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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식물초보 필기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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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정현 Jun 01. 2019

무늬가 있는 식물의 마법

빛이 하는 일 - 금사철

빛은 식물을 자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식물의 미모에도 관여합니다. 식물의 개성을 결정해주는 잎의 무늬들은 빛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알록달록한 무늬들은 타고 나기를 그렇게 타고 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빛을 얼마나 받는지에 따라 이 무늬가 더 진해지기도 흐려지기도 한답니다. 식물에 따라 줄무늬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호피 무늬처럼 얼룩덜룩한 무늬를 보여주기도 하고 잎안에 잎이 하나 더 그려진 듯한 무늬, 잎맥을 따라 선이 그려지는 듯한 무늬 등 다양한 무늬들이 나타납니다. 자연적으로 변이가 이루어진 것이든 호기심 많은 재배자들이 개발한 것이든 한 종의 식물도 다양한 무늬와 색에 따라 나뉘어져 학명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JeonghyunLee

원래 무늬가 없다면 몰라도 무늬가 있는 식물이라면 기왕이면 그 무늬가 진하고 화려하길 바라게 됩니다. 앞에 소개했던 무늬 몬스테라도 하얀 얼룩무늬가 더 많이 나타나면 키우는 분들이 상당히 자랑스러워 하지요.

무늬가 분명해지려면 많은 양의 햇빛이 필요합니다. 하루 이틀 빛을 많이 받는다고 눈에 띄게 무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직사광선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고 해요. 빛에 있는 자외선이 무늬가 진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창문을 통해서 들어온 빛은 자외선이 어느 정도 차단되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창문을 열고 창밖에 내어놓거나 집밖에 두어 직광을 받게 해주는게 좋지요.

©JeonghyunLee

금사철은 식물 키우는데 소질이 없는 저의 집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식물 중의 하나입니다.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분갈이라는 전문가의 영역에 좀처럼 진입하지 못하는 주인을 만난 덕에 어릴 적부터 살던 주먹만한 화분에서 평생을 보내고 있지만 고맙게도 튼튼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왕초보분들에게도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금사철은 금테사철, 미니금사철, 금반사철 등 비슷비슷한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 식물 키우기에 자신 없는 분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어요. 사시사철 똑같이 강렬한 초록색을 유지하고 야외에서 빛을 충분히 받으면 테두리가 노란빛을 띄게 됩니다.

©JeonghyunLee

사실 저는 상당히 오랫동안 금사철의 정확한 이름을 알아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막연히 금전수일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제 이름을 찾아주었지요. 그러면서 부끄럽게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금전수와 금사철이 실은 굉장히 다르게 생겼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잎 끝에 톱니바퀴같은 돌기가 있는 것과 함께 금사철의 가장 멋진 특징 중 하나인 무늬가 빛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이때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금사철은 잎의 테두리가 노란 색이어서 금사철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제 금사철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선명한 연두색 테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줄기에서 나오는 잎들인데 무늬가 있는 잎도 있고 없는 잎도 있습니다 항상 빛이 많이 들어오는 베란다에 놓여 있었지만 이보다 더 뚜렷한 노란색 무늬를 가지려면 직접 들어오는 빛이 필요했던 거지요. 하지만, 진한 초록색 물감을 뿌린 것 같은 불규칙한 무늬가 형광에 가까운 밝은 연두빛과 대조를 이루는 지금의 모습도 상당히 맘에 듭니다. 모든 잎에 무늬가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무늬가 있는 잎들이 더 특별하게 보이기도 하지요.

제가 무심하고 무식한 동안에도 부지런히 빛을 재료로 무늬도 만들고 색깔도 만드는 것이 신통방통합니다. 둘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면 빛도 대단하고 식물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