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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Mar 11. 2019

식물을 사랑하는 방법 : 관찰

식물 사진 찍기 2.




꽃집에서 신중하게 식물을 골라 데려오고 난 후에도 바로 다짜고짜 사진을 찍지는 못합니다. 어느 정도는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마음을 열 때까지 한동안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요. 먼저 집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거실 한가운데에 식물을 꺼내놓습니다. 혼자 놓인 식물은 와글거리는 꽃집이나 농장에서 다른 식물들과 함께 있을 때와는 달라 보입니다. 대부분은 훨씬 더 특별해 보이지요. 새로 온 식물은 늘 주인공입니다. 그럴 리 없지만 첫날은 왠지 쑥스러울 것 같아 혼자 있을 시간을 주기 위해 그렇게 꺼내 만 놓고 맙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달려가서 상태를 확인하죠. 굉장히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제가 사진 찍는 식물의 대부분은 사진을 위해 꽃집에서 잠시 빌려온 것이기 때문이죠. 식물이 저희 집에 있는 시간 내내 저는 초긴장 상태로 식물을 관찰합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촬영을 하고 꽃집에 반납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저 세상으로 보낸 식물도 적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럴 땐 말로 다할 수 없이 미안하고 절망적이지요. 그러나, 데려오는 식물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식물들을 열심히 관찰할수록 식물을 임시 보호하는 저의 솜씨도 조금씩은 나아졌습니다. 지금은 꽃집 동생이 저희 집에 다녀오면 식물들의 상태가 더 좋아진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런 것은 아니고 식물 똥손인 저를 위로하려는 동생의 마음이겠지만 그게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저는 그건 관찰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JeonghyunLee




식물 고수님들의 글을 보면 종종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식물이 당신에게 말을 한다’, ‘무엇이 필요한지 열심히 관찰하면 알게 될 것이다’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식물과 대화가 되는 그런 경지에는 전혀 이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빌려온 식물이라 조심스럽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면밀하게 식물의 상태를 관찰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의 관찰이지만 아주 조금은 지금 이 식물의 상태가 어떤지 감이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호기롭게 제 나름의 진단을 내려 물을 주기도 하고 햇빛에 내어놓기도 합니다. 이 역시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 만큼이나 식물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관찰은 중요합니다. 사진에 있어서 모든 피사체를 볼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보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보는 눈에 애정이 담기기 시작하면 멋진 일이 일어날 수 있죠. 




©JeonghyunLee




이 무늬 몬스테라 Monstera deliciosa albo variegata는 제가 꽃집에서 데려오는 식물들 중에서는 꽤나 큰 편에 속했습니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어린 무늬 몬스테라가 사실은 진짜 무늬 몬스테라가 아닌 게 많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들은 후라 더욱 귀중하게 느껴졌지요. 그 가짜 무늬 몬스테라(물론 그 아이도 이쁘고 귀한 식물입니다. 단지 무늬 몬스테라가 아닐 뿐)와 진짜 무늬 몬스테라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라면서 잎사귀에 구멍이 뚫리느냐 아니냐입니다. 일명 찢잎이라고 불리는 구멍 난 잎은 사람들이 몬스테라의 미를 판단하는 중요 기준입니다. 이 구멍은 빛을 많이 받으면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해요. 그래서 무늬 몬스테라를 가지고 있는 내내 햇빛이 드는 창가에 바짝 붙여놓고 새로운 구멍이 나타나는지 지켜봤지요. 물론 그 며칠 사이에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습니다. 




©JeonghyunLee




사진 속에 보이는 돌돌 말려있는 어린잎도 저의 주요 관찰 대상이었습니다. 아기 잎이 저렇게 김밥처럼 말려있는 것은 몬스테라가 속한 외떡잎식물의 특징이라고 해요. 구멍이 있는 잎은 이렇게 아기일 때부터 구멍이 뚫려 있는데 보통 구멍이 있는 잎은 위쪽으로 크게 자라고 구멍이 없는 잎은 아래쪽에 자리 잡았다가 시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세월을 보낸 몬스테라가 구멍 난 잎을 더 많이 만든다고 하니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새로 나온 잎에 과연 구멍이 있는지 궁금해서 성급하게 억지로 펴보면 안 된다고 해요. 매일 아침 아기 잎이 얼마나 펴졌는지 관찰했지만 이 역시 짧은 시간 안에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이 식물 초보인 저의 기본적인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JeonghyunLee





식물이 맨날 봐도 그대로인 것은 실망할 일이 전혀 아닙니다. 그 모습으로 있기 위해 식물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그대로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초보인 저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빛과 물의 양, 영양 상태, 흙 속의 사정, 온도, 습도 등 수많은 요소가 식물이 원하는 조건에 맞아야 하니까요. 어떤 식물은 사는 환경이 맘에 안 들면 어김없이 상태가 나빠지지만, 어떤 식물은 금방 불만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너무 늦게 문제를 발견하게 되곤 하지요. 초보들에게는 식물의 이런 신호를 눈치채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 만족스럽게 살아있는 건지 아니면 티는 아직 안내도 병들어 가고 있는 건지를 알기 위해서는 관찰, 그것도 매일매일의 성실한 관찰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이 금세 구멍이 뚫리거나 무늬가 진해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관찰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열심히 관찰하다 보면 언젠가는 고수들처럼 식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JeonghyunLee





[무늬 몬스테라 키우기]


빛 : 어딘가를 통과해 들어오는, 간접적이면서도 밝은 빛을 충분히 받는 게 좋습니다. 직사광선을 너무 오래 받는 것은 좋지 않아요. 그늘에서도 잘 버티지만 빛을 많이 받으면 구멍이 더 많이 뚫리고 무늬가 더 뚜렷해진다고 해요. 변화가 금방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 꾸준히 관찰해야 합니다.


물 : 봄, 가을에는 흙 표면이 마르면 물을 주시고 여름에는 거의 매일 주셔서 흙이 마르지 않게 해 주세요. 가을부터는 물을 줄여서 겨울에는 건조하게 키워 주세요.


온도 : 열대 식물이기 때문에 따뜻한 것을 좋아합니다. 겨울에는 5도 이상으로 유지해주면 월동이 가능합니다. 추위에 약하니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었다면 실내로 들여주시는 것이 안전해요.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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