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김장철

by 쏘피

입동 전후, 지금은 한창 김장의 계절이다.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한 월동 준비가 시작되는 시기다. 김치는 겨울철 부족해지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채우기 위해 채소를 오래 저장하는 방법이었고, 단순한 저장식품을 넘어선 문화였다.

김장을 함께 담그고, 이웃과 나누며, 공동체의 결속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만들어온 전통.

그 가치는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다.


최근 부모님이 시골에 내려가 김장을 하고 오셨다.

어릴 때 할머니가 배추를 손질하고 소금에 절여 물기를 빼고, 채칼로 무를 밀고, 아침 시장에서 싱싱한 생새우를 사 와 넣고, 북어육수를 끓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동네 할머니 친구분들이 모여 함께 김장을 하고, 수육을 나누고, 김치를 나눠 먹던 풍경.

김장철이면 우리 집 식탁은 늘 동네 할머니들의 손맛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그중 제일 맛있는 건 늘 우리 할머니 김치였다.

할머니 김치의 특징은 ‘시원함’.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충청도 고모할머니 댁에서 김장을 하는데, 이 김치 역시 시원하고 깔끔하고, 깨가 듬뿍 들어가 있어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다음은 막내고모부 댁의 전라도식 김치. 시원·깔끔보다는 감칠맛이 강하고 보쌈김치처럼 양념이 넉넉해 진한 맛이 난다.


이렇게 적고 보니, 김장철이면 전국 팔도의 김치 여행을 한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늘 받아먹기만 하고 절이기·양념 만들기 과정을 보기만 했는데, 해외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도하는 김장을 해보았다.

전날 배추를 절이고 물기를 빼고, 다음날 양념을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해본 것.

할머니만큼 정성은 못 미치지만 최소한의 재료로 충분히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남은 양념으로는 현지 채소로 김치를 담가 보기도 했다.

그 채소를 보자마자 “이건 김치용이네?” 하고 느꼈고, 실제로 우리나라 갓김치와 비슷한 느낌으로 완성되었다.


외국에서 김치를 담그며 느낀 점은 의외로 간단했다.

김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김치의 원리’를 말해보자면:

1. 이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채소

너무 부드러우면 오래 저장하기 어려워 겉절이나 무침에 적합하고,

적당히 단단한 조직의 채소는 중·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2. 짠맛과 매운맛

김치의 핵심 맛.

그래서 천일염·액젓·고추는 사실상 필수라고 생각한다.

3. 절이고, 버무리기

모든 김치의 기본 원리는 같다.

채소를 절여 숨을 죽이고, 양념을 버무리면 끝이다.


물론 맛있는 김치를 위해 다양한 재료가 더해지면 풍미가 깊어지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요즘은 절임배추도 있고, 배추양념은 동결건조로 나와 물만 섞으면 바로 양념이 되며,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가 있는 시대다(이제는 필수가 아닐 수도 있지만!).

마트에서는 언제든 손쉽게 맛있는 김치를 살 수도 있다.

세상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나는 김치와 김장 문화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이어갈지 계속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장철, 월동준비 김치 맛있게 담그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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