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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Apr 17. 2019

식물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습니다.

정확하고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 염좌





이 식물이 저 식물 같고 푸른 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던 식물 까막눈 시절을 벗어나 식물에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면서 제가 가장 궁금해진 것은 식물들의 이름이었습니다. 늘 보던 식물도 이름을 알고 보면 완전히 달라 보였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의 얼굴을 원래 갖고 있던 예전 사진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 같은 것이지요. 식물은 달라진 것이 없지만, 이름을 알게 된 이상 저에게는 이제 예전의 그 식물이 아닙니다. 시의 한 구절처럼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로 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랄까요. 사실 저는 아직도 식물 키우는 방법보다는 식물의 이름을 알아내는 게 조금 더 재밌습니다. 그래서 초보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JeonghyunLee





늘 순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꽃집에서 이름을 알아 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단 먼저 사진을 찍은 후 나중에 사진을 고르면서 이름을 알아봅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지요. 식물의 정확한 이름을 아는 것이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는 것을요. 의외로 식물을 판매하시는 분들도 식물의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꽤 있고, 안다고 해도 틀렸거나 정식 명칭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실 식물의 정확한 이름을 아는 것이 식물을 잘 키우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아닌 듯합니다. 식물을 많이 키워보신 분들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모양새만 봐도 이미 그 식물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보들의 입장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름을 알아야 검색을 해보든 주변에 물어보든 해서 어떤 특징을 가진 아이인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아낼 수가 있지요. 초보들은 식물의 모양새만 보고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이름이라도 알아야 식물과 통성명을 한 느낌이 듭니다. 이름을 알고 나면 한결 친해진 듯한 느낌이 들지요. 




©JeonghyunLee





그런데 가끔 어렵게 이름을 알아내도 그 이름이 영 식물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 처음 소개한 괴마옥도 그렇고 이 식물, 염좌 (Crassula ovata) 도 그렇습니다. 괴마옥이라는 이름은 다소 공포스러워도 개성이라도 있지만, 염좌는 정형외과나 재활센터에서나 등장할 법한 단어인데 어떻게 하다가 이 귀여운 외모의 식물의 이름이 된 걸까요. 염좌 아니면 염자, 화월이라고도 하는데 둘 다 일본에서 쓰는 한자식 이름이 넘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돈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돈나무라고 불리는 식물은 이것 말고도 다른 식물들이 여럿 더 있어서 적절한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영어 별명도 많은데 그중 money plant, money tree도 있는 걸 보니 진짜 돈과 무슨 관련이 있나 싶기도 하고 lucky plant나 jade plant라고도 불린다고 하니 동서를 막론하고 재정적으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이름이 어울리는 식물인가 봅니다. 




©JeonghyunLee





어떤 모양이든 추위, 더위에 까다롭지 않고 잘 자라서 아마 가장 인기 있는 다육 중에 하나일 거예요. 나무 모양의 키가 큰 대품도 있고 이렇게 작은 사이즈로 개량된 미니 염좌도 있어요. 그런데 꽃 피우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하네요. 별 모양의 작은 꽃이라는 전설만 전해질뿐이에요. 


어찌 됐든 염좌라는 이름은 어떤 식물에게도 붙여주기 좋지 않은 것 같으니 아무래도 예쁜 우리나라 이름이 만들어진다면 좋겠습니다. 이름은 뭐가 됐든 염좌는 그에 대한 불평 없이 까다롭지 않게 잘 자라는 편이라 인기 있는 다육입니다. 잘 어울리는 이름이 나타나길 기다려 봅니다. 뭐든 염좌보다는 이쁜 이름이겠지요.





©JeonghyunLee






<염좌 키우기>



빛 : 빛을 많이 받을수록 잎이 붉게 물듭니다. 직사광선이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강한 직사광선은 화상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 주세요. 빛이 너무 적으면 웃자라게 되니 간접광이 충분히 드는 곳에서 키워 주시는 게 좋습니다.


물 : 잎에 쪼글쪼글 잔주름이 생기거나 만져 봤을 때 잎이 말랑하면 그때 흠뻑 주세요. 물이 잘 빠지도록 해 주고 통풍을 잘 시켜주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여름에는 뿌리가 물에 잠겨 있으면 안돼요. 겨울에는 속흙까지 완전히 말랐을 때만 물을 주세요.


온도 : 18도에서 25도 정도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고 밤에는 좀 서늘해져도 좋습니다. 겨울에도 5도 이상이어야 해요.







©JeonghyunLee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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