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의 ‘먹고 마시는 것에 관하여’를 읊고
강원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한 적이 있다.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현불사라는 절에서 묵었다. 그곳의 공용 식당 벽 한 켠에는 밥 먹기 전 기도를 제안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밥을 만들어 준 땅과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밥을 먹자고 글쓴이가 제안했다. 30년 남짓 밥을 먹었지만 밥알에 담긴 이야기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마도 그때 내가 먹은 햇반의 탄생까지 거슬러 오르면, 나는 도시를 벗어나 태양이 내리쬐는 농촌 어딘가로 갈 것이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태풍이 너무 심하게 와 어떤 벼들은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이다. 긴 시간을 버틴 벼를 오랜 시간 그들을 돌보던 누군가가 거두었을 것이다. 기대감을 품은 농부가 자기 가족들에게 밥을 먹일 상상을 하며 즐거웠을 것이다. 기계에 넣어져 벼 껍질이 벗겨지는 동안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빤딱 빤딱 빛나는 쌀알이 껍질을 벗고 세상을 만났을 것이다. 동료들과 어깨를 부대끼며 포대에 몸을 실었을 것이다. 쌀알이 햇반이 되기 위해 또다시 공장에서 오랜 시간 수련했을 것이다. 그릇에 잘 담겨 다시 덜컹거리는 트럭에 올라타 무거운 어둠과 긴 시간을 견디며 마트에 왔을 것이다. 내 손에 쥐어진 후 불구덩이 같은 전자레인지에 들어가 지옥 같은 3분을 견뎠을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길을 거쳐 내게 왔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칼릴 지브란 (배철현 번역)
나이가 든 여관 주인이 말했다.
“우리에게 먹는 것과 마시는 것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그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들이 땅의 향기로 살 수만 있다면,
공기처럼, 식물도 빛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이 먹기 위해 죽여야 하고
당신의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갓난 동물을 그 어미의 젖으로부터 빼앗아야만 하기 때문에
당신의 먹고 마시는 행위는 신에게 드리는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식탁은 숲의 순결하고 결백한 이들이
인간 안에 존재하는 더 순결하고 더 결백한 것들을 위해
희생당한 제단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당신이 가축을 죽일 때
마음속으로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십시오.
“너를 죽이는 이 동일한 힘으로, 나도 역시 살해당한다.
나도 역시 먹힐 것이다.
너를 내 손에 전달한 우주의 법이
나를 너의 강력한 손에 넘길 것이다.
너의 피와 나의 피는 하늘의 나무를 먹이는 활력에 불과하다.”
당신이 이빨로 사과를 깨물 때
마음속으로 사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십시오.
“너의 씨앗이 내 몸속에서 살 것이다.
네가 내일 피울 싹이 내 심장 속에서 꽃 필 것이다.
너의 향기가 나의 숨결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 모든 계절을 통해 즐거워할 것이다.”
그리고 가을에, 당신이 포도원의 포도들을 포도즙 틀에 모을 때,
다음과 같이 마음속으로 말하십시오.
“나도 포도원이다. 나의 열매도 포도즙 틀에 모아질 것이다.
새로운 와인처럼, 나는 영원한 용기에 보관될 것이다.“
겨울에, 당신이 와인을 꺼낼 때,
당신이 드는 모든 잔을 위해 마음의 노래를 부르십시오.
그 노래에 추수할 가을날들과 포도원과 포도즙 틀을 기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