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기 위한 Guilty Pleasure

채플 론 - [중서부 공주의 흥망성쇠] 다시 듣기

by 사공사칠

좋은 글은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자기를 보여주는 글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앵무새처럼 옮긴 글은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좋은 음악 또한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아티스트를 보여 준다. 그의 마음 속에 품은 진심과 감동이 음악 언어로 표현될 때 듣는 이는 깊은 감동을 느낀다. 아티스트가 나를 대변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Chappell Roan 의 음악은 좋은 음악이다. 화려한 파티 퀸의 꿈을 쫓아 중서부에서 도시로 온 공주의 흥망성쇠. David Bowie의 앨범 제목을 오마주한 제목은 그 자체로 앨범의 내용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야기의 재미는 그녀가 어떻게 흥하고 어떻게 망하는지에 있지 않다. ‘어떻게’보다 ‘왜’가 궁금하다. 그녀는 왜 이런 업앤다운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을까? 중서부 공주는 왜 사서 고생을 할까? 결국 상처만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와 길을 떠나기 전처럼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볼텐데.


그녀는 사랑이 필요했다. 온라인에서 만난, 나와 커피 한 잔을 하자고 꼬드긴 그를 사랑했고 알면서도 속아주었다. 정신 없는 파티에서 만난 친구들을 사랑했다. 머리를 온갖 색으로 물들이고 반짝이는 옷을 입은 채 파티를 하는 그들과 사진 속 자기 모습을 사랑했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사랑은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내 안에 사랑하는 내가 없으므로 빈자리를 외부에서 온 도파민으로 채우는 것이다. 중서부에서 온 공주는 자기를 사랑하지 못해서 먼 길을 나섰고 타인들로 빈 자리를 채워 나갔다. 그리고는 결국 추락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제자리로 돌아온 그녀.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파란만장을 통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guilty pleasure다. 남 몰래 나쁜 짓을 할 때 들킬까봐 불안하면서도 스밀스멀 피어오르는 쾌감. 이 감정은 그녀를 살아 있게 만들고 다시 또 먼 길을 떠날 동기가 될 것이다. 중서부 공주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또 다시 흥망성쇠에 몸과 마음을 던지는 것 뿐. 행운과 불행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야만 그녀는 지루함이라는 옛 옷을 벗고 새로운 자신으로 다시 태어날수 있다. [중서부 공주의 흥망성쇠]는 파란만장을 통해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다.



앨범 전곡​


대표곡 ‘Femininomenon’ 라이브


대표곡 ‘Pink Pony Club’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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