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현 Apr 28. 2019

이제는 식물과 친해져야 할 시간

식물 초보에게 자신감을 주는 식물 - 장미허브






식물 사진을 찍고 식물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식물에게 다가가 처음 인사를 건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사를 잘하고 나면 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됩니다. 이제 정말 식물과 함께 잘 살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공부해야 하는 거죠. 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단계입니다. 사진을 이쁘게 못 찍거나 이름을 잘못 알았다 해도 식물의 생사 여부에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식물 키우는 방법을 잘못 알면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JeonghyunLee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식물을 키우는 데에도 초보의 영역과 고수의 영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식물 초보자들은 식물을 키우는 법이라고 하면 물을 얼마나 자주 줘야 하는 건지 정도만 생각합니다. 물만 제때 주면 별 문제없기를 바라죠. 온도는 너무 춥거나 덥지 않으면 되고 빛은 적당히 받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두리뭉실하게 생각합니다. 즉, 물 주는 방법, 온도, 빛 이 세 가지가 초보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지요. 하지만, 식물과의 관계가 조금 더 깊어지면 이 물, 온도, 빛과 같은 기초 분야에도 보다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게 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때를 맞춰 비료를 주고 가지를 쳐주고 분갈이를 하고 번식을 시키는 등의 고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식물이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들이죠.  




©JeonghyunLee





식물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다 마음에 꽂히는 질문을 하나 만났는데 ‘당신은 당신의 식물이 단순히 살아남기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기를 원하시나요(survive or thrive)’라는 것입니다. 초보와 고수를 나누는 심오한 질문입니다. 물론 초보들도 식물이 풍성하고 행복하게 자라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식물을 죽인 경험이 다수 있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식물이 살아남아 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감격적이고 그 이상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JeonghyunLee




식물을 키우는 데 남다른 감각이 있다거나 용감한 사람들은 식물을 겨우 살아남게 하는 초보의 단계에서 식물을 번창하게 하는 고수의 단계로 금방 진입하지만, 저처럼 타고난 쫄보 마인드의 초보는 쉽사리 다음 일을 도모하지 못합니다. 섣불리 분갈이를 한다거나 가지를 치다가 돌이킬 수 없는 불상사가 일어날까 봐 두렵기 때문이죠. 노래진 잎 하나 떼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 같은 분들이라면 자신감이 붙을 때까지는 초보의 영역, 즉 물, 온도, 빛 이 세 가지를 정확히 알고 여기에 충실한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어려운 부분은 마음 편히 전문가들의 손에 맡기고요. 서로에게 적응하고 친해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거죠. 그러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들에 대해 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쌓이고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어느새 자신감이 생기는 시기가 올 테니까요. 




©JeonghyunLee





장미허브는 초보들이 이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적격인, 성격 좋은 식물입니다. 웬만큼 열악한 환경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쑥쑥 자라나거든요. 물을 주면 바로 그 다음날 꼿꼿하게 일어선 잎이 활짝 펼쳐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식물 고수가 된 듯한 느낌을 주지요. 빛을 향해서 거침없이 줄기를 뻗기 때문에 빛이 부족한 상황도 잘 견뎌냅니다. 너무 잘 자라서 단아한 모양으로 키우려면 자라난 줄기를 부지런히 잘라줘야 하는 게 유일한 흠이라면 흠입니다. 식물 고수님들은 부지런히 줄기를 잘라 새로운 화분에 심어주며 단정한 모습을 유지합니다. 





©JeonghyunLee






장미허브는 잎이나 줄기를 잘라 흙에 쓱 꽂아 놓기만 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 자리를 잡습니다. 이 강한 생명력 덕분에 제가 처음으로 분갈이를 해본 식물이기도 하지요. 분갈이를 바로 했을 때는 잘라서 꽂아둔 줄기가 푹 데쳐진 나물처럼 늘어지길래 괜한 짓을 했나 하고 심장이 덜컹했는데 다음 날이 되니 잎들이 고개를 들고 빵빵해졌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기특하던지요. 지금은 어느 게 원래 있던 화분이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풍성해져 또 용암처럼 줄기들을 뿜어 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이라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일단은 작은 성공의 기쁨을 누려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계속해서 도전해 볼 수 있으니까요. 장미허브는 그런 면에서 정말 좋은 치어리더입니다. 게다가 모양도 이쁘고 잎을 만지면 살살 풍기는 향기도 좋습니다. 진하게 풍기는 쌉쌀한 허브 향은 모기를 쫓아주기도 하고 따뜻한 물에 잎을 담가 그 향을 맡으면 막힌 코를 뻥 뚫어준다고도 해요.  하지만 혹시 장미허브 키우는 것을 실패하셨다 해도 너무 실망은 하지 마세요. 훨씬 더 어려운 식물을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뜻일 수도 있어요. 조금 더 특별한 치어리더를 꼭 만나게 될 겁니다.





©JeonghyunLee








<장미허브 키우기>


빛 : 햇빛이 잘 들어오는 반그늘이 가장 좋습니다. 빛이 너무 부족하면 금세 줄기가 길게 늘어지고 잎이 크게 자라지 못해요.


물 : 다육에 가깝기 때문에 자주 주지 않아도 됩니다. 일주일이나 이주일에 한 번도 좋아요. 건조하게 키우시다가 잎이 늘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 주세요. 물이 너무 많으면 잎이 노래집니다. 과습에 약하니 물이 잘 빠지도록 해주세요.


온도 : 더위나 추위 모두 잘 견디는 편입니다. 겨울에는 10도 이상이면 월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찬바람은 피해 주세요. 평상시에는 17도에서 23도 정도를 좋아합니다.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매거진의 이전글 식물의 정체를 밝히는 열쇠 : 학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