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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Mar 26. 2019

식물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것

식물 사진 찍기 4. 여우꼬리 선인장 






©JeonghyunLee





식물이 훌륭한 피사체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식물 사진을 찍기로 하면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식물을 찍을 공간이었습니다. 제가 보고 반했던 사진 속 식물들은 대부분 정말 멋진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최근 들어 식물이 특히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게 된 데에는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가 크게 유행한 덕이 커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찍기도 전부터 저희 집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테리어 상태가 크게 우려되었지요. 그래서 처음에는 스튜디오를 빌려 촬영할 생각도 하고 인테리어에 상당히 힘을 준 친구들의 예쁜 집을 섭외해서 촬영하기도 했죠. 세상 쿨한 성격의 플로리스트 동생은 쭈뼛대는 저를 이끌고 엄청난 무게의 선인장을 든 채 꽃집 근처의 가구 매장으로 다짜고짜 들어가 촬영 협조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JeonghyunLee




하지만 그렇게 촬영 공간 섭외에 온통 힘을 쏟아 사진을 찍는 것은 어쩐지 제가 처음에 생각한 그림과 맞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어서 식물 사진을 찍기로 한 건데, 멋진 공간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엉뚱한 욕심이 정작 중요한 것을 앞서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사진을 제대로 찍을 생각은 안 하고 주변 것에 온 정신을 파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지요. 저는 근사한 사진보다는 찍으면서 즐거운 게 더 중요하다고 제 자신에게 선언했습니다. 적어도 식물은 그렇게 찍어야겠다고 생각을 한 후부터 저에게 온 식물들은 큰 고민 없이 저희 집 거실로 바로 가져왔습니다. 평범하고 비좁은 공간이지만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맘대로 카메라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고 오늘 찍다가 해가 지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 찍어도 되고 또 그럴 때마다 달라 보이는 장소이지요. 빛도 제법 잘 들고요. 게으른 저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다행히 금방 깨달았습니다. 




©JeonghyunLee




사진 이야기를 할 때면 저는 종종 좋은 사진이 반드시 멋진 공간, 완벽한 시간대에 최고급 장비로만 탄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막상 사진을 찍으려면 모든 게 완벽하게 나를 도와줘야 할 것만 같지요. 그런 것들을 신경 쓰는 동안 정작 중요한 피사체는 뒷전이 돼버리곤 합니다. 식물들이 피사체로써 가지는 카리스마는 제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누구든 식물 사진이 찍고 싶어 지신다면 망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멋진 공간이 없어도, 좋은 카메라가 없어도 좋아하는 식물이 앞에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머지는 식물이 알아서 해줄 겁니다. 식물은 그만한 힘을 가진 피사체인 것 같아요.




©JeonghyunLee





여우꼬리 선인장(Cleistoscactus winteri D. Hunt)은 그런 카리스마가 넘치는 식물입니다. 존재감이 뛰어나서 확실하게 프레임을 장악하죠. 황금색 털이 덮인 동물 꼬리처럼 생겨서 여우꼬리, 생쥐 꼬리, 원숭이 꼬리 등 긴 꼬리를 가진 온갖 동물들의 꼬리로 불립니다. 원래는 이 꼬리들 여러 개가 바글바글 뭉쳐 자라는데, 너무 많으면 조금 징그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통의 다른 선인장과는 달리 자라는 기세가 워낙 좋아 아래로 길게 늘어뜨리며 키울 수 있는 선인장이라는 사실은 매우 유혹적입니다. 이 사진처럼 솜씨 좋은 전문가들이 접목을 시켜 독특한 모양을 만들 수도 있지요. 이렇게 개성이 확실한 모델을 만나면 사진 찍는 사람은 딴생각할 겨를 없이 프레임 안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독특한 모양의 식물을 찾는 분들이라면 역시나 여우꼬리 선인장의 카리스마에 쏙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JeonghyunLee






[여우꼬리 선인장 키우기]



빛 :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나 반양지의 빛 등 밝은 간접광을 많이 받는 게 좋아요. 직사광선은 너무 오래 받지 않도록 해주세요.


물 :  햇빛이 많은 여름철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셔도 되는데 물 주기 전에 흙이 완전히 말랐는지 확인하시고 주세요. 장마철에는 물을 안 주시는 게 좋고요. 가을이 되면서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물주는 빈도를 줄이시고 겨울이 되면 단수하셔도 돼요. 


온도 : 햇빛만 충분하면 추위도 잘 견디는 편이지만 겨울에도 5도 정도는 되는 것이 좋습니다. 겨울을 춥게 잘 보내면 꽃이 더 잘 핀다고 해요.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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