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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Apr 01. 2020

'봉준호'와 '민주킴'이 가지는 어떤 연속성

천성이 느린 여자는 글을 씁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SNS(@theacademy)


얼마전 우리의 강력한 화제는 감독 봉준호의 ‘기생충’이 그간 자국의 잔치라 비판을 받아왔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개의 부분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일이었다. 여기서 주목해보아야 할 대목은 외국에서 제작된 것도 아니고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현실을 우리의 언어에 담아 전했을 뿐인데 몰입과 그로 인한 감동이 가능했다는 것, 한 마디로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과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에게 통했다는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가 수상 소감에 인용하면서 이젠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게 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는 자리에 걸맞은 언급이다. 실제로 옳은 명제이기도 하고. 가장 개인적인 것은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지점인 동시에, 사람은 모두 각각의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까닭에 보편성까지 획득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영화 '기생충' 스틸컷


이를 증명한 게 ’기생충’이다. 가진 재력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구분짓는 사회, 그 속에서 끊임없이 오르고자 하는 욕망과 자신의 이득을 지키고자 못 올라오게끔 보이지 않는 계층을 형성하는 인간 특유의 이기심을 한국의 대비되는 두, 아니 세 가정을 통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데, 실은 이게 대부분의 국가에 현존하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반지하를 경험해보지도 못했으면서 영화를 보는 이들마다 깊이 빠져들어 새삼 자신이 속한 세계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일이 벌어진다.


가장 개인적인 것의 영향력, 그것도 우리과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의 뿌리를 가진 사람에게서 나왔다는 것, 속된 말로 ‘국뽕’이라고도 하는 자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촉매제가 있다. 넷플릭스에서 만들고 방영된 패션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의 우승자, 브랜드 ‘민주킴’의 디자이너 ‘김민주’다. ‘넥스트 인 패션’의 우승으로 일반 대중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졌을 뿐, 이미 H&M 디자인 어워드, LVMH 프라이즈 등등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탁월한 실력파 디자이너다.


디자이너 김민주 SNS(@_himinju_)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끌었던 부분은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보인 지극히 한국인스러운 제스처와 감탄사, 즉 반응이다. 분명 영어로 소통하고 있는데도 정겨운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여기에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것에 있어선 당차고, 자신없어 하면서도 결국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근성 있는 모습이, 그런 그녀가 우리와 동일한 울타리를 지닌 한국인이란 점이 어느새 우리의 어깨까지 으쓱하게 만들었다 할까.


그리고 누가 봐도 매혹적인 컬렉션으로 결국 우승이란 어려운 결과를 성취하며 전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니 한국인으로서 그녀가 디자인한 옷 한 벌 쯤은(고가임에도) 지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에 넘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김민주가 가지는 영향력 또한 봉준호와 동일하게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연속성은 단순히 자부심을 안기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또한 우리가 가진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막혀 있다 여겼던 어떤 선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꾸도록 돕는다.


넥스트 인 패션 SNS(@_himinju_)


우리가 매번 입버릇처럼 ‘한국이 싫어서’라고 하는 건, 매순간 경쟁 구도로 몰면서 꿈을 꾸고 이룰 기회는 적어지는 사회구조적 틀이 싫다는 거지, 이렇다 저렇다 해도 우리의 태생적 울타리가 되어주는 국가가 싫다는 게 아니다. 그래서 봉준호와 김민주 등, 각 분야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들의 활약이 주는 자극이 너무 중요하다. 넘을 수도 통과할 수도 없다고 주입시키는 비틀어진 사회구조의 압박을 인식하고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송강호)가 열차의 한쪽 면을 가리키고선 18년간 닫혀 있어 벽처럼 생각되어 왔지만 사실은 문짝에 불과할 뿐이라며 폭파하는 것처럼.


by. 윤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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