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다음 주 월요일, 12월 22일은 동지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는 흔히 아세 혹은 작은 설이라 불린다. 태양이 다시 힘을 얻는 날, 즉 태양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설 다음으로 중요한 날로 여겨졌다. 그래서 지금도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같은 말이 전해진다.
또 동지는 밤이 길고 날이 추워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불렸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는다.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찹쌀로 단자를 빚어 넣어 끓이는데 이 단자를 새알만 하게 만든다 하여 새알심이라 부른다. 팥죽이 완성되면 먼저 사당에 올려 동지고사를 지내고, 각 방과 장독대, 헛간 등 집안 곳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뒤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
팥의 붉은색은 양색(陽色)이라 여겨 음귀를 쫓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대문이나 문 근처 벽에 뿌리며 액운을 막는 주술적인 행위도 했다.
당시에는 믿음의 영역이었겠지만, 현대적으로 보면 팥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당 지수가 낮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주고,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이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단백질과 비타민 B군 역시 겨울철 에너지 대사에 유익하다.
먹을거리가 부족하고 비타민 섭취가 쉽지 않았던 시절, 팥죽은 분명 겨울을 나기 위한 보양식이었을 것이다.
어릴 적의 나는 팥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꺼끌한 식감과 씁쓸한 맛이 낯설었고, 동네 할머니들이 동짓날 가져다주신 팥죽에는 밥알이 섞여 있어 비주얼도 어색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치 수프에 밥을 말아놓은 것 같았다.
그러다 어른이 되어 동지에 팥죽을 먹는 의미를 알고,
단팥죽, 밥알이 없는 부드러운 팥죽, 찹쌀떡이 들어간 팥죽 등 다양한 형태의 팥죽을 맛보며 조금씩 빠져들었다. 이제는 가끔 생각나면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히 나는 팥죽에 찐빵을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한다.
진주에는 찐빵 위에 팥죽을 올려주는 가게도 있다.
이번 동지에는 각자 자기 취향에 맞는 팥 음식을 즐기며 한 해의 좋은 기운을 받아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