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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May 21. 2019

식물도 남향을 좋아하나요?

식물이 좋아하는 빛 - 필레아





물, 온도, 빛은 초보들도 챙기는 기본 분야라고 했지만 여기에도 식물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식물 고수님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물만 잘 주면 되는 줄 알던 초보로써는 처음 접하는 재밌는 사실들이었죠. 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면 역시 식물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섬세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빛에 대한 것입니다. 식물들에게 빛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초보도 알고 있는 상식이지요. 그래서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식물을 들이면 으레 빛이 잘 드는 곳에 놓게 됩니다. 그런데 식물을 오랫동안 한 군데에 놔두면 슬슬 빛이 들어오는 곳을 향해 줄기들이 휘어지게 됩니다. 줄기가 야들야들하고 잎이 많은 식물들은 그만큼 더 쉽게 휘어지고 거의 미동이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선인장같이 단단한 식물들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빛이 들어오는 곳을 향해 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JeonghyunLee





한쪽으로 휘어져 줄기를 뻗으며 자라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애처로워서 반대방향으로 화분을 돌려주곤 합니다. 그렇게 며칠 놔두면 또 반대방향으로 줄기들이 자라고 그러면 또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그러면서 화분은 빙글빙글 돌고 줄기들은 이쪽저쪽으로 휘기를 반복하게 되죠. 한쪽으로 쏟아질 듯한 모습이 안타까워서 돌려주었던 것인데 실제로 식물 고수님들도 화분의 방향을 가끔씩 바꿔주는 게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JeonghyunLee





식물이 빛의 방향에 따라 이렇게 휘는 이유는 옥신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합니다. 옥신은 원래 식물이 자라도록 해주는 호르몬인데, 빛을 많이 받은 쪽은 옥신이 너무 많아져 오히려 성장을 억제하고 빛을 덜 받은 쪽은 옥신의 양이 적당해서 잘 자라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빛을 덜 받은 쪽이 길어지며 빛 쪽을 향해 줄기가 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식물이 휘는 것을 막기 위해 화분의 방향을 돌려주는 것이 식물에게 오히려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체들은 잎 안에서 빛을 따라 움직이며 모양을 바꾼다고 합니다. 그런데 화분의 방향을 돌리면 엽록체로 들어오는 빛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엽록체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동안 그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빛을 따라 식물이 이리 휘고 저리 휘게 되면 에너지의 소모가 심해져 성장이 늦어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JeonghyunLee





식물 공부를 하다 보면 초보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고수들이 주는 정보들이 서로 엇갈린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고 틀리다기보다는 식물의 특성과 식물을 키우는 환경이 워낙 다양하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언제나 한 가지 방법만이 맞을 수는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고수라면 상황에 따라 식물에게 더 좋은 결정을 해주면 되지만 식물과의 대화가 아직 서툰 초보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최대한 식물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해 볼 뿐이지요. 화분의 방향을 돌리더라도 너무 갑작스럽게 홱 반대방향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엽록체니 옥신이니 하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죠.




©JeonghyunLee





탁 트인 야외에 살고 있는 식물이라면 딱히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지면서 빛의 방향이 하루 종일 변하기 때문에 식물이 움직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구석구석 골고루 빛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내에 있는 식물들은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보니 시간에 따라 받아들이는 빛의 세기가 달라지기는 해도 빛의 방향은 크게 변하지 않죠. 그래서 고민이 됩니다.  


어떤 식물은 한쪽으로 휘지 않고 곧게 자라는 것이 더 보기 좋지만, 어떤 식물은 위로 곧게 자란 것보다는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구부러진 모양이 더 멋있을 수도 있습니다. 식물이 어떤 것을 더 좋아할지 그 마음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보기 좋은 것만 생각할 수는 없으니 초보는 혼란스럽습니다.




©JeonghyunLee





필레아를 키운다면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필레아는 워낙 빛의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성장이 빠른 식물이기 때문이죠. 필레아는 해외의 식물 고수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 사진을 통해 자주 보았던 식물입니다. 실물을 보고 굉장히 반가웠지요. 식물 전문가들이 아닌 아마추어들끼리 서로 주고받으며 유명해졌다고 해요. 줄기 끝에 한 개씩 달린 동그랗고 납작한 잎모양이 독특해서 별명도 무척 많은데, UFO 식물이라는 별명이 가장 맘에 드네요. 물을 묻힌 부드러운 천으로 살살 닦아주면 잎이 더 반짝거리고 건강해진다고 해요.


가느다란 줄기가 동그랗고 넓은 잎을 우산처럼 받치고 있다 보니 어느 한쪽으로 휘어진 모습이 특히 더 위태로워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필레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대부분의 고수님들은 화분의 방향을 때때로 바꿔줄 것을 추천합니다.




©JeonghyunLee





가장 좋은 방법은 식물이 실내에 있어도 마치 야외에서 햇빛을 받는 것처럼 식물의 머리 위쪽에서 빛이 넓게 펴져서 골고루 들어오게 하는 것입니다. 남쪽이나 서쪽으로 난 창가에 살짝 눈높이보다 낮게 화분을 놓으면 빛이 적당한 방향으로 위에서부터 들어와 화분을 돌리지 않아도 빛이 고르게 들어올 수 있다고 해요. 필레아뿐 아니라, 많은 양의 빛을 필요로 하는 모든 식물들에게 이상적인 장소이지요.


아쉽게도 누구나 다 식물에게 가장 이상적인 창문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빛이 골고루 비추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야겠지요. 필레아와 같이 빛에 민감한 식물을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서는요. 되도록이면 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을 찾아보고 빛이 넓은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얀 천이나 블라인드 등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광으로 부족한 부분은 인공조명으로라도 채워주면 좋지요.


또한 빛 외에 물의 양이나 화분의 크기 같은 다른 요소들 역시 식물이 휘는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니 휘어져 자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여러 가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식물을 괴롭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우리 기분처럼 식물도 곧게 뻗으며 자라는 걸 더 원하는지 알 수 없어 오늘도 고민하는 초보의 마음을 아무쪼록 말없는 식물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필레아 키우기>



빛 : 빛을 좋아하고 빨리 자라는 식물이라 햇빛을 향해 한 방향으로 자라는 경향이 있습니다. 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놓아주시되, 직사광선은 피해 주세요.


물 : 습도가 높은 곳에서 잘 자라지만, 흙이 푹 젖어 있는 상태로 오래 놔두면 안 되고 흙이 완전히 말라버려도 안돼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시면 되는데 더울 때는 조금 더 자주, 추워지면 좀 뜸하게 주세요. 잎이 처진 듯한 느낌이 들거나 흙이 마르면 물을 주시면 돼요.


온도 : 25도 정도를 좋아합니다. 따뜻한 날씨에는 밖에서 키워도 좋지만, 10도 이하로는 내려가면 안 돼요. 온도가 갑자기 바뀌지 않도록 해주세요.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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