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중

내 첫 막걸리

by 쏘피

나에게는 1년에 한 번 주어지는 미션이 있다.

해외에 나가 있던 2년 동안에도 현지 쌀로 두 번 술을 빚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매년 한 번 막걸리 빚기’다.

나는 매년 추석 무렵, 더위가 한풀 꺾일 때 술을 빚는다.

처음엔 그저 술을 빚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시작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술부터는 콘셉트를 정하고 디자인을 하고, 레시피까지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처음 막걸리를 빚을 때 ‘10년 동안 매년 빚어보자’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그 10년이 훌쩍 지나 2025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가능한 한 오래, 조용히 계속 이어가고 싶다.

이제는 내가 막걸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

내가 막걸리를 시작하게 된 진짜 이유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식품 과목 선생님이 GMO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 수업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식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면,

어느 날 경제가 흔들려 수입이 끊기면

우리는 정말 먹을 게 없어질 수도 있다.”


그 말이 청천벽력처럼 와닿았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안 하면 어떡하지?’

‘수요가 없어서 농업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때 정말 단순하게 떠올린 생각이 있었다.


“술을 만들면… 쌀 수요가 늘어나겠지?”


왜 하필 쌀이었냐면,

그 무렵 뉴스에서 FTA 쌀 개방, 쌀 목표가격 인상 이야기가 매일같이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주식은 쌀이니까, 가장 먼저 떠오른 재료가 쌀이었다.


그렇게 ‘내 손으로 막걸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생겼다.

게다가 그때는

“막걸리 발효 소리는 비 오는 소리 같아.”

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그 말이 또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다.


결국 나는 전통조리학과에 진학했다.

돌아보면 그 선택이 나의 운명이었던 것 같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막걸리를 두 달 동안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집에서 직접 술을 빚어보는 경험까지 했다.

그때부터 내 막걸리 인생이 시작되었다.



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다

술과 관련된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보았다.


“쌀은 여전히 우리의 미래다.

그리고 쌀로 만드는 음식 중 술은 정말 특별하다.

쌀을 소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비처이기도 하다.”


그 문장을 읽고 난 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쌀 품종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생겼다.

그래서 요즘 내가 술을 빚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어떤 쌀로 빚을 것인가이다.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쌀을 선택해 술을 빚는 것, 그것이 앞으로 내가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2015년도 처음으로 혼자 빚은 막걸리
작가의 이전글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