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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Oct 11. 2020

두 번째 시즌의 더없이 적절한 시작

'비밀의 숲'의 시즌이 계속되길 바라며(1)

:천성이 느린 여자는 글을 씁니다: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1


tvN ‘비밀의  2’(연출 박현석, 극본 이수연) 황시목(조승우) 차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헤치며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다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치목은 해안 출입통제선이 끊겨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어떤 수상한 위험성을 감지하나 신고를 하는 데까진 이르지 못한다.


드라마는 기가 막히게, 바로  순간에 이야기의 전체적인 방향을 가리키는 중요한 사건 하나를 어김없이 놓아 둠으로써, 단연 최고라  만한  시퀀스를 완성한다.


흥미로운 건 이야기의 포문을 열 만큼 중요한 에피소드라면 지녀야 할 무게감이 크기 마련인데 ‘비밀의 숲 2’가 내세운 사건은 언뜻 보기에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철 없는 커플이 사진 촬영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통제선을 끊고 경고판을 뽑아버리는 바람에, 부근으로 놀러온 두 명의 청년이 위험한 상황인지 모르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빠져 죽는 사태가 벌어진 것.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2



그저 불운한 일로만 끝났을 뻔한 이 익사 사고는 다행히, 당시 우연히 사건 현장을 지나던 시목과 또 우연히 SNS 계정에서 해당 커플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목격한 한여진(배두나) 때문에 누군가의 의도적인 행동이 개입되어 일어난, 불행한 사고로 밝혀진다.


하지만 사건은 기소된 지 하루만에, ‘경고판을 뽑은 놈들이 있어, 그게 살인에 준하는 범죄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된다.


문제는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던 우리도, 저들의 행동이 과연 처벌을 받을 만한 죄목인가, 싶었다는 것. 물론, 커플이 보이는 안하무인 격의 태도는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만, 이와 별개로 사건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그들은 그저 사회의 기본적인 룰을 살짝 무시했을 뿐이고 이것이 누군가의 죽음을 이끌어낼 줄 몰랐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지닐수 있을 만한 죄목이다.


그리하여 불기소 처분이 정당한 지의 여부보다 전관예우라는 화제에 더욱 집중하여, 이 사건이 드라마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이유마저도, 이야기의 핵심 갈등인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에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함이라고만 이해하기에 이른다.


입증하면 그게 오히려 실체 왜곡이야. 끔찍한 흉악범도 아니고 철딱서니 없는 짓거리  했다고 그걸 범죄로 몰아붙이면 그거야말로 기소권 남발의 인권침해 아니야.”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3



물론 마중물 역할도 맞다. 하지만 ‘비밀의 숲 2’는 시목의 입을 통해 사건이 지닌 본질적 의미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고, 정확하게 짚고 넘어간다. 특혜가 아니라 기회를 뺏긴 거라면요?  시간 조사 받으면서 자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장난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있는지 직접 느끼고 각성할 기회요.”


즉, 크든 작든 죄는 죄인데, 작다고 치루어야 할 과정을 어떤 힘으로 무시하고 단축해 버린다면, 결국 이 미미해 보이는 차이 하나가 세상을 한층 더 어그러뜨려 버린다는 진실이 우리가 이제껏 경험한 것이지 않냐는 반문이다.


이의 심각성을 인지하기보다 하루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우리의 허를, 아주 제대로 찌른 대목이다.


세계의 어그러짐이 작은 이기심 하나에서 시작되듯이, 어그러진 세계의 회복 또한 작은 책임감 하나에서 비롯된다는 것,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비밀의 숲'이 견지하고 있는 방향성이 아니던가. 이제  사람한테 남은  전보다  꺼려질  없는 세상일 겁니다. 이런 경우에 비슷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얼마인지는 누구보다  아시지 않습니까.”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4



만약 시목이 갈 길에 바빠 안개를 뚫고 건네어진 의미심장한 신호를 그냥 지나쳤다면, 여진이 사라진 사진과 해안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 사이의 의뭉스런 인과관계를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다시 말해, 이는 경미해 보이지만 실은 경미하지 않은, 한 개인의 치기 어린 잘못으로 보이지만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악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아주 중요한 사고이자 사건으로, ‘비밀의 숲 2’의 시작점으로 더없이 적절하다.


by. 윤지혜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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