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는 방법을 공부하자 - 올리브 나무
저는 가끔 지금이 이 식물에 물을 줘야 되는 때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적당히 준 것도 안 준 것도 아닌 양으로 물을 주곤 했습니다. 물이 필요하다면 먹고 아니면 안 먹겠지 하는 마음이었죠. 하지만, 그런 애매한 태도는 좋지 않다고 해요. 대부분의 식물들은 물을 줄 때는 확실하게 줘야 한다고 합니다. 한번 줄 때 흠뻑 줘서 물이 화분 밑으로 흘러나오도록 해야 하는 거죠. 물을 주는 제일 중요한 이유는 당연히 수분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것 말고도 물을 주면서 화분 속 뿌리 주변의 흙에 있던 노폐물들이 물과 함께 씻겨져 나오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먹는 물이기도 하고 씻는 물이기도 한 거죠. 물을 적게 주면 화분 밖으로 이 물이 새어 나오지 못하고 화분 안에 고이게 돼서 오히려 뿌리를 썩게 할 수도 있답니다. 화분 밑에 있는 구멍을 통해서 물이 흘러나와야 하기 때문에 이 구멍이 막혀있지 않고 물이 잘 흘러나오는지 확인을 해주시고 화분의 위치를 잘 조절해서 새어 나온 물이 고여있지 않고 흘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밑에 구멍이 없는 화분은 물을 주고 난 후 화분을 살짝 기울여서 남아 있는 물을 쪼르륵 따라 버려야 한다고 해요.
물론 어떤 식물들은 한꺼번에 물을 많이 주는 것보다는 조금씩 주는 것을 더 좋아하는 식물도 있습니다. 원래 물을 많이 먹지 않는 식물들이나 휴면기에 들어간 식물, 갑작스러운 변화에 취약한 식물 등이 그런 경우겠지요. 장마철에는 공기 중에 수분이 많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물을 안 주는 게 좋고요. 따라서 각각의 식물의 특징을 먼저 숙지하고 식물의 상태를 살핀 후, 물을 줘야 되겠다 싶을 때는 확신을 가지고 물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을 줄 때 콸콸 준다고 해서 한 번에 세차게 콱 들이붓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화분 전체에 물이 스며들도록 천천히 골고루 주는 것이 좋지요. 한 곳에만 물이 너무 세게 뿌려지면 그곳에 물길이 생기면서 물이 거기로 다 빠져나가 버려서 흙 전체로 전해지지 못한다고 해요. 하늘에서 비가 내릴 때처럼 전체적으로 골고루 뿌려지는 게 좋겠죠. 어린 시절 집에 있던 옛날 스타일의 물뿌리개에 샤워기처럼 생긴 동그란 주둥이가 끼워져 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물을 뿌려보면 주둥이의 촘촘한 구멍으로 물이 퐁퐁 솟아 나왔습니다. 물줄기가 곧장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짝 하늘을 향해 솟았다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땅으로 뿌려졌는데 물방울들이 꼭 봄날 보슬비처럼 부드럽게 떨어졌었죠. 그때 그 우아한 곡선이 어른스럽다고 느껴졌었는지 이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었습니다. 지금 보니 이 부드러운 포물선도 아마 식물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관엽 식물은 화분의 겉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다육이나 선인장처럼 건조한 걸 좋아하는 식물은 속흙까지 말랐을 때가 물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는데, 당연히 식물들마다 물을 줘야 하는 시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식물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원하는 물의 양이 달라지고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깁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상 흙의 상태를 확인하고 물을 주는 것인데 초보 입장에서는 겉흙만 말랐는지 속흙까지 말랐는지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지요. 이럴 때는 흙 안으로 손가락을 쓱 넣어보거나 나무젓가락을 찔러봅니다. 뿌리가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집어넣고 나무젓가락을 넣는 경우에는 잠시 기다렸다가 꺼내야 해요. 손가락 한마디 깊이 정도 넣었다 꺼내보았을 때 흙이 말라서 손에 달라붙지 않고 후두둑 떨어지면 겉흙이 마른 상태입니다. 조금 더 깊이 손가락 두 마디 이상 넣었다 꺼냈을 때도 흙이 손에 붙지 않는다면 속흙까지 마른 것이라고 해요.
