할만한 모양이지요. 평소에 취향이 남들과는 다른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 음악도 언더가 좋고 옷도 유행보단 나만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가고 싶은 여행지나 집에 놓고 싶은 소품이나 암튼 뭐든지 독특한 게 좋으신 분들은 키우는 식물도 독특한 걸 원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면 반대로 뭐든지 무난무난한게 제일 좋다 하시는 분들이 식물에서만큼은 숨겨왔던 개성을 한 번 찾아보자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와일드한 면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ㅎㅎ



©JeonghyunLee



독특한 모양이지만 의외로 품종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베고니아입니다. 얼마 전 이야기했던 식물계의 마이더스, 저희 외할머니도 베고니아를 많이 키우셨던 것 같아요. 이 아이는 베고니아 베노사(Begonia Venosa)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멕시코 베고니아라고 많이 불리네요. 브라질 출신인데... 왜 멕시코 이름이 붙었을까나요 흐음... 미스터리 하군요. 잎에 흰 털이 보송보송 나 있어서 영어로는 Fibrous Begonia라고도 불린답니다. 



©JeonghyunLee



반양지에 놓아주는 게 좋습니다. 완전히 남향보다는 동향이나 서향 창가에 놓으면 좋다고 해요. 가끔씩 특히 겨울에는 직사광선을 잠깐씩 받아도 괜찮다고 합니다. 물은 눈으로 봤을 때 흙이 좀 말라보인다 할 때 주시면 됩니다. 물을 줄 때는 화분 밑으로 물이 조금 새어 나올 때까지 콸콸 주세요. 하지만 계속해서 물에 잠겨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이 주시면 안돼요. 콸콸 주시돼 물이 잘 빠지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어떤 자료에서는 물을 충분히 주는 게 좋다고 하고 어떤 자료에서는 다른 베고니아들과는 달리 건조한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좀 혼돈스러웠어요. 여러 글을 읽어본 결과 원래 이 아이가 자라는 브라질의 고원지대는 상당히 건조해 보이는 곳어서 건조한 곳에서 키워야 된다고 알려진 것 같아요. 하지만 자연에서 자랄 때는 흙과 공기 중에 있는 습기를 쭉쭉 빨아들이면서 자라기 때문에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만 노지에서 꺼내 화분에서 키울 때는 습기를 빨아들일 곳이 없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있을 때보다는 물을 더 줘야 되는 것 같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부터 물을 뿌려주는 것보다는 아래에서부터 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화분 아래쪽을 물에 잠시 담가놓는 저면관수로 물을 주시는 것을 더 추천하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물이 흥건한 곳에서 사는 아이가 아니니까 다른 베고니아만큼 물을 많이 주실 필요는 없고 한번 물을 충분히 주시고 나서는 물이 잘 빠지는 것을 확인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육이들 키우는 것처럼 키우시는 게 좋다고들 합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아시죠?



©JeonghyunLee



아무 때나 가지치기해주는 걸 좋아한다고 하네요. 흠... 이건 저에겐 범접할 수 없는 영역... 너무 막 자란다 싶으면 새로 나온 가지의 끝부분을 찰캉 잘라주시면 된대요. 그러면 잎이 더 풍성하게 자라게 되고 줄기만 기~일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 이런 걸 척척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어머 너무 웃자랐네? 오늘은 가지치기를 좀 해줘야겠어 찰캉찰캉~" 이런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ㅠㅠㅠ 

온도는 15도 이상으로 유지해주셔야 한다고 합니다. 브라질 출신이니까 정열적으로 따땃하게 키워주세요. 온도가 갑자기 변하면 잎이 후두둑 떨어져 버린다고 해요. 잎이 크고 두꺼워서 떨어지니까 디게 가슴 아펐어요ㅠㅠ



©JeonghyunLee



저는 이 아이의 잎사귀가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반찬 그릇처럼 끝이 안쪽으로 동그랗게 말려, 간간히 떨어지는 꽃잎이 소복하게 담기는 모양이 너무 이뻤습니다. 가죽처럼 두꺼운 잎의 색깔은 채도가 낮고 중후한 느낌의 묵직한 초록색인데 흰 털로 덮여 있어 더욱 오묘한 색을 냅니다. 이 흰 털 덕분에 강한 빛에도 잘 견딘다고 하네요. 특히 새 잎이 나오는 모양이 독특한데 조그만 잎이 나와서 쑤욱 자라는 게 아니고 병아리가 알껍질을 깨고 나오듯이 쭈굴쭈굴하게 꾸겨진 잎이 시간이 지나면서 주왁 펴지는 형태로 자랍니다. 그렇지만 이 베고니아의 진짜 매력포인트는 줄기 끝에 오글오글 모여서 피는 흰꽃들입니다. 일 년 내내 계속해서 피고 향기도 아주 좋다고 해요. 나비랑 벌들이 엄청 좋아한다네요. 

사진 찍는다고 여기저기 들고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꽃잎도 잘 떨어지고 잎사귀도 잘 떨어져요. 여기저기 옮기시다가는 마음 상하실 수 있으니 옮기실 때는 조심조심하세요. 



©JeonghyunLee




©JeonghyunLee




독특한 것과 평범한 것은 조화를 이루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너무 평범한 게 계속되면 무언가 일탈을 꿈꾸게 되고 독특한 일만 일어나면 곧 지쳐 잔잔한 평범함이 그립고 뭐 그렇더라고요. 사실 이 베고니아 베노사도 자기들 사이에서야 독특할 게 뭐 있겠냐만은 이렇게 생기지 않은 식물들을 많이 보다가 얘를 보니까 독특해 보이는 거죠. 식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식물일 뿐일 테고요. 이렇게 생긴 아이는 처음 보는 저는 찍는 내내 흥분되고 즐거웠습니다. 일 년 내내 꽃을 피운다니 그것도 넘 좋고요. 레어템을 키워보고 싶으신 분들 추천드려요! 다육이처럼 무심함을 좋아하는 식물 잘 키우시는 분들은 어렵지 않게 키우시면서 꽃도 계속 보시고 좋을 것 같아요^^






오늘 공부의 출처는 logees, davesgarden, taylorgreenhouse입니다.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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