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현 Jun 10. 2019

물이라고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물 주는 방법을 공부하자 – 뱅갈 고무나무






어느 뜨거운 여름날 꽃집을 가보니 카리스마 넘치는 플로리스트 동생이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직원을 지엄하게 꾸짖고 있었습니다. 꽃집 밖에 놓여 있는 식물들에게 한낮에 물을 주어서였죠. 물 준 게 왜 혼날 일인가 궁금해서 들어보니 여름 한낮의 화분은 빛을 받아 잔뜩 뜨겁게 달궈져 있는데 여기에 물을 부으면 물도 뜨거워져서 식물에게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이나 같다고 합니다. 식물들의 뿌리를 심각하게 상하게 할 수 있는 거죠. 또 물을 주다가 잎에 묻은 물이 한낮의 태양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답니다. 이 또한 회복이 힘든 치명상입니다. 이처럼 빛에 이어서 물 주기에서도 조금 더 섬세하게 신경 써줘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JeonghyunLee






봄이나 여름에는 선선해진 저녁 때나 해가 뜨거워 지기 전 이른 아침에 물을 줘서 화분 속 물의 온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겨울이 성장기인 식물들을 제외하고는 물 주는 횟수를 줄여주는데 물을 줘야 한다면 저녁때 준 물이 밤새 얼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아침에 주는 게 좋다고 하고요. 그런데 왜 저는 여름이면 항상 한낮이 되어야 물 줄 생각이 나서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줘야지 하고 나면 꼭 그다음 날 한 낮에나 다시 생각이 날까요. 여름철 제 식물들은 안 그래도 더운데 물먹는 타이밍도 잡지 못해 더 고생을 합니다. 그런데 겨울이면 저녁이 되어서야 물 줄 생각이 나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JeonghyunLee






뜨거운 물이 안 좋은 만큼 너무 차가운 물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물의 온도가 낮으면 흡수도 잘되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꽃병에 꽂힌 꽃들에게는 한여름에는 물에 얼음을 넣어주거나 냉장고에 넣어둔 찬물을 줘서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해준다고 들은 것 같은데, 화분 속 식물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전문가분을 만나게 되면 여쭤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예요. 어찌 됐든 그건 찬물을 틀어도 뜨뜻한 물이 나오는 한여름의 이야기고 더위가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때 나오는 찬물이 슬슬 싫어지는 것처럼 식물들도 선호하는 물의 온도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식물 키우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날씨가 쌀쌀해지면 수돗물을 받아서 바로 주지 않고 어느 정도 실온에 놔둬서 찬 기운을 빼고 난 다음에 물을 주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불순물도 가라앉아 더 좋고요. 참 따뜻한 마음인 것 같아요. 겨울날 찬 생수 대신 따뜻한 보리차를 주는 식당이 더 고마운 것처럼요.





©JeonghyunLee






사진 속의 뱅갈 고무나무 (Ficus benghalensis)는 보통 키우는 크기보다 조금 작은 키의 어린 나무입니다. 뱅갈 고무나무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이 귀여운 나무가 인도의 대표 나무로 알려진 반얀트리(바냔 트리)와 학명이 같은 것이 과연 어찌 된 일인지 하는 것입니다. 반얀트리는 동남아시아에서 큰 숲을 이루어 자라는 나무로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나무 중 하나인데 과연 그 나무가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이 나무와 같은 나무인 걸까요. 반얀 트리의 잎을 보면 꼬꼬마 뱅갈 고무나무의 잎과 제법 비슷하게 생겼는데, 둘은 다른 나무라는 얘기도 있어서 전문가분 만나기만 하면 바로 여쭤보려고 대기 중입니다. 숲에 있는 반얀트리는 그 엄청난 크기 때문에 상당히 야성적이고 강렬한 느낌인데 집에 있는 뱅갈 고무나무는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입니다. 특히 샛노란색의 선명한 잎맥이 그려진 반질반질 광택이 나는 잎은 사진도 잘 받지요.





©JeonghyunLee





저는 뱅갈 고무나무 잎의 모양과 샛노란 잎맥을 무척 좋아합니다. 독특하고 신기한 모양의 잎들도 좋지만, 이렇게 어린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린 듯이 정직한 모양은 오히려 단순하고 담백한 맛이 있습니다. 뱅갈 고무나무처럼 잎이 큰 편인 식물들은 특히 물에 젖은 채로 직사광선을 쬐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잎 한 장에 상처가 나는 것의 피해가 꽤 크니까요. 잎이 단단하고 환경에 예민하지 않아서 믿음직하지만, 이렇게 튼튼하다고 소문난 식물들이 제 품에서 기력을 잃으면 마음이 더 아픕니다. 아이들 그림 속 나무를 닮은 뱅갈 고무나무의 순진한 얼굴을 보면 언제 어떤 물을 주면 가장 좋아할 지도 챙겨주고 싶어 집니다. 삐뚤 빼뚤한 아이들 그림을 소중히 냉장고에 붙여 놓듯 고이고이 잘 지켜주고 싶은 잎 모양입니다. 





©JeonghyunLee







<뱅갈 고무나무 키우기>



빛 : 밝은 간접광을 많이 받는 것이 좋으니 창가에 놔주시면 좋습니다. 여름에 가끔 직사광선을 받으면 웃자라지 않고 잎에 광택이 나게 해 좋지만, 물이 묻은 상태에서 직사광선은 위험하니 조심해 주세요.


물 : 겉흙이 마르면 흠뻑 주세요.


온도 : 21도에서 25도 사이의 온도를 좋아해요. 최저 13도 이상 유지하면서 따뜻하게 키워주세요.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JeonghyunLee







매거진의 이전글 무늬가 있는 식물의 마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