성실한 초보들은 처음 식물을 만났을 때 들었던 지침대로 일 년 내내 똑같이 규칙적으로 물을 주기도 하는데 식물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닙니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면 물을 굶기지 않기 위해 날짜를 기억하면서 정기적으로 물을 주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 이 주기와 물의 양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다육이나 선인장은 정기적으로 물을 주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과습에 약하기 때문에 일정한 주기보다는 흙이 충분히 말랐는지와 잎과 줄기의 상태가 어떤지 등 식물의 상태를 보고 물 주는 시기를 정하는 게 좋죠. 이런 것이 바로 초보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는 것을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식물의 상태를 봐도 모르겠으니 그냥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으로 날짜를 정해줬으면 하죠. 많은 식물 중 물에 예민하지 않은 식물을 만나 우연히 내가 물을 준 날이 물이 필요했던 날이기를 바라야 하는, 어려운 길을 가는 것이 식물 초보들입니다.
올리브 나무(Olea europaea)는 이런 점들을 유의하여 물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을 콸콸 주고 나서는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죠. 특히 겨울철에 물이 화분 안에 남아있으면 위험하다고 해요. 화분 속에서 물이 얼어버릴 수 있는데 올리브 나무는 추위에 특히 약하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죠. 물주는 기술을 연마하기 좋은 식물입니다. 야외에 있는 나무보다는 훨씬 작지만 집에서 키우는 보통의 작은 화분들보다는 키가 큰 편이라 무거운 화분에 심겨있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화분 옮기기가 힘들다고 저처럼 물을 적당히만 쫄쫄 주면 물이 고여 과습이 될 수 있어요. 조금 힘들어도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곳으로 위치를 옮겨 물을 충분히 준 후 화분 밑으로 물이 잘 새어나가도록 해 주고, 집안의 가장 환한 곳에 놓아 빛을 충분히 받도록 해주는 노력을 들여야 행복한 올리브 나무를 오래 볼 수 있습니다. 집안에서 키우기는 조금 까다롭지만, 원래 올리브 나무는 수명이 굉장히 길다고 해요. 잘 적응해서 오래도록 곁에 있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노아의 방주로 비둘기가 처음 물고 온 나뭇잎이 바로 이 올리브 나무의 잎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역사가 오래된 나무이죠. 지중해를 떠올리는 올리브 나무는 최근 들어 눈에 많이 띄는 식물입니다. 식물과 함께 하는 인테리어가 유행하는 덕분인 듯해요. 올리브 나무가 있는 공간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원래는 그리스가 있는 에개해 지역의 나무이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웅장한 고목 느낌의 커다란 올리브 나무들이 가로수로 심겨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제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이렇게 집안에서도 키울 수 있게 되었고 올리브 나무를 키워 열매를 재배하는 농장들도 생기고 있다고 하네요. 5-7월에 꽃을 피우고 나이를 충분히 먹은 나무라면 그 후에 열매를 맺습니다. 집에서 올리브를 따 먹을 수 있다면 정말 멋지겠지만 일단 나무가 적어도 5년에서 10년 이상 되어야 하고 나무에 열린 올리브 열매는 독성이 있어서 바로 따먹으면 안 된다고 해요. 올리브는 평화와 부를 상징하기도 한답니다. 그렇다면 집집마다 꼭 필요한 나무네요.
<올리브 나무 키우기>
빛 : 올리브 나무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입니다. 되도록이면 빛을 많이 받게 해 주세요. 집안에서 키우시면 햇빛이 가장 많이 드는 곳에 놓아주세요. 겨울을 빼고는 야외에 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물 : 겉흙이 마르면 콸콸콸 흠뻑 주세요. 물이 잘 빠지도록 신경 써 주시고요. 겨울에는 좀 더 건조하게 키워주세요.
온도 : 집에서 키우는 올리브나무는 대부분 어린아이들이라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월동은 어려워요. 겨울철에는 실내의 선선한 곳으로 들여 주세요.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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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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