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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May 04. 2019

식물 잘 키우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식물 고수의 영역 -  라벤더





자타공인 식물 초보인 저는 분갈이, 가지치기, 비료주기, 번식시키기 등을 고수의 영역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진짜 고수들에게는 이 역시 기본적인 분야입니다. 그래서 식물 키우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하면 늘 이 부분도 등장하게 되죠. 저에게는 식물에 다가가기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가만히 놔둬도 죽을지 살지 긴장되는 식물을 감히 화분에서 꺼낸다거나 멀쩡해 보이는 잎이나 가지를 꺾는 일은 너무 두려운 일이죠. 그리고 무슨 흙과 무슨 흙을 몇 대 몇으로 섞어서 화분에 붓고 식물을 심는 일 역시 저 같은 곰손들은 선뜻 도전해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제 맘대로 그런 것은 고수의 영역이라고 미뤄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도전해 볼 수도 있고 제가 키우는 식물을 위해서는 알아두면 좋은 지식들이기에 두려워만 하지 말고 고수의 영역이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알아두면 좋을 듯합니다. 





©JeonghyunLee





초보로써 가장 먼저 시도해보고 싶은 고수의 기술 중 하나는 분갈이입니다. 분갈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하니 초보라는 핑계로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만은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고맙게도 초보의 손에서 식물이 잘 자라 화분에 가득 차게 되면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시키는 게 좋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초보들은 식물들이 분갈이를 필요로 하는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식물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 초보들의 화분을 보면 거의 다 이 문제를 지적하죠. 그때서야 화분이 식물에 비해 너무 작음을 눈치챘다 해도, 멀쩡해 보이는 식물을 화분에서 통째로 꺼내 적당한 비율로 여러 흙을 섞어 준비한 새로운 화분에 옮겨 심어야 하는 분갈이의 과정은 초보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는 고행길로 느껴집니다. 경험 있는 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죠. 친절한 동네 꽃집이나 농장을 미리 알아두면 좋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JeonghyunLee






화분에 들어가는 흙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흙은 저에게는 미지의 분야입니다. 흙이면 다 똑같은 흙인 줄 알았는데 배양토, 마사토, 적옥토, 난석, 질석, 펄라이트 등등 다양한 종류의 흙이 있고 식물의 종류에 따라 어떤 흙을 어떤 비율로 섞어야 하는지도 달라집니다. 식물이 뿌리를 내려 자리를 잡고, 양분을 공급받고 배설물을 내보내며, 숨 쉬고 자라날 집을 마련하는 것이라 식물에 맞게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공부가 특히 필요한 부분이죠. 


이와 더불어 비료 역시 저의 미개척 분야입니다. 유기질이니 질소니 하는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사실 왕성하게 잘 자라는 식물의 비밀은 비료에 있다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었습니다. 비료는 빛, 물, 온도의 기본적인 요건이 잘 갖추어진 상태에서 시기를 잘 맞추어 주어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초보들의 접근이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종류도 다양해서 식물의 종류와 시기에 따라 필요한 비료들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저는 비료라 하면 흙에 같이 섞어줘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해 어렵게 느꼈었는데 액체로 되어 있어 흙에 뿌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나, 알갱이 모양으로 흙 위에 올려놓고 물을 주기만 해도 되는 것들도 있다고 해요. 우리 집에 잘 적응했다 싶은 식물을 더 튼튼하게 키워주고 싶으면 때에 따라 도전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JeonghyunLee





튼튼한 식물이란 보통 자손을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식물을 번식시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손들을 더 만들어주는 거죠. 가만 놔두면 알아서 번식하는 식물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자연환경이 아니라 화분으로 독립시켜 살게 한 것이다 보니 더 많은 자손들을 원하는 경우에는 키우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가 많죠. 적절히 번식시키는 것은 어미 식물을 더 튼튼하게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요. 식물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잎꽂이나 줄기 꽂이(꺾꽂이) 등은 식물 키우는 분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보편적인 방법입니다. 잎꽂이는 잎을 떼내어 잎에서 뿌리가 나오게 한 후 흙에 심어 주는 것이고 줄기 꽂이는 줄기의 적당한 부분을 잘라 흙에 심어주는 것입니다. 잎꽂이는 건강한 식물에게서 멀쩡한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므로 저 같은 겁쟁이는 감히 해보지는 못하고 사진으로만 봤을 뿐인데 잎에서 뿌리가 나오는 모습은 정말 신기합니다. 줄기 꽂이는 저도 초보자의 좋은 친구, 엄청난 생명력의 장미허브로 시도해서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워낙 정신없이 자라기 때문에 용기를 가지고 시도해 볼 수 있었죠. 잎이나 줄기뿐 아니라 뿌리를 나누기도 한답니다. 포기 나누기라고 하는데 화분에서 식물을 꺼내 하나로 뭉쳐있던 뿌리를 여러 포기들로 분리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번식 방법들은 일단 식물이 튼튼하게 자라 있는 상태여야지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야 분리를 해도 또다시 자리를 잡고 자라날 수 있죠. 





