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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Oct 12. 2020

‘서동재’, 이 능구렁이같은 매력에 관하여

'비밀의 숲'의 시즌이 계속되길 바라며(2)

:천성이 느린 여자는 글을 씁니다: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1


tvN ‘비밀의 숲 2’(연출 박현석, 극분 이수연)에서 서동재(이준혁)의 존재는 특별하다. 황시목(조승우)과 상반되는 보통의 인간군상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래서 우리에게 미워할 수도,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대상으로 남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까닭이다.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 검사는 현실에서 찾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지만 찾기 쉽지 않은, 드라마적 인물이다. 어떤 외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에 입각해 올바르다 생각하는 곳을 향해, 혹 실컷 이용되다 서랍 깊숙한 곳에 던져지는 한낱 도구로서 취급될지라도, 성실하게 나아간다. 


그가 특별히 정의로워서가 아니다. 대부분 지켜야 할 것을 지키려 했을 뿐인데,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가 꿈 꾸는 이상적인 사회, 바르고 선하고 공정한 것을 추구하는 세계였다면 누구보다 평범했을 이 인물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세계 속에 놓이는 바람에 누구보다 평범하지 않은, 비현실적 존재로 인식된다.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2



그래서 오히려, 우리에게 지극히 평범하고, 또 지극히 현실적인 존재는 서동재다. 좋은 집안도, 학벌 출신도 아닌 그는, 지독히 노력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한 개천의 끝물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악착 같이 노력해왔다. 이 노력의 결과일까. ‘비밀의 숲 2’에서 그는 시즌 1때보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효율적으로 노출할 뿐더러 그에 해당하는 성과까지 능숙하게 얻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화려한 언변은 물론이고 상대방이 보이는 어떤 반응에도 유연하게 받아칠 수 있는 대처 능력까지 검사라기보다 탁월한 영업사원이라 여겨질 정도다. 오롯이 본인의 노력으로만 만들어진 모습이라는 걸 알기에, 우리는 실은 그가 낯 익고 또 익숙하기도 하여 그의 능구렁이 같은 모양새에도, 설사 그가 시목과 또 다시 대척점에 선다 해도 왠지 모를 친근한 안타까움이 솟아올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게다.


‘비밀의 숲 2’에서 서동재에게 좀 더 강화된 기능을 하나 꼽는다면, 굽신거리는 것 같아 보여도 그 어떤 윗사람에게도 쉽사리 겁을 먹거나 기가 눌리지 않는 능력이다. 즉, 권력이나 재력에 주눅든다기보다 도리어 기민한 눈빛과 문법을 장착한 채 철저하게 그 힘을 제 원하는 것을 얻어낼 도구로서만 대한다. 시즌 1에서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 서린 비굴한 눈빛이 거의 걷혔다 할까.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3



이제 그가 열등감을 느끼며 경계하는 인물은 오직 황시목 뿐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좋은 배경 하나 없으면서, 권력욕이나 재물욕, 어떤 우월감이나 열등감도 없는 기이한 존재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워낙 뚜렷하다 보니 누구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도 않는데, 매번 서동재가 기껏 노력하여 얻어낸 위치에 그가 꼭 한 발 앞서 도달하여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등장하니 눈엣가시일 수밖에.


그러나 함께 시즌 1을 겪으며 황시목에 대해 제대로 깨달아 인정하고 넘어가는 부분은 그에겐 정말 어떤 사심도 욕망도 꿍꿍이도 없다는 것. 가야하는 길이라면 죽을 길이라 해도 바보같이 우직하게 가고 말 뿐이라 자신과 절대 겹칠 일이 없다는 사실, 그리하여 열등감을 느끼며 경계를 하다가도 유일하게 안심하고 대할 수 있게 되는, 신뢰할 만한 대상으로 시목을 꼽게 되는 묘한 결말에 이르는 것이다.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인물 황시목과 가장 현실적인 인물 서동재는 서로를 위해 존재하고, 서로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관계로서, 결국 협력하여 그들이 속한 세계를 제 방향으로 이끌어갈 임무를 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전보다 더욱 뚜렷한 능구렁이의 모습으로 재등장한 서동재가 반가운 이유이며 덕분에 ‘비밀의 숲’을 향한 우리의 신뢰는 한층 더 두터워졌다.


by. 윤지혜


tvN '비밀의 숲 2' 공식 홈페이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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