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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Apr 22. 2019

식물의 정체를 밝히는 열쇠 : 학명

식물의 이름 알기 - 백도선




비록 식물 무식자여도 정확하게 식물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 바람은 종종 맥없이 좌절됩니다. 한 식물에도 우리나라에서 붙여준 이름,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이름, 심지어 향명이라고 하는 특정 지역에서만 부르는 이름들이, 농장에서 부르는 이름, 꽃집에서 부르는 이름, 인터넷에서 통하는 이름, 네가 알고 있는 이름, 내가 부르는 이름과 뒤섞여 주렁주렁 붙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워낙 비슷하게 생긴 식물들도 많고요. 그렇다 보니 정확한 식물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는 누구도 오해하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식물을 가리킬 수 있는 절대 이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학명이지요. 사실 굉장히 많은 식물들이 우리를 헷갈리게 하는 별명 같은 이름보다는 학명이나 학명을 응용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JeonghyunLee




학명은 처음 식물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매우 흥미로워 보였지만, 들여다보니 워낙 어려운 얘기가 많아 슬쩍 제쳐두었던 분야입니다. 이 참에 다시 늘 궁금했던 학명 이야기를 해보려 옛날에는 그렇게 지루하기만 하던 공부를 스스로 하는 저를 보며 놀라게 됩니다. 역시 자기가 궁금해서 하는 공부가 최고죠. 그러나 학명은 들여다볼수록 생각보다 더 복잡해서 순전히 제 생각에 딱 초보들이 알면 좋을 만큼만 알아보고 그 이상은 (또) 포기했음을 고백합니다. 어찌 됐든 식물 공부를 하고 싶으면 학명과는 조금 친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식물이 누구인지와 함께 어디 소속인지도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거든요. 




©JeonghyunLee




학명을 설명하며 보여드리는 식물은 적당히 복잡하면서도 너무 복잡하지는 않은 학명을 가진 것으로 골라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사진 속의 귀여운 선인장은 토끼 선인장으로 잘 알려진 백도선입니다. 외모는 귀엽지만 가시에 있는 털은 살짝만 만져도 피부에 달라붙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해요. 몸통에서 선인장의 작은 새끼인 자구가 볼록볼록 올라오는데, 어디서 올라올지 예측할 수 없어 기대하는 재미가 있어요. 농장에 가면 토끼 얼굴을 한 수많은 백도선들이 있지만 똑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가장 귀여운 아이를 골라옵니다. Bunny ears 나 Angel wings 같은 거절 못할 앙증맞은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학명은 Opuntia microdasys var. albispina Fobe.로 다소 복잡합니다. 




©JeonghyunLee




학명은 2 명법이라고 하는 규칙을 따라 보통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의 단어가 성이고 뒤의 단어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 두 단어는 식물의 족보에서 나온 것입니다. 학창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공부해보면 식물의 족보는 계(kingdom) - 문(phylum, division) - 강(class) - 목(order) - 과(family) - 속(genus) - 종(species) 이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백도선은 식물 계 속씨식물 문 쌍떡잎식물 강 석죽목 목 선인장과 오푼티아 속 미크로다시스 종입니다. 학명은 이 중 맨 끝의 '속'과 '종'으로 이루어집니다. 속이 성이 되고 종이 이름이 되는 거죠. 백도선은 손바닥 선인장으로 알려진 오푼티아 가족 중 미크로다시스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입니다. 학명은 라틴어나 그리스어라 더듬더듬 읽어보면 해리 포터가 외우는 주문 같기도 한 것이 제대로 발음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학명을 쓸 때는 이탤릭체로 눕혀 쓰거나 밑줄을 긋고 속의 첫 글자는 대문자로, 종의 첫 글자는 소문자로 쓰는 것이 정식 표기 방식입니다. 식물에 대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학명이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JeonghyunLee





여기에서 끝나면 그래도 괜찮으련만 저를 좌절시킨 것은 속과 종의 뒤에 추가적으로 붙는 무언가 들입니다. 백도선은 Opuntia microdasys라는 기본 이름 뒤에 var. albispina Fobe 가 붙어 있습니다. 이 무언가 들은 이 식물의 학명을 처음 붙여준 사람의 이름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고 종을 변종, 아종, 아변종, 품종, 원예품종, 교배종 등으로 더 자세히 나누어 표시한 것인 경우도 있습니다. 종 밑의 또 다른 종들은 각 종들 중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한 식구지만 다른 특징을 가지는 식물들을 분류한 것인데, 돌연변이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지에 따라 분류됩니다. 백도선의 var. albispina Fobe는 microdasys 기본종의 변종(var.)으로 흰 가시가(albispina) 나는 종이며 Frederich Fobe라는 사람이 이름을 붙인 종이라는 의미입니다. 속과 종 이하의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훨씬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내용이지만, 초보들에게는 위기이죠. 사실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속과 종까지만 정확히 알아도 충분하다고 믿고 싶습니다. 





©JeonghyunLee




어려운 느낌이 들기는 해도 학명을 찾아보면 식물을 제대로 공부하는 듯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식물을 더 잘 알기 위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에도 좋고요. 열심히 공부하면 언젠가는 저도 앞뒤로 붙은 약자들까지도 척척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끝도 없는 식물의 비밀을 조금은 더 공유할 수 있게 되겠지요. 전문가 분야는 훗날을 도모하며, 아직까지는 정확한 학명을 찾아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는 것에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백도선 키우기>



빛 : 일 년 내내 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에 놓으시고 겨울에는 살짝 그늘로 옮겨주시는 게 좋아요. 빛이 부족한 채로 따뜻하기만 하면 요상한 모양으로 길게 자라요. 단단하게 자라게 하고 싶으면 빛을 충분히 받게 해 주세요.


물 : 물은 많이 안 주시는 게 좋고 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만 물을 주세요. 겨울에는 잎이 쪼글 해 지지 않는 이상 물을 안 주시는 게 좋아요.


온도 : 원래는 더운 온도를 좋아하지만 겨울에는 5도에서 10도 정도의 서늘한 곳에 놓아주셔야 튼튼하게 자란답니다. 일교차가 있는 게 좋아요.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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