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수술
나는 조심스럽게 입원실 문을 열었다. 병실 안으로 스며든 불빛에 어머님이 놀라며 일어나셨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듯 피곤한 모습이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병실의 벽시계가 아침 7시 30분을 가리켰다. 간호사가 들어와 어머님께 수술 전 필요한 처치를 진행했다.
“할머니, 수술 잘 마치고 회복실에서 만나요.”
“고마워요, 아가씨.”
“저 못 알아보시면 안 돼요?”
나는 농담이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았다.
“8시간 푹 자고 일어나면, 그게 깨끗이 제거된다네.”
“그럼요, 명의로 소문난 분이니 걱정은 마세요.”
아버님 말씀에 우리도 거들었다.
문 앞에서 금속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올 것이 왔구나.'
입원실에 침대를 밀어 넣는 남자 간호사의 표정은 차가웠다.
우리는 칠십 중반의 어머님이 외과 수술을 받는 것에 대해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담당 교수는 자기 가족이라도 수술을 권할 만큼 단호하게 말했다.
“할머니는 수술을 더 미루면 시력을 모두 잃을 수도 있습니다.”
시각장애라는 멍에를 피할 수 없다니, 그건 아니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어머님께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여러 병원에 문의하고, 다양한 의견도 들었다. 양성 뇌 수막종인 데다, 노인이면 진행이 더딜 수 있기에, 관찰 관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후유증이 우려되는 뇌수술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웹 사이트에서 뇌종양 환우회를 찾아 등록하고, 관련 지식을 인터넷에서 수없이 검색했다. 명의가 추천하는 명의를 비교 분석도 해봤다. 긴 터널을 지나, 우리는 어머님의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술장 입구에 도착했다. 가족과 같이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대기실 안으로 들어간 어머님은, 두려움 때문인지 고개를 들어 우리를 찾으셨다. 우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버님은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들어가, 어머님의 손을 꼭 붙잡고 안심시켰다.
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소녀는 뒤돌아 가족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고, 초로의 아저씨는 환자에게서 시선을 떼는 못했다. 또 한 아주머니는 입술을 꼭 깨문 채, 들어가며 눈물을 흘렸다. 대기실에서 지정 수술실로 들어가기 시작하자 주위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