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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Jul 15. 2019

물 주기의 두려움을 극복시켜줄 비법 : 저면관수

저면관수를 해봅시다 - 디시디아 임브리카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초보들을 위축시키는 것 중 하나가 처음 접하는 용어들이 아닐까 합니다. 식물에 익숙한 분들은 일상적으로 쓰는 기본적인 단어들도 무슨 뜻인지 몰라 기가 죽을 때가 많지요. 그만큼 원래는 몰랐던 용어를 알게 되어 적절할 때 사용까지 할 수 있게 되면 남몰래 어깨가 으쓱 해지곤 합니다. 


저에겐 저면 관수가 그런 단어 중 하나입니다. 단어 그대로 물을 아래쪽에서부터 공급하여 식물의 뿌리가 스스로 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분 위에서 물을 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릇에 물을 받아놓고 화분의 밑부분을 담가 주는 것입니다. 작은 화분들은 화분 받침을 이용해도 좋고 크기가 큰 화분들은 대야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가끔씩 욕조나 싱크대에 물을 받아놓고 화분들을 그 안에 세워놓곤 하셨습니다. 그때는 얘네들이 왜 여길 차지하고 있나 했는데 알고 보니 저면 관수의 장면이었습니다. 대부분 겉흙이 촉촉해질 때까지 담가놓으면 되는데 식물들마다 필요한 시간은 다릅니다. 계속해서 물에 담가 놓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뿌리가 오히려 자라지 못할 수 있다고 하니 적당한 시간 뒤에는 빼주시는 게 좋습니다. 




©JeonghyunLee





물 주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물을 흙 전체에 골고루 뿌려주는 것이 좋다고 했었는데 저면 관수를 하면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뿌리가 직접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한쪽에만 물이 몰리지 않게 할 수 있고 밑에 있는 물을 찾아 뿌리가 아래로 뻗어가면서 더 잘 자라게 된답니다. 줄기나 잎에 물이 튀는 것도 막을 수 있지요. 또 위에서부터 물을 자주 주면 나중에는 흙이 단단해져서 물도 잘 흡수하지 못하고 뿌리가 자라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럴 때도 저면 관수를 하면 좋습니다.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 식물에 물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지요. 이럴 때는 계속해서 화분을 물에 담가놓으면 뿌리가 썩을 수 있으니 얕은 그릇이나 돌을 깔아놓은 그릇에 물을 조금만 받아서 화분을 올려놓거나 바닥에 젖은 신문지를 깔아주면 뿌리가 완전히 젖지 않고 알아서 적당한 양의 물을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지요.  





©JeonghyunLee





이렇게나 장점이 많지만 식물에 따라 저면 관수만 계속하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물을 주면 물이 아래로 빠져나가면서 노폐물도 같이 쓸려나가게 되는데 저면 관수를 할 때는 이렇게 물이 빠져나가기 어려워 노폐물이 흙 속에 쌓일 수도 있습니다. 또 물을 충분히 먹은 것을 확인한 후에 제 때 물에서 꺼내 줘야 하니 아무래도 손이 더 가는 것이 저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단점이라 할 수 있지요. 





©JeonghyunLee





어떤 식물은 저면관수를 하는 게 더 좋고 어떤 식물은 위에서부터 물을 주는 것이 더 좋은지는 딱 잘라서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보통 뿌리가 썩기 쉬운, 건조하게 키워줘야 하는 다육 같은 식물들은 저면관수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해요. 반면에 흙 속의 영양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식물들은 위에서 물을 뿌려줘서 잘 씻어주는 게 더 좋고요.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식물의 성격과 상태를 보면서 적절히 혼합해 주는 것이 제일 좋겠죠.




©JeonghyunLee





디시디아 임브리카타는 저면 관수로 키우기 좋은 식물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에 푹 담갔다가 10분에서 20분 후에 꺼내 주면 됩니다. 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가끔씩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려주면 더욱 좋고요.

동남아시아 정글 출신의 디시디아에 대한 해외 자료는 많지 않은 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행잉 플랜트의 유행과 함께 꽤 사랑받는 식물입니다. 펄럭대는 코끼리 귀를 닮은 잎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자라는 모습이 상큼하지요. 잎이 돌돌 말려있어 시든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디시디아 임브리카타의 고유한 특징이에요. 원래는 나무에 붙어서 사는 식물이고 동그랗게 말린 잎은 개미들의 아늑한 집이 되어주기도 한답니다. 해외에서는 나무토막 같은 데에 붙여놓고 키우기도 하던데 디시디아가 좋아한다는 코코넛 잎으로 만든 화분에 담아 잎을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공중에 걸어놓거나 선반에 올려놓고 키우면 더 깔끔합니다. 물을 충분히 주면서 키우면 집안에 싱그러운 분위기를 가져다 줄 멋진 식물이지요. 하얗고 작은 꽃이 피면 향이 그렇게 좋다는데 물 주기를 잘해 준 사람에게 주는 선물인가 봅니다.





©JeonghyunLee






<디시디아 임브리카타 키우기>


빛 : 간접광이 많이 들어오는 반그늘에서 키워주시면 좋습니다. 직사광선에 상처를 잘 입으니 피해 주세요.


물 : 일주일에 한 번 정도 10분에서 20분가량 물에 푹 담갔다 빼주세요. 습한 환경을 좋아하니 생각날 때마다 분무기로 물을 촥촥 뿌려주시면 잘 자랍니다. 


온도 : 실내에서 따뜻하게 키워주세요.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주시고요.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Jeonghy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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