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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운 Jul 02. 2022

빈자리

 옥상에 올라 서쪽을 쳐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집안이야 무덥지만 밖은 그래도 그늘에 바람마저 불어 무더위가 한풀 꺾인다.  

     

 이름 모를 하얀 새무리들이 남쪽 방향으로 날아간다. 뒤따르는 새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나도 날아보고 싶다. 앞 새와의 약속한 각도와 거리를 유지하며 수월하게 세상 날아보고 싶다.

     

 부부 금실이 좋다는 것은 주위에서도 정평이 나 있지만, 남편 생신에 득병하여 만 삼일 만에 세상을 떠날 줄 몰랐다. 응급실에 왔을 때 상태가 안 좋았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완치 후 되돌아왔던 어머님이 아니던가. 그날 또릿또릿한 눈빛의 잔영이 내겐 아직 남아 있었. 그리하여 이번에도 이겨내리라 생각했다.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신 이후 근 삼 년이 되는 오늘날까지 휴대폰을 끼고 살았다. 화장실에 가나 목욕탕에 가도 손을 뻗어 닿는 지점에 뒀다. 혹여 어머님의 위급한 상황을 놓칠세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읍내에 요양원과 병원(급성기)이 서로 인접해 있다. 집에서 도보로 십 여분 거리다.

 같은 요양원에 계시던 아버님이 먼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님은 8차례나 병원을 들락거렸다. 폐렴, 신우신염, 장 폐쇄가 주요 병명이었다. 요양원에서는 조금이라도 상태가 안 좋으면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대체로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휴대폰이 울렸다.

     

 그날도 일요일 아침 식후인 8시 22, 입원한 병원에서 연락이 왔. 집 앞 도로변에 주차해뒀던 승용차로 응급실을 지나 3층 중환자실에 도착한 시각은 8시 33. 옆에 놓인 모니터부터 봤다. 모든 게 일직선이었다.

뭐야?이게 아니잖!”

임종을 지키게 해야지, 임종을..”

조금 후 간호사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 왔다.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조금 용량을 올렸습니다. 이내 차도를 보였지만 보호자에게 연락하도록 했습니다. 근데,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이제껏 휴대폰을 붙들고 살았어도 결정적 순간에는 무용지물이었다. 간호사를 계속 다그친다고  상황이 달라지겠는가.

     

 어머님은 7년 전 대학병원에서 L-tube를 부착한 채 요양원에 입소했다. 폐렴 후유증으로 연하 작용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치매도 있어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손으로 흔들면 실눈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다였다.

 어떤 친척은 살아서도 산 것이 아니니, 다 타고 난 수명이니 등으로 안쓰러워했지만, 자식으로서는 가까이 살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어머님은 슬하에 말동무가 되어줄 살가운 딸이 없었다. 선머슴 같은 아들만 다섯을 두었다. 내가 군대 갈 즈음 동네 아줌마와 나누는 대화에서 어머님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 첫째로는 더 이상 출산 고통을 넘겨주지 않고, 둘째는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어머님의 정신 맑던 시절, 응얼거리며 따라 부르던 레퍼토리 하나.

     

아씨

  - 임희재     

옛날에 이 길은 새색시 적에

서방님 따라서 나들이 가던 길

어디선가 저 만치서

뻐꾹새 구슬피 울어 대던 길

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엔 노을이 섧구나.

     

 아내는 요양원에 위생사로 근무하고 있다. 요양사 일을 가끔 도와줄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어머님 지근거리에서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것을 받아 형제들 단톡방에 공유했다. 코로나19로 일반인 접견이 어려워도 가능했던 이야기다.

 장례절차를 마친 이틀 후. 아내의 꿈에 깔끔히 치워진 어머님 자리가 보였다고 했다. 너무나 선명해서 방금 요양원 그 자리를 다녀온 것처럼.

     

서울에서 내려온 아들들 내외 병문안 받던 다음날 아침, 홀연 바람 되어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셨다.

감은 눈 다시 뜨게

손등 두드리며 가슴을 흔들어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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