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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작가 May 09. 2023

넌 출연자고! 난 작가야!

4. 복 많은 놈

2014년에 만난, 아주 소중하고 귀한 프로그램이 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3> 탑 15인과 합숙 비하인드를 팔로우하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3 - 100일간의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보니 사람들은 본 경연만 기억하고, 비하인드 촬영과 방송은 듣.보 일지도 모른다. (출연자들 가족과 지인들은 알 수도?)


원래는 합숙 기간이 약 1 달이었는데, 첫 방송이 밀리면서 합숙 기간도 늘어났고 기억으로는 두어 달? 됐던 것 같다. 자연스레 나의 합숙도 늘어났고, 그 기간이 힘들어서 울고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날 위로해 준 고마운 사람, 추억. 합숙소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합숙소 들어가기 전, 답사(?)갔다가 찍은 외관 사진

요리 경연 프로그램답게 출연자들의 요리 실력은 훌륭했고, 출연자들끼리 순번을 정해 아침/저녁 식사를 차렸으며 나는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아, 상에 놓인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매일 맛있는 식사를 했다. 약 10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육개장, 키쉬, 납작 만두! 최근에도 육개장을 만들었던 출연자와 만나 ”죽기 전에 다시 꼭 먹고 싶어... 그때 그 육개장“이라며 당시를 추억하곤 했다.


밥 정(情)이란 게 참 무섭다. 우리끼린 그때만큼은 가족, 친구, 연인보다 더 많은 밥 정(情)을 쌓은 사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약 두어 달 동안 쌓은 밥 정(情)으로 그때 만난 출연자, PD, 작가, 푸드 팀과는 2023에도 꾸준히 밥 정(情)을 쌓고 있다. 매년 서로의 생일, 명절, 각종 집 안 행사 그리고 아무 날도 아닌 날에도 종종 만나 함께 밥을 먹는다. 타지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부모님 연락처를 알고 안부 인사를 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외동인 나에겐 언니와 오빠 그리고 동생이 생긴 셈이라 우리 부모님도 이들을 참 좋아한다.  누가 물으면 친정 언니, 오빠라고 소개한 적도 있음!

(제작진도 섞여있기에, 얼굴 공개는 허락한 사람들만)

가장 최근에 영국에 거주 중인 국가비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고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쿠킹 스튜디오를 오픈한 최광호, 생일을 맞이한 이아르미, 막둥이지만 제일 먼저 딸을 낳은 윤정이 그리고 민경 PD님과 나, 헤어지기 10분 전에 도착한 강형구까지. 이렇게 여럿이 모이는 건 오랜만이었지만, 어제 만난 사람들처럼 편했고 즐거웠으며 흐르는 시간이 아쉽기까지 했다. 아! 그리고 우리의 대화 주제가 참으로 다양해졌는데 예전에는 ‘요리‘, ’음식‘이 주제였다면 이제는 결혼, 육아, 출산, 사업, 사회 이야기 등 새삼 우리도 훌쩍 어른이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2030이었는데 지금은 20대가 아무도 없... 다.

최근 모임. (장소 : 시드 초이 더 클래스)

약 10여 년 동안 변함없이 나를 응원해 주고, 내 일을 이해해 주고, 입봉을 했을 때나 작가협회에 가입했을 때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또 있을까? 만날 수 있을까?(어쩌면 욕심일지도) 문득 추억 여행을 떠날 때마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 걸 느끼고 또 느낀다. 아마 그대들도 나와 같은 행복을 느끼고 있겠지?


시작은 출연자와 작가였지만 이제는 가족이 되어버린, 방송국에서도 행복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아! 마지막으로 외동이라 형제자매가 없는 내(없을지도 모르는) 결혼식 가방순이는 최광호(87년생 남자)가 해주기로 했다.(는 걸 박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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