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란드시아 키우기 1 - 수염 틸란드시아
에어 플랜트라는 말은 제가 처음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던 때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식물 세계의 멋진 말 중 하나였습니다. 처음에는 공중에 걸어놓고 키우는 행잉 플랜트와 같은 말인 줄만 알았지요.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요즘 유행하는 핫한 아이템이라는 것은 분명해서 플로리스트 동생에게도 에어 플랜트를 잔뜩 찍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다행히 트렌드에 민감한 플로리스트 동생은 이미 다양한 에어 플랜트를 가지고 있었죠. 크고 작은 에어 플랜트들을 종류별로 주렁주렁 들고 꽃집 근처 골목에서 사진을 찍으며 식물을 걸어놓기 위해 세탁소 옷걸이를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들고 다니던 파란색 옷걸이가 우리의 뮤즈라며 한동안 애지중지했지만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네요.
에어 플랜트는 보통 공중에 걸어 키우기는 하지만 행잉 플랜트와 같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에어 플랜트는 사실 틸란드시아속에 속하는 식물들을 부르는 말이었어요. 틸란드시아에는 약 650 종류의 식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공중식물이나 공기식물 등으로 부를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공기 중에서 수분과 영양소를 빨아들여 사는 식물들을 말합니다. 나무나 바위에 붙어사는 착생식물이지요. 처음에는 디시디아나 박쥐란처럼 공중에 걸어놓는 식물들이 다 에어 플랜트인 줄 알았는데, 화분을 걸어놓은 행잉 플랜트들은 결국 높이만 달라졌을 뿐 흙 속에 심겨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에어 플랜트라고 할 수는 없지요. 에어 플랜트들은 따로 흙이 필요 없이 식물만 걸어놓으면 그만이니 흙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키울 수 있는 식물이지요.
에어 플랜트들은 숲 속 큰 나무들과 함께 살던 아이들이라 강한 직사광선은 피하고 간접광이 충분히 들어오게 해줘야 하며 선선한 온도를 유지해 줘야 합니다. 사진 속 수염 틸란드시아(Tillandsia usneoides)처럼 잎이 얇은 틸란드시아들은 습한 곳에서 자라던 식물들이기 때문에 물을 자주 줘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물에 20분에서 30분 정도 푹 담갔다 꺼내 주는 게 좋고, 생각날 때마다 물을 뿌려 줘도 좋습니다. 저는 이걸 못해서 바로 사진 속 이 아이를 말려 죽였더랬죠. 살아있는 건지 아닌 건지 알기도 어려워 한참을 가지고 있다가 눈물을 머금고 버린 기억이 납니다. 살아있다면 초록색이고 말라죽었다면 갈색인데,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라면 갈색이 초록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단번에 죽었네 하고 판단을 내리지만 저는 전문가들에게 사망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살아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수염 틸란드시아의 영어 이름은 스패니시 모스(Spanish Moss)로 스페인 이끼라는 뜻이지만 이끼는 아니에요. 꼬불꼬불한 모양이 꼭 풍성한 파마머리처럼 보이는데, 역시나 중남미 지역 원주민들도 나무의 머리카락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보통 잔뜩 모아서 북슬북슬하게 만들어 공중에 매달아 놓으면 아주 멋스럽지만 이렇게 한 가닥씩 꺼내보아도 아름다운 선을 보여줍니다. 야생에서는 길이가 5미터까지 자라서 아주 장관이라고 해요. 정말 보고 싶은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틸란드시아를 한 개만 소개해 드리기에는 영 섭섭하니까 다음 글에 한번 더 다른 틸란드시아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수염 틸란드시아 키우기>
빛 : 간접광이 들어오는 반양지가 좋아요.
물 :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해서 살기 때문에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키우는 게 좋아요. 실내가 건조하다면 자주 스프레이로 전체에 물을 뿌려주시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물속에 20분에서 한 시간 정도 푹 담갔다가 꺼내 주세요. 꺼낸 후에는 잘 말려 주셔야 해요. 너무 오랫동안 안 마르면 다음번에는 담가 두는 시간을 줄이거나 물의 양을 줄여 주세요.
온도 : 평상시에는 25도 이상의 따뜻한 온도가 좋고 겨울에는 15도 정도로 선선하게 해 주셔서 휴지기를 갖도록 해주세요.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