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깨우는 음식
해가 길어지고, 햇살의 온도와 공기의 향이 달라졌다.
봄이 돌아왔다.
하지만 공기로 봄을 느끼기 전,이미 땅은 먼저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마트와 시장에 봄동과 달래 같은 봄나물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즘 봄동비빔밥이 유행이다.
달큰하고 아삭한 봄동에 신맛, 매운맛, 짠맛, 고소한 맛을 더해 밥과 함께 비벼 먹는 그 한 그릇은 생각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봄나물은 봄동뿐만이 아니다. 달래, 쑥, 냉이, 씀바귀, 유채, 두릅, 풋마늘대까지 짧은 계절 안에 다양한 맛들이 올라온다.
그중에서도 봄동이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 이름과 손질의 편리함, 그리고 맛 때문일 것이다.
‘봄’이라는 계절을 그대로 담은 이름,배추와 비슷한 익숙한 생김새,그리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달큰한 맛.
다른 봄나물들은 대부분 새순을 먹기 때문에
잎이 작고 흙이 많이 묻어 손질이 까다롭고,
특유의 쓴맛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렵기도 하다.
나도 어릴 적 식탁에 봄나물이 올라오면
특유의 쓴맛과 향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거나,
끝에 조금 베어 맛을 보는 정도였다.
그러다 자취를 시작하고
봄나물을 제철에 자주 먹지 못하는 순간이 오니
그 씁쓸한 맛과 향이 오히려 그리워졌다.
특히 엄마가 해준 두릅튀김과
풋마늘대를 고추장 양념에 김을 넣어 무친 풋마늘대무침은
봄마다 생각난다.
봄나물의 향긋한 향과
입안과 온몸을 깨우는 생기 있는 맛은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몸과 정신을 깨우고,
나른해진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봄나물은 봄동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다양한 봄의 맛을 골고루 느끼고 싶다.
제철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 계절에 맞게 내 몸을 다시 맞추는 일과 같다.
봄의 맛을 먹으며, 나도 천천히 봄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