©JeonghyunLee





식물을 살아있게 하는 데에도 힘이 벅찬 초보들과는 달리 식물 금손들은 식물이 아름다운 형태로 자라는 것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가지와 잎의 형태는 물론 잎과 잎 사이의 간격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다. 보기 좋은 것뿐만 아니라 식물이 좀 더 쾌적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아래쪽 잎을 뜯어주고 곁가지들을 잘라내기도 하는데 저의 눈에는 대단히 과감해 보이는 결단입니다. 이렇게 잘라낸 잎과 가지들을 다시 꽂아 새로운 식물로 키워주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고수의 완성입니다. 


그리고 식물 고수라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벌레들도 당당하게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야 벌레나 해충으로 식물이 아파할 때 늦지 않게 등장해 치료해 줄 수 있죠. 진드기, 진딧물, 깍지벌레, 응애, 민달팽이, 개각충 등 이름만 들어도 소름 끼치는 존재들을 만났을 때의 대처법을 익혀야 합니다. 정원에서 식물을 키우시는 분이라면 이 작디작은 생명체들에 대해서 제 기준으로는 사자의 심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담대해져야 합니다. 실내의 작은 화분들에서 키운다고 해도 벌레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식물과 친해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으며 깊이 공감합니다. 또 식물들이 벌레 외에도 여러 이유에서 걸릴 수 있는 식물의 병들도 제 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겠지요. 고수란 여러모로 마치 엄마처럼 강하고 지혜로운 전방위 능력자를 의미합니다.  


이 외에도 식물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새로운 영역들이 더 많이 등장합니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모두 식물을 더 건강하게 키우려는 노력입니다. 작은 변화도 눈치챌 수 있는 섬세함과, 대의를 위해서는 순간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담대함 그리고 늘 식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다정함이 필요합니다. 초보와 고수의 차이는 공부도 공부지만, 수많은 경험 뒤에 이런 마음이 식물을 위해 얼마나 더 쓰이는지에 대한 차이인 듯합니다.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쏟는 게 그런 것이겠죠. 




©JeonghyunLee





라벤더는 정말 아름다운 식물이지만 집에서 키우기는 다소 까다롭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여서 라벤더를 키워보는 것은 늘 저의 로망이었습니다. 비누나 샴푸를 고를 때 라벤더 향이라고 하면 무조건 선택할 만큼 라벤더를 향한 저의 사랑은 지고지순했지요.


사진 속 라벤더는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피나타 라벤더예요. 아름다운 잎 모양 때문에 레이스 라벤더라고도 합니다. 라벤더를 키우면서 진짜 라벤더 향을 맡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기대로 라벤더를 데려왔지만 저의 꿈은 금세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봄이 오면 꽃집마다 가득한 라벤더라 그리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저희 집에 와서 사진을 찍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예쁜 보라색 꽃들이 작별인사를 건넸고 레이스같이 섬세한 모양의 잎들도 곧 따라 떠났지요. 물의 양이 안 맞았던 걸까, 빛이 부족했나, 비료를 줬어야 했나, 처음 심겨올 때부터 약한 아이였던 걸까, 속사정을 알길 없는 초보라 애를 태웠죠. 끝이 안 보일만큼 들판 가득 심겨 야외에서도 잘만 자라는 라벤더 사진을 보면 야속한 마음이 들지만, 어쩌면 그게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자연의 품 만한 게 없는 거죠. 야외에서 자라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최대한 원래 자라는 곳의 환경과 비슷하게 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때의 쌉쌀한 기억 때문에 라벤더는 저에게 전문가의 식물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식물들은 어느 날 말도 못 하게 작아진 집에 담겨서도 적응을 해나가지만, 어떤 식물은 달라진 환경을 단호히 거부하고 훌훌 떠나버립니다. 진정한 고수란 그만큼 자연에서 떨어져 슬픈 식물의 마음을 잘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라고 떠나간 라벤더 대신 진한 라벤더 향 핸드크림에 코를 대며 생각해봅니다. 





©JeonghyunLee






<라벤더 키우기>



빛 :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키워주세요. 장마철과 추운 겨울 외에는 바깥에 두시는 것도 좋아요. 너무 습한 여름에는 살짝 선풍기를 틀어주셔도 된다고 해요.



물 : 과습에 매우 약해요. 속흙이 마르거나 잎이 마른 듯할 때 물을 주시고 꼭 물이 잘 빠지도록 해주세요. 건조하게 키우는 게 안전합니다. 겨울에는 물을 더 줄여주세요. 



온도 : 추위와 더위에 모두 주의해야 합니다. 0도 이상에서 월동이 가능한데, 겨울을 서늘하게 보내야 봄에 꽃이 많이 핀다고 해요. 선선한 온도를 유지해 주시면 제일 좋습니다.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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