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결혼식 초대장
앞서 말했다시피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됐다. 아빠의 정년퇴직 전에 결혼을 하고자 했기 때문에, 상견례 후 결혼식까지 약 4개월 남짓. 곧바로 웨딩플래너와 계약하고 척척척 결혼식을 준비했다. 식장에 스드메, 신랑 예복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가족,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할 청첩장이 남은 상황이었다.
청첩장 제작 업체는 워낙 많았고 디자인 또한 다양했는데, 썩-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 고민이었다. 며칠을 고민하다 그냥 직접 만들어보자 결심했다. 찾아보니 셀프 제작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 그분들이 상세하게 정리해 둔 글을 읽으며 제작을 시작했다.
<비즈하우스>라는 곳에서 제작했는데,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하루 만에도 뚝딱 만들 수 있게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원하는 디자인을 요렇게 저렇게 만드는 재미도 있었다. 셀프 제작에 몰입해서 약 이틀 만에 여러 종류의 청첩장을 만들었고, 남편과 상의해 최종본을 정하는 일만 남았다.
남편과 여러 번의 상의 끝에 제작하게 된 우리의 청첩장은 지금 봐도 너무 만족스럽고, 뭔가 우리 부부의 성격을 잘 표현한, 우리만의 특별한 초대장 같아서 뿌듯하다.
돌이켜보면, 청첩장을 돌릴 때마다 ‘이런 청첩장은 처음 받는다.’, ‘너랑 정말 잘 어울리는 초대장 같아.’, ‘왠지 벌써 신나는 느낌이야!’ 등등 기분 좋은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 아닐 수도 - 그러한 반응에 나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청첩장을 돌리는 시간들이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이미 제작되어 있는 청첩장을 구입하는 것과 비용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아무 의미 없어지는 쓰레기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부부’라는 관계를 공식적으로 공표(?)하는 일이니만큼 의미를 잔뜩! 담아 가족,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었기 때문에 청첩장 셀프 제작은 후회 없다. 완전 완전 추천한다!
고민 끝에 결정한 청첩장을 사진으로 첨부하며, 우리 부부의 첫 순간을 축하해 준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아무도 못 보겠지?ㅎ)
참고로 이름은 ‘지희’인데 왜 영문 표기가 ‘Jee He'냐고 물으신다면, 1997년도에 일본 여행을 가고자 여권을 만들어주신 어마마마께서 이렇게 쓰셨기 때문이다. 고로 여권, 신용카드 등에 통일해서 쓰고 있으며 이젠 익숙해서 그냥 저렇게 쓴다. 쓸 때마다 사람들이 왜냐고 묻지만 낸들 알턱이 있겠누... 엄마...? 엣헴.
아! 물론 어른들용(?) 청첩장은 따로 뽑았다. 뭔가, 파티 초대장을 어른들에게 돌리는 것은 조금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양가 부모님과 상의하에 따로 제작! 어른들용 버전 또한 모두가 만족했다.
암튼, 셀프 청첩장 제작이 조금은 번거롭지만 남편 혹은 아내와 도란도란 만들어보는 걸 왕왕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